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금리 회사채 발행 꼬리 물어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선진국 국채에 이어 회사채 시장에서도 마이너스 금리 발행이 꼬리를 물고 있다.
비전통적 통화정책에 따른 시장 왜곡이 점차 심화되고 있지만 투자은행(IB) 업계는 이른바 ‘서브 제로’ 금리가 장기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로화 <출처=블룸버그> |
6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독일 다국적 기업 헨켈과 프랑스 제약업체 사노피가 마이너스 0.05%의 금리에 회사채를 발행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영국 석유 업체 BP와 독일 자동차 업체 BMW, 독일 소매업체 도이체 반이 마이너스 수익률에 회사채를 발행한 데 이어 새로운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유로존의 투자등급 회사채 가운데 마이너스 수익률에 거래되는 물량이 7170억유로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전체 시가총액의 30%를 웃도는 규모다.
유럽중앙은행(ECB)의 공격적인 부양책에 따른 결과로, 유통시장에 이어 발행시장까지 파장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문제는 상황이 단시일 안에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다. 지구촌 전반에 대한 금리 상승 기대가 지극히 낮은 가운데 마이너스 금리가 앞으로 5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날 JP모간은 유럽의 마이너스 금리가 2021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른바 양적완화(QE) 프로그램이 영원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시됐다. 알베르토 갈로 알제브리스 매크로 크레딧 펀드 전략가는 CNBC와 인터뷰에서 “글로벌 경제가 ‘QE 네버엔딩’이라는 덫에 걸렸다”며 “실상 필요한 것은 생산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개혁”이라고 강조했다.
상황은 미국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을 포함한 정책자들의 연이은 금리인상 발언에 경계감을 보였던 IB 업계 이코노미스트는 오히려 연말 국채 수익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는 움직임이다.
모간 스탠리는 연말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이 1.25%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와 JP모간 역시 각각 1.50%와 1.55%로 내다보고 있다.
10년물 수익률이 2%로 오를 가능성만큼 1%로 떨어질 가능성 역시 작지 않다는 것이 월가 이코노미스트의 판단이다.
톰 제러드 뉴욕라이프 채권 팀 헤드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투자자들 사이에 금리인상을 둘러싼 회의론이 절대적”이라며 “과연 실물경기가 얼마나 회복될 것이며, 연준의 금리인상이 정말 필요한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상당하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발표된 공급관리자협회(ISM)의 서비스업 지수 둔화로 인해 연방기금 금리 선물이 제시하는 9월 금리인상 가능성은 21%에서 15%로 급락했다. 12월 금리인상 가능성도 39.5%로 떨어졌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