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이상 장기보증 中企 보증 심사 은행에 전가
BIS 비율 하락·위법 가능성 등 우려
[뉴스핌=김지유 기자] 은행권이 신(新)위탁보증제도에 반발하고 나섰다. 금융당국의 방침대로 공적 보증기관이 해야 할 보증업무까지 떠맡게 되면 은행의 손실 부담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지난 1일 16개 시중은행에 신위탁보증제도의 문제점에 대한 입장을 묻는 의견조회서를 배포했다. 금융당국에 줄곧 도입 거부 의사를 밝혀왔지만 해결되지 않아 집단행동에 나선 것이다.
신위탁보증제도는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 등 공적 보증기관으로부터 10년 이상 장기보증을 받은 중소기업의 보증 심사·발급업무를 은행에 넘겨 직접 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금융위 "민간 전문성으로 과잉 보증공급 문제 해결"
금융위원회는 오는 2017년부터 신위탁보증제도를 도입해 40년만에 정책보증제도를 개편한다고 지난 2015년 발표했다. 금융위는 장기간 보증에만 의존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안정적 기업에 보증이 편중된다고 보고 있다.
금융위는 신위탁보증제도 도입으로 그 동안 개선이 어려웠던 한계기업에 대한 과잉 보증공급 문제를 민간의 전문성(은행)을 통해 시정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이번 개편으로 장기보증 이용 기업이 보증을 연장하거나 추가 보증이 필요한 경우에는 보증기관 대신 은행을 방문해 보증대출 여부를 심사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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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은 신위탁보증제도가 정부정책에 협조할 수록 은행이 손해를 입는 구조라며 크게 반발한다.
◆은행권 "BIS 비율 하락 우려, 위법 가능성 존재"
먼저 신위탁보증제도에 따라 은행이 직접 보증을 선 대출에서 손실이 4% 초과 발생할 경우 은행은 직접 손실을 부담(대위변제)해야 한다. 은행권은 이로 인해 충당금 부담이 증가하고 BIS 비율(은행의 위험자산 대비 자기자본비율)이 하락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금융위는 은행이 4% 초과 대위변제를 하는 만큼 제 3의 기업고객에 대출금리를 높여 받아 은행에 손실이 없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은행들은 이럴 경우 고객에 피해를 입히고 대출금리가 높아져 기업고객을 잃는 손실이 발생한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이유는 신위탁보증제도 도입은 은행이 보증업무와 채무업무를 동시에 맡게 되면서 채권·채무 관계의 위법 문제가 발생한다는 주장이다. 민법 507조에 따르면 채권·채무가 동일인에 귀속되면 혼동으로 계약이 소멸된다고 명시돼 있다. 은행으로서는 보증을 서면서 손실까지 떠맡게 돼 채권·채무의 동일인이 됨으로써 계약 자체가 무효화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금융위는 민법 507조는 강행 규정이 아니라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법무법인은 신위탁보증제도가 민법 507조에 위반한다고 해석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는 정부정책을 따를 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일 수밖에 없다"며 "정책 발표 이후 줄곧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사를 밝히는 데도 무조건 따르라고 해 답답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지유 기자 (kimji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