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성 없고 오히려 지배구조 개편 명분 될 수 있어
[뉴스핌=황세준 기자] 삼성전자는 미국 헤지펀드 앨리엇매니지먼트의 기업분할 요구에 대해 덤덤한 반응이다.
6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엘리엇매니지먼트 계열사인 블레이크캐피털과 포터캐피털이 이사회에 서신을 보내 기업분할, 30조 배당 등을 요구한 것 관련해 별도의 내부 비상대책회의 개최 등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서울 서초동 삼성 사옥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시장 일각에서는 지난해 삼성물산을 공격했던 엘리엇이 삼성전자에 화살을 돌린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으나 회사측은 "주주제안에 대해 신중히 검토한다"는 공식 입장 외에 추가 대응은 하지 않을 방침이다.
삼성전자로서는 엘리엇의 이번 제안을 주총 의결사항에 올려야 할 의무가 없다. 국내 상법상 주주제안권은 3% 이상 주주에 대해서만 인정하고 있는데 이번에 레터를 발송한 2곳의 지분율은 0.62%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회사 내부적으로는 앨리엇측의 레터 발송이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불거졌던 이른바 '엘리엇 대첩'의 재현으로 이어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앨리엇측은 레터에서 이번 제안이 지배구조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서 창업주 가족의 지배 지분은 유지하면서 주주들에게 보다 나은 환원 및 가치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피력했다.
또 삼성전자가 반도체, 모바일, 디스플레이 및 가전제품 분야에서 전계의 소비자와 투자자들로부터 높이 평가받고 있다는 점은 창업주 가족과 삼성전자 경영진의 공로로서 찬사를 받아 마땅하다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삼성은 그룹 차원에서 이미 지난달 28일 수요 사장단 회의를 통해 '글로벌 헤지펀드 트렌드와 주주친화정책 대한 강의'를 진행하는 등 혹시 모를 사태에 대한 대비도 해 온 상황이다.
곧, 삼성전자의 '신중한 검토' 입장은 의례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엘리엇의 이번 제안을 시간을 두고 면밀히 검토해 실제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취할 부분을 가려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미 시장에서는 이번 엘리엇의 제안이 지주회사 체제로의 삼성 지배구조 개편에 힘을 싣는 재료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삼성이 거칠 것으로 예상되는 대부분의 내용이 엘리엇의 제안에 포함됐다"며 "결론적으로 엘리엇은 삼성이 스스로 내세우기 힘들었던 삼성전자의 인적분할과 지주전환 명분을 세워준 격"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아울러 "30조원 배당 요구는 과한 측면이 있지만 삼성이 경영권 승계와 삼성전자 인적분할을 위해 대규모 주주친화정책을 예상했기에 걸림돌이 되기보다는 규모, 정책, 스케줄의 문제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블레이크와 포터는 이번 제안의 실행 여부와 관계 없이 삼성그룹 계열회사 주식이나 다른 지분 또는 채권 보유를 늘리거나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황세준 기자 (hs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