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통화정책 청사진 없어'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위원들이 최근 매파 발언을 쏟아냈지만 투자자들은 금리인상 의지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것은 물론이고 보다 장기적인 차원에서 연준이 통화정책 청사진을 확립하지 못했다는 진단이다.
이와 별도로 연준이 9월 금리인상을 단행하지 못할 경우 두 번째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설 기회를 얻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워싱턴 D.C. 연준 독수리상 <사진=블룸버그> |
24일(현지시각) 미국 투자 매체 CNBC와 연준의 서베이에 따르면 투자자들의 60%가 통화정책 결정에 관한 정책자들의 틀이 결여돼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
응답자의 16%는 이 부분에 대해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고, 정책자들이 확고한 청사진을 구축하고 있다고 판단한 투자자는 24%에 불과했다.
이번 조사는 펀드매니저와 투자 전략가, 이코노미스트 등 시장 전문가 39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연준의 행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투자자들의 의견은 크게 엇갈렸다. 응답자의 47%는 정책자들이 최신 경제 지표에 의존하고 있다고 판단했고, 38%는 연준 자체의 전문적 잣대가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다이앤 스웡크 DS 이코노믹스 대표는 CNBC와 인터뷰에서 “연준은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금융시장과의 소통에 사실상 실패했다”며 “연준에 대한 신뢰 상실은 투자자들로 하여금 통화정책 완화가 영속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준이 두 번째 금리인상을 단행할 때 금융시장의 안정이 크게 흔들릴 것으로 우려했다. 반면 현 수준의 금리를 유지할 경우 금융시장의 버블을 양산, 정책자들이 딜레마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나로프 이코노믹 어드바이저스의 조엘 나로프 대표는 “정책자들이 변동성이 높은 최신 경제 지표에 의존할수록 정책 방향 자체의 변동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피터 부크바 린지그룹 애널리스트는 “이른바 페드 워처로 활동하는 것이 갈수록 지치는 일이 되고 있다”며 “일관된 정책 방향이 결여돼 있어 투자자들의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바클레이즈는 투자 보고서를 내고 연준이 9월 금리인상을 단행하거나 그렇지 않을 경우 중장기적으로 두 번째 통화정책 정상화를 단행할 기회를 얻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주식을 포함한 자산시장의 골디락스를 틈타 내달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경우 정책자들의 손발이 묶이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바클레이즈는 옐런 의장이 연준의 신뢰 저하에 대해 우려하기 시작했고, 12월까지 금리인상을 미룰 경우 부정적인 경제 지표를 맞아야 하는 리스크를 떠안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