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반자카파와 김나영, 볼빨간 사춘기(사진 위로부터)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네버랜드엔터테인먼트, 쇼파르뮤직> |
[뉴스핌=양진영 기자] 올 초부터 하반기까지 혜성처럼 등장해 음원 차트를 휩쓴 김나영과 어반자카파, 볼빨간 사춘기. 초대형 기획사나 팬덤 없이 '음원킹'이 된 이들의 뒤에 페이스북 '좋아요'의 힘이 있었다.
지난해 말 발표한 음원 '어땠을까'로 음원 차트의 신데렐라가 된 가수 김나영. 최근 정규 앨범 타이틀곡 '꺼내본다'도 대형 아이돌 아이오아이, 방탄소년단이 득세하는 가운데 차트에서 순항 중이다. 초여름 무더위에도 장기 1위를 독식하며 주간 정상까지 밟은 어반자카파, 하반기 '대세' 밴드가 된 볼빨간 사춘기까지 음악과 입소문 만으로 음원 1위에 오른 영광의 주인공들이다.
특히나 이들 뮤지션들의 음원 선전에 앞서, 페이스북이란 SNS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됐다. 대형 소속사나 이미 커다란 팬덤을 구축한 팀이 아니기에, 이들의 이름을 알리고 퀄리티 높은 음악을 SNS 유저들이 알아볼 수 있게끔 한 마케팅이 힘을 얻었다는 분석이다.
◆ '기적의 아이콘' 김나영을 도운 '좋아요' 세례
올 초 각종 음원 차트 1위를 점령하며 '기적의 아이콘'이라 불렸던 가수 김나영은 당시 EXID의 역주행처럼 SNS 입소문으로 성공한 좋은 사례다. 당시 김나영의 '어땠을까'는 발매 후 조금은 낯선 이름에 비해 놀라운 인기로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누구기에 음원 1위냐'는 궁금증을 불러 일으킨 동시에 의혹도 많았다.
'어땠을까'가 흥행하는 동안 김나영은 여러 매체와 인터뷰에서 '버스킹의 힘'이라고 밝혔다. 그의 말은 일리가 있지만 누구든 버스킹을 한다고 음원 1위에 오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김나영이 2015년 말부터 올 초 차트에서 1위까지 치고 올라간 건 SNS, 특히 페이스북의 힘이 컸다.
김나영이 비교적 초반에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 건 '일반인들의 소름돋는 라이브'라는 페이지를 통해서였다. 동영상 콘텐츠 플랫폼 딩고를 통해 공개된 '또 다시 사랑(임창정)'의 라이브는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26일 기준 댓글 2928개, 공유 5168회, 재생 122만회를 자랑한다. 이 페이지의 좋아요 수는 무려 292만개.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지닌 페이지를 통해 인지도를 얻었단 얘기다.
가수 김나영의 라이브가 페이스북에서 인기다. <사진=페이스북 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소름돋는 라이브' 캡처> |
김나영의 '어땠을까'는 발매일인 지난해 12월30일, 페이스북 인기 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소름돋는 라이브'를 통해 공개됐고 이 영상은 선풍적인 반응을 얻었다. 현재 137만여 좋아요를 보유한 이 페이지에서 김나영의 영상은 댓글 5000여개, 공유는 1만1000여회를 넘겼고 재생횟수는 154만여 회를 찍었다. 실제로 페이스북을 활발히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김나영의 라이브를 한번쯤 접할 수 있었고, 몰라봤던 신인 여가수의 실력을 페이스북을 통해 알게 됐다. 이 과정이 음원 소비로 이어졌단 분석이 나온다.
지난 18일 발표한 김나영의 '꺼내본다' 역시 같은 페이지에 소개됐다. 이 역시 딩고를 통해 공개됐고, 74만여 조회수에 1만9000여 좋아요, 1만2000여 공유를 자랑한다. 또 그의 라이브 영상은 멜론의 동영상 플랫폼 '원더케이(1theK)'를 통해서도 공개됐다. 이 페이지 역시 176만여 명의 좋아요를 보유한 인기 채널이다. 김나영은 멜론이 유통을 담당하는 회사 소속이기에 '원더케이'를 통해서도 다양한 유저들과 더 쉽게, 가까이서 만날 수 있었다.
◆ 다양한 페이스북 선호 수혜자 '볼빨간 사춘기'·오래 쌓은 내공에 기폭제 얻은 '어반자카파'
볼빨간 사춘기의 경우에는 좀 더 다양한 창구로, 의도치 않게 페이스북 마케팅이 이뤄진 케이스다. 볼빨간 사춘기는 이미 Mnet '슈퍼스타K'에 출연하며 대중에게 친숙한 이름인데다, 지난 8월 말 풀 앨범 'RED PLANET(레드 플레닛)'을 발표하면서 다시 한 번 보컬 우지윤의 독특하고 신선한 음색과 감성 넘치는 음악으로 주목을 받았다.
여기에 페이스북의 힘이 보태졌다. 특히 첫 타이틀곡 '우주를 줄게'는 앞서 김나영의 케이스와 비슷한 듯 다르게 소비됐다. 독특하게도 볼빨간 사춘기의 '우주를 줄게'는 일반인 커버 버전 영상이 딩고를 통해 '일반인들의 소름돋는 라이브' 채널에 소개돼 화제를 모았다.
또 감성 넘치는 가사를 직접 적은 손글씨, 역시 페이스북 내 142만여 유저의 좋아요를 보유한 인기 페이지이자 자체 영향력을 갖춘 '피키캐스트' 영상을 통해 젊은 이들의 '좋아요' 세례를 받았다. 발매 2개월이 가까워오는 현재, 볼빨간 사춘기는 국대 최대 음원 사이트 멜론에서 '우주를 줄게' 3위, '나만 안되는 연애' 13위를 비롯해 총 4곡이 100위 안에서 선전 중이다.
어반자카파의 경우 그간 탄탄하게 쌓아온 음악적 활동을 기반으로 페이스북의 영향력이 인기의 기폭제 역할을 한 모양새다. 지난 5월 말 발표한 '널 사랑하지 않아'는 발매 직후 각종 음원 차트 1위를 차지하며 팀 자체가 대세 반열에 올랐다. 그간 꾸준히 질 좋은 음악과 공연으로 확보한 고정 팬층에 대중적 선호까지 아우르게 된 셈이다.
지난 8월에도 어반자카파는 빈지노와 함께 한 음원 '목요일 밤'으로 좋은 성적을 이어갔다. 어반자카파는 꾸준히 딩고와 활발한 협업을 해왔다. 딩고 프리스타일, 세상에서 가장 소름돋는 라이브 등의 채널을 통해 발표한 음원을 직접 부르는 라이브부터 누구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회식 라이브, 파이스트무브먼트(FarEastMovement)와 함께 한 콜라보 라이브까지 다양한 콘텐츠를 노출했고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특히 이들이 몸 담은 소속사는 페이스북 인기 채널을 다수 보유한 딩고를 운영하는 메이크어스(MakeUs). 그간 예열해온 팬들의 선호도를 '널 사랑하지 않아'로 대중적 인기로 확장했다는 점에 비추어 페이스북의 힘이 '1위 기폭제'가 됐음을 추론할 수 있다. 덧붙여 어반자카파는 자체 제작한 영상 콘텐츠도 수시로 노출하며 팬들과 직접 소통을 이어왔다. 공연에 강한 팀인 만큼 실력과 재미를 함께 담은 영상을 만들었다는 점도 '어반'만의 성공법이라 할 만하다.
[뉴스핌 Newspim]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