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재단·기록센터·보존소·자문위원회 등 설치
[뉴스핌=이영태 기자] 북한인권법이 지난 3월 11년 만에 국회를 통과한 데 이어 시행령이 30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됐다. 북한 주민의 인권을 보호하고 개선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된 북한인권법은 다음달 2일 관보 게재를 거쳐 4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북한에서 집단 탈북한 식당 종업원 13명이 지난 4월 7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사진은 국내 모처의 숙소로 향하는 모습이다.<사진=뉴시스/통일부> |
정부는 이날 오후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북한인권법 시행령을 확정해 북한 인권 실상을 정부가 직접 조사할 수 있는 법적 절차를 마련했다.
시행령의 골자는 통일부에 '북한인권재단'을 설립하고 '북한인권기록센터'의 북한인권기록 수집 방법 및 자료 이관 절차를 구체화하며, 법무부에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설치한다는 것 등이다. 무엇보다 그동안 정부 산하 연구기관과 민간단체가 정부 위탁을 받아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북한 인권 실태 조사를 정부가 직접 관장해 신뢰도를 제고하고 정책 추진력을 높인다는 의미를 갖는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 인권 실태에 대한 체계적 조사를 통해 북한의 반인도적 범죄 사실을 조사·기록함으로써 인권 보호 정책을 추진하겠다"며 "북한 당국의 태도 변화와 정책 전환을 적극적으로 유도해 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통일부에 북한인권재단을 설립해 북한 인권 실태 조사와 인도적 지원 및 인권 대화에 대한 정책을 건의하고, 북한 인권 단체를 지원하는 역할을 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여야 추천 인사 각 5명, 통일부장관 추천 인사 2명 등 모두 12명으로 이사회를 구성할 방침이다. 서울 마포구에 꾸려지는 북한인권재단 조직은 42명에, 내년 예산은 134억원 규모로 편성된다.
다만 국회에서 이사진 선정 작업이 완료되지 않아 북한인권법 시행일인 내달 4일 발효일에 맞춰 재단이 출범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정부는 북한인권기록센터도 운영한다. 지금까지 통일연구원과 북한 인권 관련 민간단체 등에 위탁했던 업무를 정부가 직접 관장하게 된다. 센터는 북한의 탈북자들을 상대로 북한의 인권 실태를 조사하고, 관련 자료 원본을 3개월마다 법무부에 이관하고 법무부는 북한인권기록보존소에서 이를 관리한다.
정부는 통일부장관이 관여하는 북한인권증진자문위원회도 운영한다.통일부장관은 대학 교수나 공인된 연구기관에서 조교수 이상의 직위로 10년 이상 재직 경력을 가진 사람 등을 국회 추천을 받아 위원으로 위촉할 수 있다.
북한인권재단 임원과 북한인권증진자문위원회 위원의 구체적 자격 요건은 ▲대학 부교수 상당직 10년 이상 근무한 사람 ▲공무원, 판사·검사 또는 변호사직에 10년 이상 근무한 사람 ▲민간단체·국제기구에서 7년(재단) 또는 5년(자문위원회) 종사한 사람 등이다.
북한 주민 인권 보호와 증진을 위한 대외 업무를 수행할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도 임명한다.
시행령은 또 통일부에 북한인권 정책을 효과적으로 협의하기 위한 관계기관 고위공무원단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두기로 했다.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이 탈북민 대상 인권 정보를 수집·기록할 시에는 효율성 등을 위해 미리 통일부 장관과 협의토록 했다.
논란이 됐던 제3국 거주 탈북자에 대한 법령 적용 여부 등은 시행령 내용에 포함되지 않았다. 통일부는 "북한 주민의 범위에 관해서는 제3국 관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신중하게 판단할 문제"라고 언급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민간단체의 '탈북민 구출 사업'이나 '대북 전단 살포 사업' 등에 대한 지원, 기록 축적에 따른 인권제재 명단 공개 여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사업은 재단이 공식 발족하면 사업계획을 짜고 심사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 북한인권법 시행이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에 더 큰 관심을 갖도록 함으로써 자체적인 인권 개선을 유도할 수 있고, 나아가 인권 가해자를 향후 처벌할 수 있는 자료를 갖고 있게 됨으로써 북한 당국의 경각심을 일깨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이영태 기자 (medialy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