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 참여형 예능 프로그램인 SBS '꽃놀이패'와 MBC '우설리' <사진=SBS, MBC 홈페이지> |
[뉴스핌=황수정 기자] 시청자들이 단순히 예능 프로그램을 소비하는 객체가 아닌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주체로 바뀌고 있다. 보고 웃고 즐기던 예능 프로그램에 시청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프로그램의 방향성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 소통을 넘어 시청자의 역할이 더욱 강력해지고 있다.
SBS '꽃놀이패'는 시청자와 소통하는 것을 넘어 시청자가 직접 투표를 해 출연진의 운명을 결정짓는 포맷으로 색다른 시도를 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 V LIVE를 통해 진행되는 생방송 투표에 시청자가 참여해 서장훈, 안정환, 은지원, 이재진, 조세호, 유병재의 운명을 결정짓는다. 결과에 따라 럭셔리 라이프를 누리는 '꽃길' 팀과 최악의 체험이 가능한 '흙길' 팀으로 나눠 여행을 떠난다.
파일럿 당시 불공정 투표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박승민PD는 "투표 방식에 변화를 줬다"고 자신했다. 제작진은 2박3일의 기간동안 매일 밤 9시 두 번의 투표로 횟수를 늘렸고, 운명을 바꿀 수 있는 '환승권'이라는 히든카드도 변화를 줬다. 시청자의 결정으로 출연진들의 운명이 타의로 바뀌었다면, '환승권'을 통해 자의로 운명을 바꾸며 반전의 재미를 더했다.
MBC '상상극장 우설리'는 시청자로 인해 프로그램의 방향과 내용이 결정되는 국내 최초 릴레이 댓글 드라마를 표방했다. 드라마의 장르와 배경, 캐릭터의 성격에 첫 장면만 정한 후 시청자들이 작성한 댓글로 대본을 완성했다. 문지인과 주우재, 허경환과 노민우, 트와이스 다현과 아스트로 차은우 커플 또한 시청자의 투표로 정해졌다. 이들의 개성 가득한 세 편의 드라마는 신선한 재미로 시청자들에게 호평받았다.
MBC는 앞서 '마이리틀텔레비전'으로 방송계에 인터넷 생중계를 통한 쌍방향 소통 예능 열풍을 일으킨 선두주자로, 다시 한 번 그 도전정신이 빛을 발했다. '우설리'의 시청률은 낮았지만 방송 다음날까지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로 떠오르며 화제를 모았다. 방송 이후 진행한 투표에서 가장 많은 표를 받은 베스트 장면을 작성한 댓글러에게는 원고료 300만 원이 지급될 예정이다. 시청자에게 창작까지 요구하며 조금 복잡한 참여를 유도했지만 그만큼 시청자의 관심도와 재미를 높였다.
시청자 투표로 팀이 나뉘는 '꽃놀이패'와 시청자 댓글로 드라마 대본이 완성되는 '우설리' <사진=네이버 브이앱, SBS '꽃놀이패', MBC '우설리' 캡처> |
과거 시청자들의 예능 참여는 끼를 펼칠 수 있는 프로그램(KBS '전국노래자랑' SBS '스타킹' 등), 독특한 사연이나 고민을 상담하는 프로그램(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동상이몽', KBS 2TV '안녕하세요' 등)이 대부분이었다. 시청자들이 직접 카메라 앞에 서야했지만 오히려 수동적인 주체로서 활용됐다.
이후 지상파 3사는 물론 케이블, 종편 등 각 방송사에서 오디션 프로그램 붐이 일면서 직접 출연과 함께 시청자의 투표로 출연진의 순위를 정하고 우승자를 탄생시키는 방법으로 시청자 참여가 확대됐다. 또 인터넷 생중계 예능 프로그램이 등장하며 채팅창을 통해 의견을 직접 개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여기서 한 번 더 변화해 이제는 시청자들이 카메라 뒤에서 프로그램 전체의 흐름에 관여하며 영향력을 높이고 있다.
시청자의 역할과 영향력이 강화되고 확대된 것은 방송국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자아낸다. 미디어 소비 환경 변화에 발맞춰 젊은 층의 관심을 자아낼 수 있다. 물론 모바일이나 인터넷을 통해 참여를 유도하기 때문에 중장년층에게는 접근이 어렵다는 한계도 있지만, 텔레비전 충성도가 낮아진 시청자의 관심을 쉽게 높일 수 있는 점이 더 크다. 동시에 많은 품을 들이지 않고 방송 홍보를 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MBC는 '우설리' 외에도 SNS를 통해 시청자들이 미션을 주는 '톡 쏘는 사이'를 방송하기도 했다. 지난 설 연휴에 방송된 '톡 하는 대로'를 재정비한 프로그램으로, 시청자와의 소통에 더해 참여를 유도하는 포맷에 대한 관심이 높은 상황을 방증한다. 특히 시청자 참여형 예능 프로그램은 각종 분야를 막론하고 어디서도 활용될 수 있어 그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다양한 소재와의 결합으로, 지루해진 예능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게 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뉴스핌 Newspim] 황수정 기자(hsj121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