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 이란 철강사, "4000억 인수자금 마련 어렵다"
불발시 동부인천스틸 사업구조 재편ㆍ매각도 차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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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전민준 기자] 동부제철 당진 전기로 매각이 인수에 관심을 보이던 이란 철강사의 자금난으로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전기로 매각에 실패하면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중인 동부제철의 매각, 동부인천스틸의 사업구조 재편에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7일 철강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동부제철 당진 전기로 공장에 대한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모바라케, 이스파한, 코제스탄 등 이란 철강업체들은 당진 전기로 실사를 잠정 보류하고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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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제철 당진 전기로 열연설비<사진=동부제철> |
철강업계 관계자는 "제2의 중동붐이 올 것이라는 대내외 평가와 달리 이란 철강사들은 자금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며 "현지 건설‧에너지 채굴 프로젝트도 계속 지연되면서 이란 철강사들이 설비 매입에 부담을 느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철강사들은 당초 전기로 인수금액으로 제시한 4000억원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동부제철 채권단 측과 협상을 미루고 있다. 이란 철강사들은 동부제철 채권단 측에 고철을 매각하는 개념으로 접근하라며 매각금액을 2000억원까지 낮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동부제철은 당진 공장에 열연(300만t)과 냉연(180만t) 생산설비를 갖추고 있다. 열연은 전통적 고로 방식이 아니라 전열을 이용해 고철을 가열하는 전기로 방식으로 쇳물을 생산한다. 동부그룹은 1조2000억원을 투자해 당진 전기로 설비를 갖춰 2009년부터 가동했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야심작으로 불렸지만, 전기로 열연강판 가격이 급락하면서 대표적인 부실 자산이 됐다. 2014년 전기로 가동마저 중단됐다. 이에 당진공장 전기로는 동부제철을 위기에 빠트린 주범으로 꼽힌다. 전기로 공장에 대한 투자가 동부제철 재무구조를 급격히 악화시켰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동부제철 채권단은 올해 8월 중 이란 철강사와 당진 전기로 매각에 대한 계약을 마치고, 이르면 9월 안으로 이란으로 설비를 보내려고 했다. 지난 5월 제3자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로 2000억원을 확보한데 이어 전기로 매각 대금인 4000억원까지 받아, 재무구조를 개선한다는 목표였다.
하지만 철강업계에서는 동부제철 채권단의 이 같은 계획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당분간 대규모 자금 확보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전기로를 매각한 뒤 동부제철도 매각한다는 일정이 전체적으로 밀리게 됐다"며 "동부제철 채권단은 현지로서 뾰족한 묘수가 없다"고 말했다.
전기로 매각이 불투명해짐에 따라 동부인천스틸 사업구조 재편 및 매각도 당분간 어려워졌다. 동부제철 당진 전기로 매각으로 발생하는 유휴부지에 동부인천스틸의 철강제품 생산설비를 옮기고, 동부인천스틸 인천공장은 제3자에게 매각한다는 게 당초 동부제철 채권단의 목표다.
이와 관련 철강업계 관계자는 "당진공장 전기로설비 매각이 실패할 경우에는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가는 상황"이라며 "올 상반기는 철강경기 호조로 실적 개선했지만, 하반기부터 다시 시장상황이 침체돼 부실자산을 안고 간다는 우려가 계속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전민준 기자(minjun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