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 차원 美 국채 매물..시장 변동성 확대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사우디 아라비아가 이머징마켓 역사상 최대 규모의 채권 발행에 나서면서 금융시장을 흔들고 있다.
채권 딜러들이 175억달러에 이르는 사우디 채권을 헤지하기 위해 장기물을 중심으로 미국 국채 매도에 나서면서 시장 금리를 끌어올리고 있다.
<사진=블룸버그> |
19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사우디의 사상 첫 달러 표시 채권 발행 규모가 175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당초 예상했던 100억~150억달러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이는 이머징마켓 역사상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메가톤급 채권 발행이 이뤄질 때 딜러들은 국채를 매도해 인수에 참여하는 채권에 대해 헤지하는 전략을 취한다. 또 이를 통해 물량이 시장에서 소화될 때까지 시간을 벌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조지 곤칼브스 노무라증권 리서치 헤드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대규모 신규 발행 물량이 쏟아질 때 통상 채권시장에 구축 효과를 일으키게 마련”이라며 “이는 국채시장에 악재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 상승으로 인해 가뜩이나 국채 수익률이 상승 탄력을 받은 데 이어 사우디의 채권 발행이 또 한 차례 파장을 일으켰다는 얘기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원하는 투자자들이 사우디 채권에 몰려들면서 국채 수익률을 추가로 끌어올리는 한편 채권시장 변동성을 높일 것으로 시장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날 장중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강보합을 나타내며 1.74% 선에서 움직였다. 30년물 국채 수익률은 지난주 11bp 급등하며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메리 앤 헐리 D.A. 데이비드슨 채권 부대표는 CNBC와 인터뷰에서 “사우디의 채권 발행에 따른 파장이 상당하다”며 “상당 규모의 물량이 고정 이자율로 발행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른 반대 매매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사우디 채권에 대한 투자자들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사우디가 최대 13조달러로 추정되는 유전과 함께 상당 규모의 해외 자산을 보유한 산유국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투자 안전성이 높다는 것이 월가의 판단이다.
또 안정적인 이자 소득을 추구하는 국부펀드를 필두로 기관 투자자들이 사우디 채권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다만, 이번 로드쇼에 참가한 일부 기관 투자자들은 사우디 측이 국제 유가 향방에 대해 구체적인 전망을 제시하지 않은 데 대한 불만을 내비쳤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