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매출 속에서도 제품 수명은 점점 짧아져 고민 깊어
[뉴스핌=강필성 기자] 최근 라면업계의 표정이 복잡하다. 요즘 대세라는 '부대찌개라면' 흥행이 오히려 더 고민스러운 과제를 안겨주고 있어서다. 함박웃음을 지어야 하지만, 속내는 그렇지 못한 이유는 뭘까.
부대찌개라면이 히트제품 반열에 올랐다는 것은 분명 긍정적인 신호다. 하지만 그 이면에서는 차기 신제품 연구에 대한 부담이 깔려 있다. 신제품의 수명과 회전율이 빨라졌다는 것은 업계의 최대 고민인 셈이다.
28일 라면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지난 8월 1일 출시한 ‘보글보글 부대찌개면’이 50일만에 100억원의 매출을 올린데 이어 지난 15일 200억원 매출을 돌파했다. 일부 대형마트에서는 신라면에 이은 2위 상품으로 등극했을 정도.
오뚜기 역시 9월 한달간 ‘부대찌개라면’을 600만개 팔아 치운 것에 이어 이달에도 600만개 이상 판매할 것으로 알려졌다. 누적 판매량은 1500만개, 역시 200억원 매출을 돌파했다.
통상 매출 100억원이 넘는 신제품은 ‘대박’ 상품으로 꼽힌다. 두 달 여만에 200억원의 매출을 돌파한 부대찌개라면에 업계의 기대가 높아지는 이유다.
다만 이 웃는 표정 뒤로는 고민도 적지 않다. 이에 앞서 짜장라면과 짬뽕라면 역시 이에 못지 않은 폭발적인 성장을 경험해봤기 때문이다.
라면업계 한 관계자는 “라면 신제품이 마치 유행처럼 급격하게 팔렸다가 서서히 매출이 줄어가는 경우가 반복되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새 제품에 큰 관심을 보였다가 다시 원래의 선호 제품으로 돌아간다는 이야기”라고 평가했다.
실제 라면업계에서 폭발적 인기와 함께 성장했다가 급격하게 하락 한 사례는 수두룩하다. 2011년 출시돼 업계를 뒤흔든 ‘꼬꼬면’은 이듬해 판매가 급락했고 그 외에도 짜장라면, 짬뽕라면 등이 모두 선풍적 인기를 끈 뒤 판매 하락을 겪은 바 있다. 이들이 판매 상승부터 하락하는 주기는 약 1년. 1년 이면 신제품의 수명이 다한다는 이야기다.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현재 부대찌개라면의 인기도 내년이면 수명을 다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라면업계가 부대찌개 라면의 성공에 마냥 웃을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과일소주, 허니버터칩 등 폭발적 인기를 끌었던 제품들이 결국 해를 넘어가며 무너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결국 제조사 입장에서는 신제품 연구개발을 통해 지속적으로 1년마다 신제품을 내놔야 매출이 유지된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들 제품 단가가 기존 라면보다 비싼 것을 봤을 때 라면업계에서 신제품 효과를 포기하기도 쉽지 않다. 가격 인상에 대한 저항이 큰 라면 특성상 제조사에서 신제품의 성공적인 안착이 요원한 일이다.
과연 부대찌개라면은 기존에 단명했던 신제품의 전철을 밟지 않을 수 있을까. 라면업계는 당분간 부대찌개라면의 흥행 이후를 두고 여전한 고민을 이어갈 전망이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