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외교장관 전화통화…광복절 앞둔 '졸속' 합의 논란도
[뉴스핌=이영태 기자] 일본 정부가 지난해 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한 한·일 합의 이행 차원에서 한국이 설립한 '화해·치유재단'에 10억엔을 출연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윤병세 외교장관(왼쪽)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 <사진=뉴시스> |
윤 장관은 12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과의 통화에서 한국 정부가 지난달 위안부 문제 합의 이행을 위해 화해·치유재단을 설립한 것을 설명했고, 기시다 외무상은 한국 정부의 노력을 평가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한·일은 지난해 12월28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를 통해 한국 정부가 설립하는 재단에 일본 정부 예산 10억엔을 출연하고 위안부 피해자 지원사업을 하기로 했다. 일본이 10억엔을 출연하면 합의는 이행된 셈이다.
이는 지난 1991년 고(故) 김학순 할머니가 실명으로 위안부 피해 사실을 처음 공개한 이후 25년간 한·일관계에서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였던 위안부 피해자 문제가 정부 차원에서 공식 종료되는 것을 의미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기념사에서 위안부 문제 합의가 이행됐음을 강조하면서 새로운 차원의 한·일관계에 대해 언급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선 양국 정부가 8·15 광복절 71주년을 앞두고 위안부 문제 합의와 이행방안 발표를 '졸속'으로 진행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13일 "(15일 광복절에는) 박 대통령의 연설도 예정돼 위안부 문제를 포함해 과거 역사가 가장 클로즈업되는 날"이라며 "한국 측은 연설을 미래지향적 내용으로 할 수 있도록 일본 측에 15일 이전에 결정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꺼냈다"고 전했다.
아사히 보도에 따르면 일본 측은 협의 과정에서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에게 일정액의 현금을 직접 지원하는 한국안이 배상금 성격으로 비칠 수 있다며 난색을 표시했다. 일본 측은 대신 의료와 간호비 등에 한정해 위안부 피해자 등에게 일일이 관련 영수증을 제출받는 안을 제안했지만, 고령의 피해자에게는 비현실적 방법이라는 점에서 이 안은 철회됐다. 결국 양국은 피해자 맞춤형 지원을 하자는 한국안으로 해결을 봤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외교부 당국자는 기시다 외상이 이날 통화에서 주한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문제를 언급하긴 했지만, 이를 10억엔 출연과 연계시키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당초 일본은 소녀상 철거를 출연금 지급의 조건으로 삼으려는 움직임을 보였지만, 한국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교도통신은 기시다 외상이 윤 장관과의 전화통화를 마친 후 일본 기자들과 만나 소녀상 문제에 대해 "합의에 근거한 실시를 계속 요구해 갈 것"이라며 "윤 장관으로부터 합의를 성실하게 이행해 나갈 것이라는 발언이 있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윤 장관과 기시다 외상은 오후 5시45분부터 6시13분까지 28분 동안 통화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윤 장관과 기시다 외상은 합의의 충실한 이행을 통해 하루속히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 회복 및 마음의 상처 치유가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일본이 예산 출연을 결정한 것은 출연금의 사용 방향과 출연 절차 등에 대해 지난 9일 양국 국장급 협의에서 상당한 의견 접근이 이뤄졌기 때문"이라며 "이제 양국 논의를 한 단계 매듭지었으니 재단이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이영태 기자 (medialy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