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G의 '뒤통수 마케팅'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YG엔터테인먼트> |
[뉴스핌=이지은 기자] 가요계는 서태지와 아이들이 있기 전과 후로 나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그들이 가요계에 미친 영향력이 크다는 의미다. 그 중심에 있던 사람 중 한 명이 바로 지금 YG엔터테인먼트를 이끄는 양현석 대표다.
YG엔터테인먼트는 빅뱅을 비롯해 2NE1, 위너, 아이콘 등 음악적 색깔이 뚜렷한 가수들을 탄생시키며 대한민국 3대 기획사로 군림해 왔다. 하지만 최근 소속 아티스트에 대한 무리수 마케팅으로 양현석 대표에 원성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뒤통수 마케팅’이라는 오명과 함께 일부 팬들 사이에서 은퇴라는 자극적인 말까지 거론되는 이유가 대체 뭘까.
◆빅뱅 데뷔 10주년…마케팅 대상은 씨엘?
이번 사태는 지난 16일 YG의 ‘WHO’S NEXT?’라는 깜짝 티저와 함께 시작됐다. 해당 티저 포스터에는 ‘WHO’S NEXT? / AUG.19.2016’라는 문구와 함께 구름 위에서 미지의 문으로 향하는 계단의 이미지가 담겨 있다. 앞서 YG 측은 올 하반기에 아이콘 바비, 위너 송민호의 유닛 앨범과 악동뮤지션의 앨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문구에 적힌 날짜는 지금의 YG가 정상에 올라갈 수 있게 만든 빅뱅의 데뷔 10주년과 맞물렸다. 당연히 팬들의 기대는 최고조에 이르렀다. 팬들은 YG가 지난 2008년 발매한 정규 2집 이후 제자리걸음인 빅뱅의 정규 3집 완전체 앨범 ‘MADE’를 발매하거나, 빅뱅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새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았다.
빅뱅 데뷔 10주년에 맞춰 미국에 진출한 씨엘 <사진=YG엔터테인먼트> |
하지만 이 모든 것은 YG의 ‘어그로(관심을 끌기 위한 목적으로 거슬리는 글이나 사진을 올리는 것을 의미하는 신조어)’에 지나지 않았다. 17일 공개된 ‘WHO’S NEXT?’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2NE1의 씨엘(CL)이었던 것. 때 아닌 씨엘 마케팅에 이날 SNS에는 ‘#양현석_은퇴길만_걸어’라는 문구가 실시간 인기 검색어로 올라오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1990년대 가요계를 이끌었던 인물이자 대형 기획사 수장이 은퇴라는 말을 듣는 경우는 지극히 드물뿐더러,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이 엄청난 굴욕이 아닐 수가 없다.
사실상 현존하는 아이돌 중 10년이라는 활동 기간 동안 멤버 이탈, 소속사와 분쟁 및 갈등을 겪지 않은 가수가 바로 빅뱅이다. 가요계에서도 빅뱅의 데뷔 10주년은 모두가 주목한 큰 이슈이자 축하할 일이었다. YG가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건 단언컨대 빅뱅의 힘이 가장 컸다. 그런 빅뱅 데뷔 10주년에 다른 아티스트를 홍보하는 YG의 대담한(?) 마케팅은 팬들의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또다시 ‘뒤통수 마케팅’…식지 않는 뜨거운 감자
YG의 이런 ‘간보기’ 마케팅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 중 가장 큰 피해자를 꼽으라면 위너다. 위너는 2014년 8월 데뷔 후 계속 컴백 일정이 미뤄지면서 팬들의 공분을 샀다. 이에 공식 팬덤 ‘이너서클’은 보이콧을 선언하고 맹렬하게 비판한 바 있다.
위너는 결국 지난 2월 ‘EXIT:E’로 힘겹게 컴백했다. 당시 양현석은 “올해 안에 프로젝트 앨범을 세 번 더 발매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그 후로 벌써 6개월이 지났다. 그 사이 위너 송민호는 아이콘의 일본 투어 무대에 오른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팬들은 또 다시 YG에 해명을 요구했다. 팬들은 위너의 일본 팬클럽 공식 존에 아이콘의 티켓팅 공지를 띄운 것에 대한 입장과 함께 ‘EXIT’ 프로젝트 지연에 대한 소속사의 구체적인 피드백을 원했다.
위너 팬들의 입방아에 오른 블랙핑크의 안무영상 <사진=블랙핑크 '붐바야' 영상 캡처> |
블랙핑크의 안무 영상 공개도 위너 팬들의 입방아에 올랐다. YG 측은 7년 만에 선을 보인 블랙핑크의 ‘휘파람’ 안무 영상을 공개했다. 이와 관련해 위너 팬들은 “같은 소속사 다른 가수들은 공짜로 풀어주는 안무연습영상을 위너는 디비디에 넣어서 돈 받고 파는 이유를 알고 싶다” “왜 위너 안무영상만 돈을 주고 봐야 되는 건지” “이러니까 차별 소리가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YG의 이런 마케팅 논란이 불거진 뒤 이렇다 할 해명이나 설명이 없다는 점이다. 소속 아티스트의 컴백이 늦어지는 것에 대해 돌아오는 대답은 “앨범의 완성도를 위해”라는 말뿐이다. 앨범을 가수들의 자작곡으로 채우기에 시기가 늦어지는 것을 교묘하게 가수의 탓으로 돌리는 것인지, 아니면 소속사의 서포트 부족을 감추는 것인지 팬들은 명확한 답변을 원하고 있다.
소비의 주체인 팬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마케팅에 YG 소속 가수들을 언제까지 팬들이 좋아할 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3대 기획사로 자리 잡은 YG엔터테인먼트가 일방적인 마케팅이 아닌, 팬들과 소통하고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줄 지 지켜볼 일이다.
[뉴스핌 Newspim] 이지은 기자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