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방정부, 부동산 투기 억제 위해 정책적 규제 확대
정책 효과는 내년쯤, 저금리 대출 정책 개선 급선무
[뉴스핌=배상희 기자] 중국 부동산 시장이 투기 광풍에 휩싸이자 정부가 서둘러 투기 규제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2014년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부양책을 꺼내든지 2년도 안돼 시장이 투기로 몸살을 앓게 되자 정책 방향을 급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최근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중국 지방 정부들이 속속 내놓고 있는 부동산 규제책의 본격적인 효과가 내년쯤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근본적으로 중국 부동산 시장의 거품을 거둬내기 위해서는 부동산 투기 및 부채 확대의 주요 원인인 저금리 신용대출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바이두> |
◆ 전환점 맞은 中 부동산 시장, 정부 투기 규제 강화
중국 지방 정부의 부동산 시장 규제 움직임은 국경절(10월 1일)을 전후해 더욱 농후해지고 있다.
4일 중국 신화망(新華網)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3일 현재까지 중국 9개 도시에서 부동산 시장 투기억제책을 발표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베이징(北京)과 상하이(上海), 광저우(廣州) 등 1선도시에서 2∙3선 도시까지 빠르게 확산되면서, 현재까지 총 16개 도시와 지역에서 규제책이 마련됐다.
중국 지방정부들은 부동산 투기억제를 목적으로 '하나의 도시, 하나의 정책'을 기치로 내건 도시별 맞춤형 정책을 내놓고 있다. 현재까지 나온 부동산 규제책은 크게 ▲선납 계약금 비율 확대 ▲주택담보대출 규모 축소 ▲외지호적자의 주택 구매수량 제한 ▲주택 구매 면적 하한선 규정 ▲연쇄 정책 마련을 통한 규제 강도 조정 ▲시장 관리감독 강화 등으로 요약된다.
우선 중국 정부는 주택 구입시 선납 계약금의 비율을 확대하고 담보대출규모를 축소함으로써 진입장벽을 높였다. 베이징시의 경우 생애 첫 번째 일반주택 구입자와 두 번째 일반주택 구입자가 납부해야 하는 계약금의 하한선을 각각 35%와 50%로 높였다. 일반주택 외 주택 구입자의 경우 하한선은 70%로 상향 조정됐다.
지난(濟南)시는 주택담보대출의 상한액을 가구의 경우 기존 70만 위안에서 60만 위안으로, 개인의 경우 40만 위안에서 30만 위안으로 축소했다. 우한(武漢)시는 두 번째 주택 개인구매자의 주택담보대출을 일시적으로 중단시켰다.
항저우(杭州), 쑤저우(蘇州), 톈진(天津) 등은 시에 호적을 두지 않은 외지호적자의 주택 구매 제한책을 마련했다. 대표적으로 항저우시는 외지호적자가 호적이전을 통해 항저우시의 부동산 구입 및 각종정책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한 정책을 시행 10년만에 잠정 중단키로 했다.
정저우(鄭州)시는 시 호적을 가진 2채 이상의 다주택자와 1채 이상의 주택을 보유한 외지호적자에대해 180m2 이하 규모의 주택 매입을 전면 금지시켰고, 샤먼(廈門)시는 144 m2 이하의 주택매입을 제한하는 정책을 내걸고 부동산 시장 투기 규제에 나섰다.
잇단 정책 발표로 규제 강도를 높이는 도시들도 있다. 항저우시는 최근 열흘간 세 차례에 걸쳐서, 정저우시는 지난 20일간 두 차례에 걸쳐 억제책을 내놓으며 규제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밖에 중국 정부는 투기세력을 잠재우기 위해 부동산 시장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나섰다. 중국 주택도시건설부는 3일 베이징 루이팡(銳房)부동산, 상하이 훙민(虹民)부동산 등 부동산 개발상과 중개상 45곳을 적발하며 강도 높은 조치에 나섰다. 이들은 허위 광고나 악의적인 유언비어를 퍼뜨려 시장 과열을 조장하고, 분양 주택을 선매한 뒤 분양 시기를 늦추면서 집값 상승을 부추긴 혐의를 받고 있다.
◆ 부동산 폭주 제어…저리대출 규제가 '관건'
중국 전문가들은 향후 더욱 강도 높은 부동산 투기억제책이 나올 수 있으며, 이 같은 정책의 효과는 내년 초쯤 드러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장다웨이(張大偉) 중위안(中原)부동산 수석애널리스트는 "현재까지 나온 억제책의 강도로 볼 때 베이징시의 규제 강도가 가장 높은 편"이라면서 "향후 드러날 정책 효과를 통해 다른 도시들 또한 더욱 강도 높은 후속조치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중이(朱中壹) 중국 부동산업협회 부회장은 "현재까지의 정책은 부동산 투기 방지 및 거품 해소가 그 목적으로, 대체적으로 완곡한 편"이라면서 "향후 도시별로 추가 정책 마련의 필요성이 생겨날 수 있으며, 정책 효과가 서서히 드러나면서 집값 상승속도는 다소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옌웨진(嚴躍進) 이쥐(易居) 싱크탱크센터 연구총감은 "일반적으로 시장의 전환주기는 정책의 전환주기와 비교해 6개월 정도 늦게 나타난다"면서 "이에 부동산 억제책의 진정한 효과는 내년 초에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년 2분기에는 일부 도시에서 주택 재고 물량이 남고, 집값이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와 함께 저금리 신용대출 정책 개선 등 강도 높은 규제책이 추가로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시장 전문가들은 부동산 과열의 주요 원인이 연초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재고 소진(去庫存)을 목적으로 한 신용대출 완화책에 있다고 진단한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중국 정부가 경기부양 차원에서 쏟아낸 값싼 자금이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부동산으로 빠르게 유입되면서 부동산 시장의 거품을 키웠다는 설명이다.
장 애널리스트는 "전면적인 신용대출 긴축정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어떤 정책 또한 장기적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면서 "신용대출 자금이 부동산 시장 외에, 실질경제로 유입될 수 있는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부동산 재고소진 정책 또한 도시별로 구분돼야 한다"면서 "집값이 폭등하고 있는 1∙2선 도시에는 신용대출 긴축 정책을 실시하고, 주택 재고량이 많은 3∙4선 도시에는 대출 금리 혜택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주 부회장은 "올해 초 정부가 내놓은 신용대출 완화책이 실제로 주택 재고 소진에 있어 큰 효과를 이끌어 냈다"면서 "다만, 현재는 주택시장의 공급과 수요 변화로 1∙2선도시를 중심으로 한 투기현상이 발생하고 있고, 레버리지(차입비율)가 지속 확대되는 부작용을 낳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높은 레버리지 비율 축소와 주택재고량 해소라는 두 가지 방향을 겨냥한 부동산 정책의 조정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뉴스핌 Newspim] 배상희 기자(b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