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이번 주 뉴욕 증시는 오는 8일(현지시각)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라 움직일 전망이다.
지난주 뉴욕 증시는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승리 가능성을 급박하게 반영하면서 약세를 보였다.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 트럼프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접전을 펼치면서 클린턴 후보의 승리를 자신했던 시장은 급격히 위축됐다.
4일 다우존스 지수는 전날보다 42.39포인트(0.24%) 내린 1만7888.28에 거래를 마쳤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2.04포인트(0.24%) 낮아진 5046.37에 거래를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3.48포인트(0.17%) 하락한 2085.18을 나타내 1980년 12월 이후 최장기인 9거래일 연속 약세를 이어갔다.
주간으로 보면 다우지수는 273포인트, 1.5% 하락했다. 7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S&P500 지수는 주간으로 41포인트, 1.9% 하락했고 나스닥지수는 무려 2.8% 급락했다.
◆ "트럼프 당선되면 증시 곤란".. 일단 관망
이번 주 증시는 8일 대선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횡보하는 모습을 보이다 결과가 나온 후 방향성을 타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전 미국 대선 경험으로 볼 때 한국시간으로는 9일 오후가 되어야 당선 윤곽이 확정된다.
트럼프 후보의 반교역 반이민 노선은 자본시장과는 정반대되는 것이기 때문에, 증시 전문가들은 대부분 트럼프 당성이 증시에 악재라고 본다. 이 때문에 3분기 미국 기업실적이 예상보다 좋게 나왔지만 시장 호재가 되지 못했다.
TD 증권은 "앞서 시장은 클린턴 후보의 승리 가능성을 크게 반영했지만, 이제 트럼프 후보의 승리 가능성도 커져 선거가 예상 밖의 결과를 내놓을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여론조사는 여전히 클린턴 후보가 유리해 보이지만 굉장히 격차가 타이트해졌고 여론조사 편차와 투표율이 낮을 가능성은 여전히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사진=블룸버그통신> |
지난달 28일 미 연방수사국(FBI)의 제임스 코미 국장이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이메일 재수사 방침 밝힌 후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는 접전을 벌이고 있다. 이에 금융시장 투자자들이 트럼프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자산 배분에 반영하면서 위험 자산 회피 현상이 강화했다.
페더레이티드 글로벌 얼로케이션의 필 올란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로이터에 "시장은 클린턴의 승리를 반영하고 있었고 (FBI 제임스) 코미 국장의 서신 이후 클린턴이 승리하지 않을 가능성도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 클린턴 승리=안도 랠리, 대체에너지주 강세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여전히 클린턴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이 경우 지난주 움츠러들었던 시장은 안도 랠리를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미 클린턴 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이미 가격에 반영돼 있었기 때문에 주식 강세는 제한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마거릿 양 CMC마켓 애널리스트는 "시장은 이미 클린턴 후보의 승리를 가격에 반영했다"며 "클린턴 후보가 승리할 경우 주가 상승은 제한될 것"이라고 말했다.
모간스탠리는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려는 클린턴 후보의 정책을 감안할 때 대체에너지 관련 주식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썬런과 넥스트에라 에너지, 퍼스트솔라와 같은 기업은 대체로 클린턴 후보의 승리로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 트럼프 승리=변동성 확대 후 회복
반면 트럼프 후보의 승리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Brexit) 국민투표와 같이 시장에 큰 충격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주 여론조사 결과 당선 가능성이 좁혀지면서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브렉시트 투표 이후 최고치인 22위로 치솟았다.
많은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트럼프 후보의 승리 직후 증시에서 대규모 매도세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미국 주식의 밸류에이션이 높다는 점은 추가 약세를 가능하게 한다는 분석이다. 바클레이스는 트럼프 후보의 승리 시 S&P500지수가 추가로 13%가량 떨어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트럼프 후보의 승리를 소화한 후 시장은 다시 펀더멘털에 집중하면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찰스슈와브의 컬리 사므라 매니저는 "우리는 고객들에게 진정하고 계속 가라고 조언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간스탠리는 '오바마케어(Obamacare)'를 폐기하려는 트럼프 후보의 정책이 제약주 약세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으며 크레디트스위스는 트럼프 후보의 승리로 방산주와 인프라 관련 주식이 수혜를 볼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 뉴욕시 월가의 뉴욕증권거래소(NYSE) 근처를 지나가는 행인들<사진=블룸버그> |
◆ 브렉시트와 연준의 '긴축 증거'도 관심
미 대선 외에도 브렉시트 역시 헤드라인을 장식하며 증시 재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영국 고등법원이 정부가 브렉시트 협상 시작을 의미하는 리스본조약 50조 발동하기 전에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판결하면서, 내년 3월 말 전까지 협상을 시작하려는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의 계획에 차질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7일 열리는 영국 하원의 브렉시트 토론이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
경제지표는 비교적 적은 편이지만 연내 한 차례의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연방준비제도(Fed)가 '약간의(some)' 추가 증거를 기다리겠다고 밝힌 만큼 이에 부합하는 지표가 있을지 역시 시장의 관심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9일에는 도매재고 및 판매가 10일에는 주간 실업수당 청구 건수 발표가 예정돼 있다. 11일에는 11월 미시간대의 소비자신뢰지수 예비치가 발표된다.
연준 인사들의 발언도 예정돼 있다. 8일에는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9일에는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가 연설에 나서며 10일과 11일에는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와 스탠리 피셔 연준 부의장의 연설이 이어진다.
[뉴스핌 Newspim] 김민정 특파원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