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종달 골프전문기자]“가족과 지인들이 지켜보는 고향에서 우승해 상금 전액을 기부하고 싶어요.”
올 시즌 일본투어(JGTO) ‘후지산케이 클래식’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등 일본에서만 2승을 기록중인 조민규(28·타이틀리스트)가 “20일부터 경북 칠곡의 파미힐스CC에서 개막하는 DGB금융그룹 대구경북오픈에서 국내 첫 우승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민규 <사진=KPGA> |
그는 “프로로 데뷔해서 고향인 대구 경북 지역에서 대회를 해본 적이 없어요. 같은 기간 일본투어에서 이 대회보다 큰 상금 규모의 대회가 있지만 고향에서 펼쳐지는 대회에 참가해서 좋은 성적으로 지역 팬들에게 보답하고 싶다”고 했다.
그의 고향은 대구광역시다. 지금도 대구, 경북 지역에 친, 인척과 지인들이 많다.
그는 대구 성동초등학교 4학년 때 아버지를 따라 골프연습장에 놀러 갔다가 골프를 처음 접했다. 아버지는 아들이 골프 선수가 되길 원했지만 조민규는 크게 와 닿지 않았다. 그러던 중 1998년 11월, 박세리가 주최한 ‘세리배 골프대회’가 대전 유성CC에서 열렸다. 그는 아버지 손에 이끌려 대회장을 찾게 됐다. 이때 대회에 참가한 김성윤(34)의 플레이를 보고 매료됐다.
그는 “(김)성윤이형을 9개홀 정도 따라다니면서 본 것 같다. 뭔가 다른 선수들이랑 달랐다. 그때 성윤이형과 함께 찍은 사진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나도 저렇게 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집에 와서 아버지께 골프 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회상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아버지 사업 차 가족 모두 필리핀으로 이동하면서부터 그는 본격적으로 골프를 시작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연습장에서 만난 한 일본인 할아버지의 말에 이끌려 일본행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그는 “지금 생각해보면 참 겁이 없었던 것 같다. 우연히 연습장에서 만난 일본인 할아버지께서 경기 경험을 쌓으려면 일본에서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얘기했다. 당시 필리핀 지역이나 아시안투어는 지금과는 달리 대회 수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일본으로 가기로 마음 먹었다”고 했다.
2006년 아버지, 형과 함께 일본으로 날아간 그는 작은 대회에 참가하면서 시합 감을 익히다가 경험 삼아 출전한 일본투어 큐스쿨에서 덜컥 합격하며 일본에서 투어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그때는 지금처럼 일본투어에 한국 선수들이 많지 않았다. 김종덕, 장익제, 허석호, 이동환 등의 선배 선수들이 뛰고 있었고 함께 큐스쿨을 통과한 선수 중에는 정준, 김형태, 이승호 선수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2007년에 이어 2008년 역시 큐스쿨을 통해 일본투어에서 활약한 그는 2008년 8월 KPGA 투어프로(정회원) 자격을 취득했다. 이후 2008년에 일본투어 상금랭킹이 100위권 밖으로 밀려 시드를 잃고 큐스쿨에 응시했지만 탈락하고 말았다. 한국에서도 큐스쿨에 도전했지만 이마저도 떨어져 한국과 일본 모두 투어카드를 얻지 못했다.
특히 KPGA 코리안투어 큐스쿨 예선전 때는 마지막 18번홀에서 7m를 남겨두고 쓰리 퍼트를 해 매칭스코어카드 방식 끝에 고배를 마시는 불운을 겪었다.
그는 “저를 포함해서 같은 스코어를 기록한 선수가 4명이었는데 그 중에 3명이 본선에 진출하고 1명이 탈락하는 거였다. 탈락한 1명의 선수가 바로 나였. 잔인했죠.”라고 말했다.
2009년 KPGA 챌린지투어(2부투어)에서 활약하며 절치부심한 그는 다시 일본투어 큐스쿨에 도전했고, 기어코 합격증을 손에 쥐는 뚝심을 보였다.
2010년 일본투어 ‘나가시마 시게오 인비테이셔널’ 에서 연장 접전 끝에 준우승을 차지했지만 가능성을 보인 그는 서서히 실력을 끌어올린 뒤 마침내 2011년 ‘간사이오픈’ 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같은 해 한국에서는 '제30회 GS칼텍스 매경오픈’ 에서 공동 2위를 차지하며 전성기를 알렸다.
2012년에는 한국과 일본의 프로골프 국가대항전인 ‘밀리언야드컵’이 일본에서 개최되었고 그는 한국 대표 선수로 선발돼 한국팀의 승리에 기여하기도 했다. 대회 첫 째날 포섬 스트로크 플레이로 장익제(43)와 호흡을 맞춘 그는 마지막 18번홀에서 멋진 칩인 버디를 잡아냈고, 이 장면은 그 해 KPGA 코리안투어 ‘베스트 샷’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승승장구할 것 같던 그는 원치 않는 슬럼프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이때 그의 손을 잡아준 사람은 함께 투어를 뛰기도 했던 정준(45) 이었다.
그는 “한국에 올 때마다 정준 프로님을 찾아가 샷을 점검 받아요. 힘든 시기에 도움을 주신 고마운 분이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후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활약한 그는 지난 9월 일본투어 ‘후지산케이 클래식’에서 일본의 간판 이시카와 료(25)의 추격을 따돌리고 생애 두 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우승컵을 품에 안은 그는 골프장이 아닌 야구장(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 모습을 나타내기도 했다. 지난 3일 그의 고향인 대구를 홈으로 사용하고 있는 삼성라이온즈와 LG트윈스의 프로야구 경기에서 경기 시작 전 시구를 한 것이다.
그는 “삼성 라이온즈 소속의 (이)승엽이형과 친분이 있는데 승엽이형이 ‘우승하게 되면 시구 한 번 하라’ 고 계속 얘기했다. 이번에 일본에서 우승을 하자 승엽이형에게 연락이 왔고 시구를 하게 됐다. 재미있는 경험이었고, 골프도 야구처럼 대중스포츠로 거듭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본을 주무대로 활동하는 그는 꾸준히 KPGA 코리안투어에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는 “일본에서 활동하고는 있지만 저의 뿌리는 한국이다. 한국 시합이 많아지고 투어가 활성화되어야 좋은 선수들이 배출되고 해외로 진출할 것이다. 한국에서 우승하고 싶은 꿈도 있지만 KPGA 코리안투어 활성화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이번 DGB금융그룹 대구경북오픈을 앞두고 형과 상의한 끝에 획득 상금 전액을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고향에서 개최되는 대회이기 때문에 출전하는 것 자체도 의미가 있지만 좀 더 뜻 깊은 일을 하고 싶다. 아직 얼마의 상금을 획득하게 될지 모르지만 더 많은 기부를 위해서라도 순위를 끌어올릴 작정이다”고 웃으며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종달 골프전문기자 (jdgolf@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