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수입 디젤차 12%↓…“G80 디젤 출시, 일정 보다 밀릴 가능성 있다”
[뉴스핌=김기락 기자] “제네시스요? 지금 계약하면 언제쯤 차를 받을 수 있냐는 질문이 가장 많아요? 소비자들이 제네시스 G80 디젤 문의는 아예 하지도 않습니다”
최근 기자가 만난 현대자동차 국내영업본부 관계자의 말이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 고급 디젤차 인기가 많지만 제네시스 G80 디젤에 대한 문의는 없다는 얘기다.
현대차가 제네시스 G80 디젤 출시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가솔린 모델만으로도 판매가 원활한데다, 환경부의 디젤 배출가스 인증도 까다로워졌다는 이유에서다.
제네시스 G80은 지난달 7일 출시에 앞서 3주동안 1만1000여대가 계약했다. 18일 기준, 총 계약대수는 1만4000대다. 이 가운데 출고대수는 4244대로, 앞으로도 2~3개월 주문량이 밀려있다. 지금 계약해도 차를 받는 데까지 약 3개월 걸린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당초 제네시스 G80 디젤 출시를 내년 초로 정했으나 서둘러 출시할 이유가 있겠냐는 내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굳이 디젤 모델이 없더라도 충분한 판매량을 유지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영업본부 관계자는 “제네시스 디젤을 개발했으니 출시야 하겠지만, 수입 디젤차 판매가 줄어들고, 디젤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좋지 않아 본사에서도 고민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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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디젤차 감소세는 뚜렷하다. 지난해 폭스바겐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 사건인 ‘디젤게이트’와 환경부가 디젤 인증에 대해 꼼꼼히 살피고 있어 판매량이 떨어진 것이다. 이 때문에 상반기 출시하기로 한 일부 디젤 수입차가 ‘무기한’ 연기되는 상황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집계에 따르면 올들어 7월까지 수입 디젤차 등록 대수는 8만3962대로, 전년 동기 대비 12.9% 줄어들었다. 반면, 가솔린 모델 비중은 4.1%, 하이브리드 비중은 56.4% 급증했다.
이와 함께 환경부가 디젤 인증을 보다 엄격하게 하는 점도 디젤차 판매 감소의 요인이 되고 있다. 단적으로, 메르세데스-벤츠 E 클래스 디젤 인증의 경우 환경부가 수차례 서류 보완을 요구하면서 통상 2주 걸린 인증 기간이 약 3개월로 늘어났다.
현대차 관계자는 “제네시스 G80 디젤은 내년 초에 출시하기로 했으나 환경부의 디젤 인증이 강화돼 원래 일정 보다 뒤로 밀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제네시스 G80 디젤이 수입차 시장을 견인하는 벤츠 E 클래스와 BMW 5 시리즈, 아우디 A6 등 세 디젤 모델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올들어 7월까지 이들 차종의 판매량은 1만2000대에 육박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입 디젤차가 감소세이지만 ‘독일 고급차 3인방’은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며 “G80 디젤이 제네시스 경쟁력을 더욱 높일 수 있을지 시험 무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현대차는 이달 초 제네시스 G80과 G90(국내명 EQ900) 두 모델을 미국으로 수출, 본격 판매에 나서기로 했다.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