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 전민준 기자]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주관한 '석유화학업계 CEO 간담회'가 지난 2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렸다. 이날 간담회는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진단 및 지속성장 전략' 컨설팅을 맡은 베인앤컴퍼니가 최종보고서를 정부와 업계에 전달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이날 간담회에 정작 주인공격인 이수헌 삼남석유화학 사장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사장은 눈에 띄지 않았다. 그들의 좌석은 빈자리로 남은 채 행사가 진행됐다. 석유화학협회는 안내조차도 하지 않았다. LG화학의 경우에는 박진수 회장을 대신해 손옥동 사장(기초소재사업본부장)이 의자를 채웠다.
공교롭게도 3개사는 베인앤컴퍼니가 지목한 구조조정의 주요 대상이었다.
지난 6월 한국석유화학협회와 업계 매출 상위 13개사로부터 약 20억 원을 받아 석유화학산업을 컨설팅 한 베인앤컴퍼니는 그 '알맹이'를 이날 공개했다.
삼남석유화학은 베인앤컴퍼니가 구조조정 대상 품목 1순위로 언급한 테레프탈산(TPA)을 생산하는 기업들 가운데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 금호석유화학은 공급과잉 품목인 폴리스티렌(PS)과 고부가가치화가 필요하다고 언급된 합성고무(SBR)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LG화학의 경우 TPA 외 PS, SBR, PVC를 모두 생산하며 규모도 가장 크다.
한 참석자는 "정작 자리를 채워야 할 기업들 수장이 빠졌다"며 "지금까지 나왔던 얘기를 큰 돈 들여 진단, 반복해서 언급한 보고서였던 만큼 업계의 관심과 신뢰도는 땅으로 떨어졌다"고 전했다.
우려되는 것은 지금까지 자체적으로 군살빼기에 집중한 석유화학업계가 사업 재편 의지를 잃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삼남석유화학은 최근 몇 년간 TPA 생산라인을 폐쇄해 생산능력을 120만t까지 감축했고, 금호석유화학은 PS사업 비중을 크게 줄이고 SBR 고부가화에 집중해 왔다. LG화학 또한 PS 생산라인 감축, SBR‧PVC 기술개발에 많은 돈을 투자하는 한편 신흥국시장을 개척하면서 사업역량을 강화해 왔다.
그러나 성장 동력 발굴에 힘쓴 이들에 대해, 베인앤컴퍼니는 구체적인 방안도 없이 오로지 생산량을 줄이고 연구개발에 집중하라고만 했다. 알맹이 없는 속 빈 강정에 석유화학인들의 실망감은 굉장히 컸을 것이다.
이날 간담회 인사말에서 "산업 전체적인 관점에서 우리 석유화학산업의 현황을 진단하고 향후 나가야 할 방향을 조망하는 유익한 계기였다"고 한 허수영 한국석유화합협회 회장의 평가가 진심이었길 바랄 뿐이다.
[뉴스핌 Newspim] 전민준 기자(minjun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