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승환 기자] 미국, 홍콩증시에 상장된 중국 인터넷 기업들의 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중국 경제 성장 둔화 우려에도 불구, 초고속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중국 인터넷 기업들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면서 차이나디스카운트(중국 기업 저평가) 현상이 해소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6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 상장된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의 주가가 1년 8개월여 만에 100달러를 돌파했다. 이날 알리바바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4.12% 상승한 103.78 달러로 마감, 시가총액은 2567억4000만달러(281조3000억원)까지 늘어났다.
앞서 알리바바의 주가는 지난 2014년 9월 상장 후 두달 만에 120달러 치솟았으나, 중국 경기 둔화 우려의 직격탄을 맞으며 1년새 50% 가까이 하락한 바 있다. 당시 알리바바는 매 분기 30% 이상의 견고한 성장을 나타냈음에도 주가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면서 중국 상장사들의 가치가 여타 글로벌 기업들에 비해 낮게 평가되는 차이나디스카운트가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려왔다.
한동안 박스권에 갇혀있던 알리바바가 본격적으로 오름세를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불과 지난달부터다. 지난 8월1일부터 이날까지 알리바바의 주가는 83달러에서 103달러로 20% 가까이 급등했다. 지난 1분기(2017년 1회계분기 4월~6월) 매출이 59% 급증하며 상장 이래 가장 우수한 영업 실적을 기록한 점이 주가에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2014년 9월(상장)~2016년 9월 알리바바 주가 추이 <자료=텐센트재경> |
알리바바와 함께 중국 3대 인터넷 기업으로 꼽히고 있는 텐센트도 올들어 50% 넘게 상승하며, 일약 시총 기준 아시아에서 가장 비싼 기업이 됐다. 전세계 상장 기업 기준으로는 제너럴일렉트릭(GE)에 이어 10번째로 높은 몸값이다.
지난 5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홍콩 증시에 상장된 텐센트의 주가는 4.2% 오른 210.20홍콩달러에 마감해 시가총액이 1조 9900억 홍콩달러(약 283조원)로 불어났다. 앞서 텐센트의 주가는 지난 1월 135홍콩달러에서 이날 210홍콩달러까지 수직 상승했는데, 이는 지난 2004년 상장 당시 주가와 비교해 270배 오른 금액이다.
뉴욕증시 나스닥에 상장해 있는 바이두 역시 알리바바와 텐센트에는 못미치지만 지난 6월 이후 조금씩 주가를 회복하는 추세다. 특히 지난 6월(현지시간) 바이두의 주가는 전장대비 6.34% 오르며 4개월래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또한 알리바바에 이어 중국 내 전자상거래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징둥의 주가도 지난 7월과 비교해 25% 넘게 상승한 상태다.
JP모건에 따르면 지난 3개월 간 해외에 상장된 중국의 주요 인터넷 기업들의 주가가 평균 25% 올랐다. 이기간 나스닥지수가 6% 상승한 점을 감안하면 단연 눈에 띄는 성적이다. 중국 내 인터넷 보급이 포화 상태에 접어든 가운데 중국 인터넷 기업들이 기존의 몸집 부풀리기식 경쟁 대신 질적 성장으로 전환, 일정한 성과를 거둬들이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는 게 이 기관의 분석이다.
실제로 텐센트, 알리바바, 바이두 등 중국 주요 인터넷 기업들은 기존의 SNS, 전자상거래, 검색 등 주력 서비스를 기반으로 핀테크, 문화 콘텐츠, O2O(Offline to Online), 모바일 서비스 등 신사업 진출에 박차를 가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중국 증권업계의 한 전문가는 “그동안 중국 경제 경착륙 우려, 정부의 간섭, 불안정한 자본 시장 등을 이유로 해외에 상장돼 있는 중국 인터넷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저평가 돼온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우려와 달리 높은 수준의 성장세가 지속되자 투자자들의 태도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뉴스핌 Newspim] 이승환 기자 (lsh8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