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페인 무풍지대', 계열사 상품보단 '전공'으로 승부
브로커리지 특화 인재 구성으로 종합 자산관리엔 한계
[편집자] 이 기사는 9월 21일 오전 10시48분 프리미엄 뉴스서비스'ANDA'에 먼저 출고됐습니다. 몽골어로 의형제를 뜻하는 'ANDA'는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과 도약, 독자 여러분의 성공적인 자산관리 동반자가 되겠다는 뉴스핌의 약속입니다.
[뉴스핌=박민선 기자] 국내 금융회사라면 어디나 있을법한 판촉 캠페인. 하지만 거의 유일하게 여기서 자유로운 곳. 바로 메리츠종금증권이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유치 경쟁이 치열하던 여름, 타사 직원들의 마케팅 대상 1순위가 메리츠증권이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었다. 이 정도로 이 회사의 無캠페인 전략은 유명하다. 그렇다면 실제 메리츠종금증권 지점에선 투자 상담시 어떤 전략으로 고객들을 확보할까. 마침 지점을 찾은 시기는 메리츠자산운용에서 내놓은 베트남펀드가 한창 판매 중인 기간이었다. 계열사 상품에 대한 현장 반응이 궁금했다.
메리츠종금증권 여의도지점 모습 <사진=박민선 기자> |
3000만원 여유자금을 위한 투자상담을 요청하고 담당 직원을 만났다. 상담 테이블에 놓여진 '베트남펀드' 팜플릿을 본 순간 생각보다 빨리 기대가 무너지나 싶었다.
하지만 담당 직원의 첫마디는 뜻밖에도 "원금 손실을 감내할 수 있느냐"였다.
"연 3% 안팎의 수익을 주는 상품들도 많이 있긴 한데… 리스크 감내만 가능하다면 주식 종목투자를 해보시는 게 더 유리하죠."
이어 PB의 입에선 '메리츠 베트남펀드'라는 단어가 나왔으나 이내 "10년 폐쇄형이라는 게 단점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주식 투자로 충분히 좋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는데 10년간 한 곳에 묶어두면서 투자기회를 잃는 것은 아깝다는 뉘앙스. 증권사의 '본업'이 주식투자라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요즘 시장은 많이 올랐어도 중소형주는 많이 빠진 상태에요. 추석 연휴 지나고 9월 말 즈음까지 시간을 두고 많이 빠진 종목들 중 2~3개 종목 골라 들어가기엔 오히려 괜찮을 겁니다." 탐방한 8개 증권사 지점 가운데 주식 종목투자를 가장 먼저 추천한 곳은 메리츠증권이 유일했다.
이번엔 '메리츠코리아랩'에 대해 물어봤다. 이 랩은 메리츠증권이 메리츠자산운용에 제안해 만들어진 상품인만큼 조금 다른 접근도 가능할 법 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영업직원은 객관성(?)을 잃지 않았다. 그는 "현재 수익률이 매우 안 좋은 상황이다. 화장품 관련주들을 비롯해 편입한 종목 대부분의 주가가 많이 떨어진 상태라 출시 이후 대부분 기간동안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메리츠코리아펀드'에 편입된 종목들을 압축해 투자하기 때문에 수익률 등락 속도가 펀드보다 더 빠르다"는 설명을 이어갔다. "장기적인 투자철학에서 보면 괜찮을 수 있다"는 말을 덧붙이긴 했지만 그 이상의 추천은 하지 않았다.
계열사 상품에 대한 메리츠증권의 '쿨함'은 기대 이상이었다. 물론 이 같은 반응의 일차적 원인은 메리츠자산운용 펀드 전반의 수익률 부진 탓도 있다. 지난 2월말 설정된 메리츠코리아랩도 7월 현재까지 누적수익률 마이너스 6% 안팎에 머무는 수준이다.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닌 듯했다. 영업직원들이 특정 상품에 대한 판매압박 등에서 벗어나 고객 수익률 제고에 몰두해 역량껏 일하고 성과만큼 보상한다는 기본 원칙 아래 직원 개개인의 판단을 존중하는 회사 분위기가 바탕이 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인력 구성의 특성도 한 요인일 수 있다. 메리츠증권은 2014년 이후 점포 대형화를 추진하면서 대부분 브로커리지에 특화된 인재들로 채웠다. 이로 인한 한계는 분명히 있다. 메리츠증권이 최근 업계 최고의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형사들을 중심으로 이미 폭넓게 형성돼 있는 자산관리 개념과는 다소 동떨어져 있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직원에게 금융자산에 대한 상담을 요청했지만 돌아온 답은 투자자로서 만족하기에 아쉬움이 적지 않았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분야로 이야기가 기우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
다양한 상품에 대한 투자를 원하는 고객들을 수용하기엔 아직까지 메리츠증권이 준비돼 있지 않은 상태로 보인다. 다만 실력있는 '선수'들이 이끌어주는 주식투자의 맛을 느껴보고 싶은 투자자라면 용기내 문을 두드려보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뉴스핌 Newspim] 박민선 기자 (pms071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