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적 추가 조치 요구 정면 거부…위안부 합의 여론 악화
외교부 "작년 12월28일 합의는 양자간 외교현안 타결 의미"
[뉴스핌=이영태 기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군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사죄 편지' 발송을 "털끝만큼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단호하게 거부한 것에 대해 한국 정부는 "구체적인 언급을 자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병세 외교부장관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일본 외무상 <사진=뉴시스> |
외교부 조준혁 대변인은 4일 정례브리핑에서 "아베 총리의 관련발언, 특히 구체적 표현에 대해서는 언급을 자제하고자 한다"며 "정부로서는 12월28일 합의의 정신과 취지를 존중하는 가운데 피해자 분들의 명예 및 존엄회복, 마음의 상처 치유가 조속히 이루어지도록 일본 측과 계속 협력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조 대변인은 아베 총리의 사죄 편지 거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첫 번째, 한일 양자 간 외교현안, 두 번째 보편적 인권문제로서의 글로벌이슈, 그리고 세 번째 기억되어야 할 역사의 교훈으로서의 역사성, 그리고 네번째 피해자 개인의 존엄과 명예회복이라는 복합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 문제"라면서 "작년 12월 28일 합의로 타결된 것은 이러한 여러 가지 측면 중에서 한일 양자간 외교현안으로서의 위안부 피해자 문제이며, (오준) 주유엔대사의 언급도 그러한 맥락에서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합의가 성실히 이행된다는 전제 하에 한일 양국 정부 간 외교현안으로서의 위안부 피해자 문제가 다시 정부 차원에서 제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미이며, 전시 성폭력 등 보편적 가치로서의 여성인권, 인권보호 증진을 위한 국제사회의 논의 참여 등 다른 측면에서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는 의미로 이해하시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오준 주유엔대사는 전날(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유엔대표부 국정감사에서 "(위안부 문제는) 한일 간 양자적 문제로 종식된 것이지, 국제적 문제로서 위안부 문제가 종식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오 대사는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이 "(한일 정부 간 위안부 문제 합의는) 피해자의 입장이 빠진 잘못된 협상"이라고 비판하자 "우리는 한일 간 외교 문제로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외교관계를 정상화하려는 의지로 합의한 것으로 이해한다"면서 ""작년 12월 합의가 있었다고 해서 유엔 등 국제무대에서 논의가 계속되는데 대해 직접적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국제 문제, 다자적 문제로서 위안부 문제, 전시 여성 성폭력 문제는 (작년) 12월 합의로 종식된 게 아니다"라고 답했다.
논란이 된 '사죄 편지'는 지난해 12월28일 한일 간 위안부 문제 합의에 추가된 내용으로 한국 정부는 합의에 따라 일본에서 10억엔을 지급할 때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아베 총리의 사죄 편지를 함께 보내는 방안을 요구한 바 있다.
아베 총리는 전날 일본 국회에서 지난해 한일 간 위안부 문제 합의에 추가해 일본측에서 위안부 피해자에 사죄 편지를 보낼 가능성이 있느냐는 민진당 오가와 준야(小川淳也) 의원의 질의에 "(지난해 12월 한일간) 합의 내용을 양국이 성실히 실행해 나가는 것이 요구된다. (편지는 합의) 내용 밖"이라며 "털끝만큼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사죄 편지는 한일 합의에 포함된 것이 아니며, 최근 군위안부 지원 재단에 대한 10억엔(약 108억원) 송금으로 일본의 합의 이행은 종결됐으며, 따라서 위안부 문제는 '최종적·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일본 총리의 사죄 편지는 실제로 작년 12월28일 한일 외교장관 간 합의에는 포함되지 않는 내용이다. 하지만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이 대신 읽은 아베 총리의 사죄를 편지 형식으로 옮기는 것을 총리 스스로 거부한 것은 사죄의 진정성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 아베 총리는 국회에서 한일 합의에 명시된 사죄 문구를 자신의 입으로 읽는 것도 여러 차례 거절한 바 있다.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 일부와 상당수 국민이 한일 합의에 강하게 반대하는 상황에서 피해자 상처 치유 및 명예훼손 사업 진행에 난항이 예상되자 비록 합의에 없지만 일본 정부가 추가적인 '감성조치'를 취해주길 희망했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29일 "일본 측이 위안부 피해자분들의 마음의 상처를 달래는 추가적인 감성적인 조치를 취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아베 총리는 한국 정부가 일본 측에 위안부 피해자들의 마음의 상처를 달래는 감성적 부분 추가 조치를 요구한 것을 정면으로 거부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베 총리는 지난 8월15일 일본 패전일에 열린 희생자 추도식에서도 "전쟁의 참화를 결코 반복하지 않겠다"며 "역사를 겸허하게 마주해 세계 평화와 번영에 공헌하겠다"고 말했지만 가해자로서 일본의 책임은 언급하지 않았다.
조 대변인은 일본 측이 북핵 고도화에 따라 제기하고 있는 한일 간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GSOMIA, general security of military information agreement) 체결이 위안부 문제와 연동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정부 어디에서도 그 두 가지 사안이 연계됐다고 한 적은 없는 것 같다"며 "완전히 별개의 사안"이라고 규정했다.
일본 측이 한일 합의에 따라 요구하고 있는 소녀상 이전 문제에 대해선 "소녀상 문제에 대해서는 누차 말씀드렸듯이 합의문에 있는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고 답했다
한일 외교장관 간 합의문에는 "일본 정부가 한국 소녀상에 대해 공관의 안녕을 우려하는 점을 인지하고 관련단체와의 협의하에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한다"고 명시돼 있다.
[뉴스핌 Newspim] 이영태 기자 (medialy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