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통신 인터뷰…"현 상태로 가면 2020년 핵무기 100개"
"차기 미 행정부에 말레이시아 북미회동 결과 전달할 것"
[뉴스핌=이영태 기자]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국무부 북핵 특사는 중국과 연대하는 현행 제재로는 북한의 핵개발을 저지할 수 없을 것이라며 내년 1월 출범하는 차기 미국 정권이 북한과 교섭을 시작할 시점을 신중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국무부 북핵특사가 지난 2014년 10월10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국제학술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사진=민주평통/뉴시스> |
갈루치 전 특사는 30일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과 한미일의 이해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중국이 북한의 핵 개발보다 북중 접경의 불안정화를 우려하는 이상 중국과의 연대를 축으로 하는 제재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 상황이 이어질 경우 북한이 2020년까지는 100개의 핵무기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보유할 가능성이 있다며 핵·미사일 개발 저지를 위한 북미 간 "대화의 실마리를 찾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갈루치 전 특사는 미국 차기 행정부 발족을 계기로 북한 김정은 지도부가 새로운 도발에 나설 위험성이 크다며,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이나 공화당 어느 쪽이 승리하더라도 대북 압력을 강화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북미 교섭 개시까지는 일정한 냉각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북한이 정전협정을 대신할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하는 반면, 미국은 비핵화가 우선이라고 맞서는 현 상황에 대해 협정을 염두에 둔 정치적 거래가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특히 완전한 핵 폐기는 아니더라도 핵개발 계획의 정지를 검증할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으로 북한과 합의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 갈루치 "차기 미 행정부에 말레이시아 북미회동 결과 전달"
한편 갈루치 전 특사는 "(지난 21~22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북미 간 트랙2(민간) 형식의) 대화결과를 차기 미 행정부 뿐 아니라 차기 행정부 인수팀에도 전달할 것"이라 밝혔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지난 29일 보도했다.
그는 지난 27일 VOA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북한 관리들과 만난 미국 인사들이 미국 차기 행정부에 이번 접촉 결과와 진지한 대북 관여 방안을 전달할 충분한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말레이시아 회동에는 갈루치 전 특사 외에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차석대표와 리언 시걸 사회과학원 동북아안보협력 프로젝트 국장이 참가해 북한의 한성렬 외무성 부상과 장일훈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 등을 만났다.
갈루치 전 특사는 "이번 접촉에서 얻어진 통찰이 현 정부와 차기 정부 인수팀에 혜택을 줄 수 있기 바란다"면서도 "이를 이행할 지 여부는 전적으로 미 정부의 결정에 달렸다"고 말했다.
이번 접촉에서 일종의 진전이 이뤄졌다는 분석과 관련해 "진전은 개인 자격으로는 얻을 수 없고 해당 정부가 이 같은 민간 대화를 통한 탐색 결과를 받아들여 대화에 나서야 비로서 성취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신은 북한과의 협상 재개를 선호하지만 상황이 맞아야 하고 이 과정에서 한국, 일본과의 협조가 우선순위"라고 덧붙였다.
트랙2 성격의 북미 간 접촉 일정과 참가자 선정에 관여한 미국의 한 소식통은 "이번 접촉은 올해 초 북측의 요청에 따라 이뤄졌으며, 뉴욕카네기재단이 미국 참가자들의 여행경비를 지원했다"면서 "그동안 북한 측 대화 상대였던 리용호가 지난 5월 외무상에 임명되는 등 상황 변화로 인해 10개월이란 장기간의 준비 과정을 거쳤다"고 귀띔했다.
갈루치 전 특사의 교도통신 인터뷰는 이보다 앞선 지난 11일 이뤄졌다.
[뉴스핌 Newspim] 이영태 기자 (medialy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