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지도가 곧 권력이자 목숨이던 시대, 조선의 진짜 지도를 만들기 위해 두 발로 전국 팔도를 누빈 고산자 김정호(차승원). 그는 딸이 커가는 것도 잊은 채 백성을 위해 대동여지도의 완성과 목판 제작에 혼신을 다한다. 하지만 안동 김씨 문중과 대립각을 세우던 흥선대원군(유준상)은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를 손에 넣어 권력을 장악하려 한다.
강우석 감독의 스무 번째 작품 ‘고산자, 대동여지도’가 베일을 벗었다. 오는 7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박범신 작가의 소설 ‘고산자’와 김정호의 역사적 사료를 바탕으로 했다. 메가폰을 잡은 강 감독은 널리 알려진 김정호의 삶을 더듬으며 다양한 시선으로 그를 재조명했다. 그렇게 스크린으로 들어온 김정호는 지도에 미친 예술가, 딸을 둔 아비, 권력층과 충돌하는 힘없는 백성으로 묘사됐다.
이야기가 펼쳐지는 방식은 강직하고 정직하다. 대사 역시 “제 나라 백성을 못 믿으면 누굴 믿습니까” “길 위에는 신분도 귀천도 없다. 다만 길을 가는 자만 있을 뿐이다” “김정호의 대동여지도” 등 직설적인 화법을 택했다. 촌스러운데 뭉클하고, 어딘가 심심한데 이상하리만치 또 묵직하다.
의외의 지점은 소소한(?) 웃음을 챙겼다는 것. 강우석 감독은 ‘실미도’(그는 이 영화에 유머를 넣지 못한 걸 두고두고 후회했다)의 한을 풀겠다는 듯 ‘고산자, 대동여지도’ 곳곳에 유머를 녹여냈다. 흠이라면 ‘아재개그’라는 정도. 일테면 차승원의 대사에 ‘삼시세끼’가 등장한다든가, 김인권의 내비게이션 개그 등이 그렇다. 쉼표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강 감독의 개그 코드에 얼마나 다양한 세대가 공감할 지는 미지수다.
이번 영화가 배우 인생에 중요한 포인트가 될 거라 자신한 차승원은 타이틀롤 김정호를 열연, 배우로서 진가를 발휘했다. 그는 앞서 언급했던 예술가 김정호, 아버지 김정호, 백성 김정호를 완벽하게, 그리고 보다 친근하게 그렸다. 필모그래피 중 최고의 연기라고 해도 좋다. 흥선대원군 역을 맡은 유준상이나 바우 역의 김인권, 순실 역의 남지현도 흠잡을 데 없다.
보는 재미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최남단 마라도부터 최북단 백두산까지, 극 초반 펼쳐지는 팔도의 자연 풍광이 압권이다. 강우석 감독이 “절대 CG가 아니다”라고 수없이 강조한 이유를 알 만하다. 이 장면을 담기 위해 꽤나 많은 이들이 고생했겠지만, 헛 발품이 아니다. 후반부 독도 풍광이나 엔딩을 장식한 실제 대동여지도 목판도 마찬가지. 조금 과장하자면, 스토리를 모두 빼놓고 봐도 좋을 만큼 볼거리가 풍성하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 제작 단계에서부터 우려를 낳았던 식민사관은 찾아보기 힘들다. “나도 그게 제일 겁났다. 영화가 다 만들어졌을 때 이 부분에 대한 오해나 식민사관이란 말이 나오면 영화감독으로서 끝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걸 놓치지 않으려 노력했다”는 게 연출자의 설명이다. 오는 7일 개봉. 전체 관람가.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사진=CJ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