지배구조 단순화 및 핵심사 상장, 차입금 해소 등 현안 해소 '잰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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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전지현 기자] 크고 작은 인수·합병(M&A)으로 몸집을 키우며 급성장한 하림그룹이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M&A로 사업을 확장해 온 만큼, 복잡해진 지배구조를 단순화하면서 내년 상반기 하림홀딩스 상장을 위해 사업 재편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급성장에 따른 후유증을 해소하면서 그룹의 핵심사 상장, 차입금 해소 등 경영현안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지 주목된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하림홀딩스는 최근 2년새 자회사 편입과 탈퇴를 반복하고 있다. 지난 4일 하림홀딩스는 농산물가공, 작물재배 농업법인 한숲(지분율 90%), 농업법인진천오리인티(지분율 90%)를 탈퇴 시킨 뒤, 자회사 주원산오리(100%)에 합병시켰다.
진천오리인티는 지난 3월30일 하림홀딩스가 지분 90%를 사들이며 자회사로 편입시킨 계열사로 7개월여만에 둥지를 갈아타게 됐다. 이에 앞서 하림홀딩스는 지난 1월 청도선진사료유한공사를 자회사에서 탈퇴시켰고, 지난해 12월에는 계열사 맥시칸 자회사 편입, 지난해 초에는 금융사 에코캐피탈을 자회사에서 탈퇴시키는 등 총 6건의 자회사와 계열사간 변화를 진행해 왔다.
▲양계에서 글로벌식품기업이 되기까지, 잇단 M&A로 몸집 키워
올해로 설립 30년째를 맞은 하림그룹은 잇단 M&A로 사업을 확장한 결과 현재 곡물유통·해운·사료·축산·도축가공·식품가공·유통판매 7개 영역에서 사업을 펼치는 거대그룹으로 거듭났다. 최근 들어선 제일사료를 통한 반려동물 사료시장과 지난 4월에는 서울 양재동 옛 화물터미널 부지(파이시티)를 매입하며 부동산임대업까지 진출했다.
현재 하림그룹은 비금융회사가 57개, 금융회사가 1개로 총 58개 계열사를 갖고 있다. 이중 팬오션, 하림, 선진, 팜스코, NS쇼핑, 하림홀딩스가 상장됐고 나머지 계열사는 비상장사. 주력사업은 사료업, 양계업, 양돈업 농수산 관련 유통업 등이었으나 팬오션 매입으로 해운업이 핵심사업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기준, 하림그룹 사업별 자산규모는 ▲운송 44.9% ▲사료 16.6% ▲지주 15.1% ▲가금 8.9% ▲양돈·식육 8.3% ▲유통 4.9% ▲기타 1.2% 순이다.
하림그룹의 사업부문별 매출상황 역시 양계사업은 뒤로 물러났다. 지난해 기준 하림그룹의 각 사업부문별 매출비중은 ▲사료 29.9% ▲가금 23.9% ▲운송 18% ▲양돈·식육 17.1% ▲유통 8.6% ▲기타 2.4% ▲지주 0.1%로 닭고기 회사라는 꼬리표가 무색할 정도다.
하림그룹은 숱한 M&A를 통해 글로벌식품기업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복잡해진 지배구조가 문제가 됐다. 5년여전에도 지주회사를 세워 지분관계를 정리하면서 행위제한 위반사항이 무려 21건에 달해 ‘역대 지주사중 최대’라는 오명을 안은 바 있다. 당시 하림그룹은 하림과 농수산홈쇼핑, 올품 등을 주력으로 계열사만 70여개에 달했고, 계열사간 출자관계가 얽혀 있었다.
