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스틱' 포스터 <사진=JTBC> |
[뉴스핌=황수정 기자] 이보다 '판타스틱'한 마무리가 있었을까.
JTBC 금토드라마 '판타스틱'(극본 이성은, 연출 조남국)이 22일 종영했다. 이소혜(김현주)는 암 투병으로 위기를 겪었지만 결국 살아났고, 사랑하는 류해성(주상욱)과 행복한 결혼생활을 이어갔다. 백설(박시연)은 시댁을 무너뜨리며 김상욱(지수)과 핑크빛 미래를 예상케 했다. 물론 홍준기(김태훈)가 죽긴 했지만, 그는 웰다잉의 의미를 한층 더 강조하며 여운을 남겼다.
◆ 시한부? 불륜? 막장 없는 유쾌한 드라마
'판타스틱'은 앞서 '라스트' '황금의 제국' '추적자' 조남국PD와 '슬픈연가' '세친구' '남자셋 여자셋'의 이성은 작가가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조남국PD는 앞서 제작발표회에서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미래를 걱정하지 말고 주어진 현실에 충실하고 행복하게 사는게 가장 행복한 사람 아닐까란 이야기를 전달해드리고 싶어서 기획했다"고 전했다. 이성은 작가는 "드라마를 보면 몸에 좋은 비타민과 보약을 먹은 것처럼 행복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두 사람의 자신감대로 '판타스틱'은 방송 내내 호평받으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처음부터 극중 이소혜가 시한부를 선고 받았음을 밝혔고, 그 이후 살아가는 과정에 대해 집중했다. 뻔한 '시한부'라는 우려에도, 울고 짜는 신파가 아닌 유쾌한 이야기로 차별점을 더했다. 또 시한부가 한 명이 아닌 두 명으로, 시한부 의사였던 홍준기는 시한부 환자 이소혜에게 어떻게 하면 남은 인생을 즐길 수 있는지 혹은 포기하지 않을 용기를 북돋으며 긍정적 분위기를 더했다. 죽음을 앞둔 홍준기는 눈물 대신 웃음 넘치는 장례식 '아듀파티'를 열여 지인들과 행복한 안녕을 고하기도 했다.
백설과 김상욱의 막장 불륜도 없었다. 유부녀인 줄 모르고 만난데다, 연상연하였던 두 사람은 오히려 귀여운 케미로 극의 재미를 더했다. 김상욱은 서툴지만 순수한 매력으로 백설의 조력자를 자처했고, 애정을 기반으로 했지만 시댁에 사이다를 선사하며 오히려 시청자들의 응원을 받았다. 물론 백설의 시댁이 과하게 막장으로 그려지며 현실과는 동떨어진 듯한 부분이 있긴 했지만, 이로 인해 백설의 일탈을 시청자들에게 합리화 시켜줬다.
'판타스틱'이 막장 없는 유쾌한 스토리로 호평받았다. <사진=JTBC '판타스틱' 캡처> |
◆ 배우들의 하드캐리+투혼 빛났다
김현주는 전작 SBS '애인있어요'에서 1인2역을 마친 후, '판타스틱'에서 암 말기 선고를 받은 스타 작가로 분했다. 김현주는 기자간담회에서 "나도 여자고 극중 인물과 나이가 비슷해 충분히 있을 수 있는일이라 더 안쓰러웠다"며 "만약 내 죽음과 정해져 있는 시간을 안다면 그 공포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것 같더라. 그러나 이 드라마를 통해 오늘을 더 열심히 살아야겠단 생각을 하게 됐다"로 전했다. 사랑하지만 주변 상황 때문에 다가가지 못하는 아픔부터 암으로 인한 고통, 죽음에 대한 두려움, 사랑하는 사람들과 행복해하는 모습 등 김현주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캐릭터의 감정을 세밀하면서도 깊게 표현해내며 무게감을 더했다.
주상욱은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드라마의 분위기를 '발연기'로 코믹함을 더했다. 주상욱은 "처음 대본 받았을 때는 발연기가 쉬울 줄 알았다. 그런데 잘 안되서 다른 것보다 발연기 하는게 가장 힘들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나 주상욱은 망가짐을 불사한 다양한 발연기로 인해 오히려 연기력을 입증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만들어냈다. 여기에 더해 주상욱은 사랑하는 사람의 고통을 지켜봐야 하는 진지한 감성 연기까지 자유자재로 소화하며 '인생캐릭터'를 만났다는 평이다.
2년 여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한 박시연은 우려의 시선을 말끔히 지우는 호연을 펼쳤다. 촬영 도중 급성골수염 수술로 위기를 맞았던 지수는 끝까지 촬영장을 지키며 투혼을 펼쳐 박시연과 함께 아름다운 서브 커플을 탄생시켰다. 뿐만 아니라 극의 메시지를 전하는 핵심 인물이었던 김태훈과 감초 역할을 더했던 김재화, 임지규, 김정난, 조재윤 등 곳곳에서 신스틸러들이 활약하며 보는 즐거움을 선사했다.
'판타스틱'이 배우들의 호연과 웰다잉 메시지로 호평받았다. <사진=JTBC '판타스틱' 캡처> |
◆ '웰다잉' 인생의 의미 전하다
'판타스틱'이 호평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웰다잉'에 대한 메시지로 의미를 더했기 때문. 시한부로 죽으면서도 지인들에게 웃음과 용기를 전한 극중 홍준기는 "시한부 아닌 사람이 어디 있어요? 그저 오늘 감사하고 행복하게 사는 거죠" "어떻게 죽을까 생각하다보면 어떻게 살지 답이 나오거든요" "죽음이 그렇게까지 두렵거나 힘들지 않다는 거 보여주고 싶었어요" 등 명대사를 남기며 시청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했다.
조남국PD는 "삶의 마지막 순간에 바다와 하늘과 또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한 번만 더 볼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지 마라. 지금 그들을 보러 가라. 마지막 순간에 간절히 원하게 될 그것을 지금하라"며 쿼블러로스의 '인생수업' 한 구절을 인용했다. 마지막회에서 극중 이소혜 역시 살아난 후 "이 통증 가득한 삶을 포기하지 않기로 했다. 때론 아프고 괴로웠지만 그럼 좀 어때. 살아있다는 것보다 더 큰 축복은 없다"며 삶의 소중함과 현재, 이 순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인간이라면 한번쯤 생각하게 되는 '죽음'을 무겁게만 다루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에 충실해야 한다는 의미를 일깨워줬다. 홍준기의 죽음을 통해 '웰다잉'의 의미를 던지는 역설적 과정으로, 이소혜가 살아난 것이 뻔한 해피엔딩이 아니게 됐다. '판타스틱'은 많은 시청자에게 공감과 힐링을 선사하며 판타스틱하게 마무리를 지었다.
[뉴스핌 Newspim] 황수정 기자(hsj121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