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운항사·규제당국 합심…2035년 무인 선박 가능
운송 비용 22% 절감…머스크 "효율화 기대"
[뉴스핌= 이홍규 기자] 저유가와 교역량 감소로 경영 악화를 겪고 있는 글로벌 해운업계가 자율항해 선박을 통해 불황 탈피를 시도 중이다. 선박 업계가 증기선에서 디젤 엔진으로 전환된 이래 다시 한 번 혁명을 맞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31일 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조선업체, 선박 운항회사, 규제 당국이 무인 화물선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며 "자동화와 대역폭 기술의 진보가 해운업계의 커다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롤스로이스 개발 주도…2035년 무인 선박 운항 가능
<사진=블룸버그통신> |
현재 자율 항해 선박 개발은 영국 엔진 제조업체 롤스로이스의 주도 아래 이뤄지고 있다. 롤스 로이스를 비롯한 기업과 대학 연구진은 민간 항공 운영 기술과 자율주행차량 노하우를 선박 운영에 접목하기 위해 협업 중이다.
업계는 2030년까지 원격 조작이 가능한 화물선을 내놓고 2035년에는 완전히 무인으로 운항하는 선박을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업계는 선박에서 수집한 자료를 지상으로 전송하는 통신 기술 면에서 한계를 보여왔다. 하지만 차세대 통신 위성이 등장함에 따라 무인 선박의 가능성이 한 층 커졌다. 또 데이터 전송 비용도 낮아지게 됐다.
세계 3대 통신위성 사업자인 인말샛(Inmarsat)은 올해 운항사를 위한 '플릿 익스프레스(Fleet Xpress)' 서비스를 선보였다. 인말샛의 로날드 스피소트 대표는 "지금보다 넓은 대역폭에서 정보를 공유할 수 있고, 선박의 기능과 엔진 등을 자동화된 상태에서 관찰할 수 있다"고 서비스에 관해 설명했다.
이미 무인 항해 실험은 진행 중이다. 핀란드 페리회사 핀페리즈는 자율 항해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레이저와 온도 카메라를 탑재한 스텔라(Stella ferry)호를 발트해에서 운항하고 있다.
◆ 운송비 22% 절감…머스크 "운영 효율성 기대"
<사진=블룸버그통신> |
롤스로이스는 해운 업계가 저유가로 고전하는 가운데 무인 선박의 개발이 업계와 회사에 큰 기회를 가져다줄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1위 해운사인 머스크의 팔레 라우센 선박 운항 본부장은 "(우리는) 자동 항해 기술을 통해 운영 중인 화물선 630척을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롤스로이스의 오스카 라벤더 해양 부문 혁신 담당 부사장은 "자동 항해 기술은 운송 비용의 22%를 절감할 수 있다"며 "운송 비용 대부분은 인건비에서 나오는데, 무인 선박은 선원에게 필요한 장비를 따로 수송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최초의 무인 선박은 전투용 무인 항공기와 비슷한 시스템을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선박에 탑재된 고해상 카메라와 레이저 센서로 주위 사물을 관찰하고, 여기서 얻은 데이터를 통제 센터로 전송해 직원들이 원격 조정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자동 운항 실현에는 몇 가지 장애물이 존재한다. 유엔의 국제해사기구(IMO)는 무인 선박의 운항을 허용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1974년에 개정된 최신 규칙은 새로운 기술이 나올 때마다 이를 검토하고, 반영하고 있어 관계자들은 무인 화물선 역시 긍정적으로 검토될 것으로 전망했다.
IMO의 나타샤 브라운 대변인은 "무인 선박에 필요한 (규율) 개정을 논의하기 위해 2014년 영국 정부 지원으로 실무(워킹) 그룹이 결성됐다"며 "앞으로 어떤 규칙 개정이 필요한지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킹 그룹의 대표인 제임스 팬셔는 "2020년 말 이전까지 IMO를 설득할 수 있도록 협의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