현재 하림그룹은 기존 제일홀딩스, 하림홀딩스, 농수산홀딩스, 선진지주까지 등 4개였던 지주회사를 제일홀딩스와 하림홀딩스 2개로 정리했지만 지배구조가 깔끔하지 않은 것은 여전하다. 하림그룹은 중간 지주회사인 하림홀딩스가 NS쇼핑 등 25개의 자회사를 보유하고, 다시 그 위에 상위 지주회사인 제일홀딩스가 하림홀딩스를 비롯해 팬오션, 선진, 팜스코 등 16개의 계열사를 거느리는 ‘옥상옥’ 지배구조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하림그룹은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기 위한 작업을 그룹 차원에서 진행하며 기존 4개였던 지주회사가 2개로 줄어드는 개선작업을 거쳤다"면서도 "10년 넘게 그룹규모를 키우기 위한 M&A에 집중하며 지배구조를 제대로 정비하지 못하자 수많은 계열사 및 자회사를 갖춘 모습을 띄게 됐다”고 말했다.
▲팬오션 인수로 늘어난 차입금 해소 및 일감 규제 해소도 필요
복잡한 지배구조에도 그동안 사업 확장에만 집중했던 하림그룹이 변화가 급해진 이유는 무리한 인수에 따른 차입금 증대 때문이다. 현재 하림그룹은 지난해 팬오션 인수로 순차입금이 급격히 확대되면서 재무상태가 악화됐다. 다수의 M&A가 완료된 현재 부채비율은 지난해 기준 261.7%까지 올라섰고, 순차입금이 지난해 말 기준 2조7797억원으로 늘면서 순차입금의존가 무려 40.4%에 달한다. 더군다나 파이시티 사업부지를 4525억원에 매입하면서 하림그룹 전반적인 재무안정성이 심화됐다.
<사진=하림그룹 홈페이지 캡쳐> |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하림그룹은 최근 제일홀딩스를 코스닥 시장에 상장으로 차입금 상환에 나선다는 입장이지만 그때까지 지배구조개선이 우선과제가 됐다. 여기에 더해 하림그룹은 내년 대기업집단 재편입이 확실시되는 상황.
지난 9월 공정거래법 개선(대기업 기준 자산 총액 5조원에서 10조원 상향)으로 대기업집단에서 제외됐지만 현재자산규모 9조9000억원에 파이씨티를 더할 경우 연말자산재평가에서 10조원 이상이 추정된다.
대기업집단에 재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 신규 순환출자, 채무보증 등 수많은 규제를 받게 된다. 그동안 핵심계열사 간의 내부거래로 지적됐던 하림그룹 입장에서는 공정위가 정한 일감몰아주기 규제에 따라 계열사간 거래 규모도 줄여야한다. 제일홀딩스와 하림홀딩스 등 2개 지주회사를 가지고 있어 복잡한 순환출자와 지배구조 전환도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하림그룹은 대부분의 관계사 지분율이 50%를 상회하는 데다 1차 산업인 축산업부터 식품 가공 및 시장 유통까지 통합 운영하는 방식으로 각 사업부분들이 서로 단계별 수직 관리를 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 지난해 기준 하림그룹의 주요 계열사 중 선진의 내부거래 매입 비중이 26.%, 한강씨엠 40.5%, 주원산오리는 무려 47.1%에 달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고정 매출처 확보를 통한 전방교섭력 및 가격결정력 강화가 원활한 판매가격 인상으로 이어진다는 장점이 있어 그룹 전반에 있어선 수익에 기여하는 구조지만 이로인해 내부거래 논란이 지적되 왔다"며 "내년 하림그룹의 대기업집단 재편입이 가시화되면서 지배구조 개선에 박차를 가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집단 소속 계열회사가 자본을 교환형식으로 출자하는 상호출자 및 채무 보증에 제한을 받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석우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하림그룹의 지난 5년의 실적추이를 보면 그룹, 특히 사료부분의 경우 수직계열화로 영업창출이 지속돼 현재까지의 차입금 상환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면서도 "내년 대기업집단 재편입이 될 경우, 이 같은 수직계열화가 지속될지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하림홀딩스 관계자는 “효율성을 높이는 차원에서의 움직임일 뿐”이라며 “(대기업집단 재지정과 관련) 올해 초에도 대기업집단 지정 이슈가 거론됐을 때도 이와 무관하게 지금까지 해오던 사업들과 움직임을 지속해 왔다. (그룹 내 움직임은) 사업재편과 무관하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뉴스핌 Newspim] 전지현 기자 (cjh7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