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만식(왼쪽부터), 곽도원, 황정민, 정우성, 주지훈이 1일 오전 서울 압구정CGV에서 열린 영화 '아수라'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뉴스핌=장주연 기자] 물지 않으면 물린다. 물고 물리는 악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압구정CGV에서는 영화 ‘아수라’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이날 제작보고회에는 김성수 감독과 배우 정우성, 황정민, 주지훈, 곽도원 정만식이 자리했다.
‘아수라’는 지옥 같은 세상에서 오직 살아남기 위해 싸우는 나쁜 놈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메가폰을 잡은 김성수 감독은 자신의 신작에 대해 “필름 누와르의 어두운 세계를 상상해서 그려낸 가상현실이다. 시시한 악당이 길을 잃고 갈팡질팡하는 상황을 따라가는 범죄 액션극이다. 정의도 악에 물들게 되면 힘없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악인이 된다고 생각했다. 그 현실을 악이 난무하는 세계라고 영화적으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부분을 가장 잘 표현하기 위해 김성수 감독이 신경을 기울인 건 다름 아닌 공간이었다. 그는 “관객들이 볼 때 이 영화 속에 공간들이 어디선가 봤음 직한 한국의 어디인 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공간들을 찾았다. 최소 40년 된 공간만 찾았다. 어두운 이야기를 활보하고 다니는 느낌을 주고 싶어서였다. 저희 촬영, 조명, 미술 감독이 너무 근사한 세계를 만들어줬다. 한 번 봐라”며 자신감을 표했다.
물론 김성수 감독은 ‘아수라’를 만들면서 이보다 더 든든한 무기도 챙겼다. 이야기의 중심축을 맡은 비리 형사 한도경 역의 정우성을 비롯해 안남시장 박성배 역의 황정민, 독종검사 김차인 역의 곽도원, 악덩시장의 수행비서 문선모 역의 주지훈, 검찰수사관 계장 도창학 역의 정만식까지 믿음직한 배우들을 한자리에 모은 것. 이와 관련, 김성수 감독은 “이렇게 유명한 분들이 한꺼번에 다 나올지 몰랐다. 이건 한 사람의 영화감독이 누릴 수 있는 인생 최고의 호사다. 쉽게 얻지 못하는 기회”라며 기쁜 마음을 드러냈다.
배우 정우성(왼쪽)과 김성수 감독이 영화 '아수라'로 15년 만에 재회했다 . <사진=CJ엔터테인먼트> |
특히 이들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건 단연 정우성. 김성수 감독과 정우성은 이번 ‘아수라’로 ‘비트’(1997), ‘태양은 없다’(1998), ‘무사’(2001) 이후 15년 만에 재회했다. 정우성은 “그동안 감독님과의 작업을 고대했다. 개인적으로는 상당한 의미의 작업”이라며 “감독님이 더 독해졌더라. 그리고 까탈스러워졌다. 바닥까지 탈탈 털어서 (연기로) 쓰려더라. 내가 왜 김성수라는 감독을, 그와 하는 작업을 그리워했는지 다시 알게 되는 작업이었다”고 재회 소회를 전했다.
김성수 감독에 대한 믿음과 신뢰는 다시 만난 정우성뿐만이 아니었다. 중복되는 캐릭터 연기로 출연을 고민했던 곽도원마저 오래 전 만난 김성수 감독의 제안에 결국 흔들리고 말았다. 곽도원은 “10년 전 연극 그만두고 영화 처음 찍을 때, 원샷이 한번 찍는 거로 알 때 첫 단편을 했다. 거기 뒤풀이 자리에서 김성수 감독이 ‘비트’ 만든 김성수라고 연락처를 주면서 다음에 같이 작업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영화 연기에 대해 첫 칭찬을 해준 선생님, 마음속에 은인”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 영화의 또 다른 포인트는 황정민. 최근 ‘국제시장’(2014), ‘베테랑’(2015), ‘히말라야’(2015), ‘검사외전’(2015) 등을 통해 정의롭고 인간미 가득한 모습을 보여준 황정민은 오랜만에 악인으로 변신, 눈길을 끌었다. 황정민은 “여러 측면에서 보여줄 수 있는 인물이라 그걸 잘 표현하고 싶었다. 어떻게 보면 좋은 사람이고 어떻게 보면 나쁜 사람이다. 그래서 고민이 많았고, 특히 말하지 않을 때 그 안에서 풍겨 나오는 능글함과 묘한 감정들이 표현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연기 주안점을 밝혔다.
황정민이 감정 연기에 힘을 줬다면, 정우성과 정만식 등은 액션 연기에 남다른 에너지를 쏟았다. 그 과정에서 정만식은 갈비뼈가 부서졌고 정우성은 수없이 손가락 골절을 당했다기도 해다고. 하지만 정우성은 “위험한 걸 했기 때문에 의미가 주어지는 게 아니다. 대역이 하거나 CG로 하는 것과 실질적으로 충돌했을 때 관객이 느끼는 그 강렬함과 치열함을 다룰 수밖에 없다. 그런 거를 위한 작업이었다”며 겸손한 자세를 보였다.
배우 정만식(왼쪽부터), 곽도원, 정우성, 황정민, 주지훈, 김성수 감독이 1일 오전 서울 압구정CGV에서 영화 '아수라' 제작발표회를 갖고 있다.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배우들이 이처럼 고된 촬영을 견딜 수 있었던 건 팀워크 덕이 컸다. 영화 속에서야 서로를 향해 이빨을 드러내는 악인들이지만, 현장에서는 누구보다 든든한 동료들이었다. 정만식은 “만날 때마다 자기 신, 내가 이끄는 신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서로서로 호흡을 잘 나눠 가졌다”고 촬영 당시를 회상했고, 곽도원은 “촬영이 막바지에 갔을 때 더 촬영했으면 좋겠다고 했을 정도였다”며 화기애애했던 현장 분위기를 고스란히 들려줬다.
“제가 찍은 걸 자꾸 보면 안되는데 너무 좋다. 티저 예고편만 한 백번 봤다”던 ‘막내’ 주지훈은 제작보고회 내내 “정말 좋았다”를 신작에 무한 애정을 드러냈다. 황정민 역시 “이렇게 있으니까 작년 부산국제영화제 때 우리가 다 같이 갔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정말 똘똘 뭉쳐서 했던 작업이었다”며 “올여름 굉장히 덥고 끈끈했을 텐데 우리 영화로 선선함을 느껴달라”고 덧붙였다.
한편 ‘아수라’는 오는 28일 개봉한다.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