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완화→경기침체 악순환 가능성 간과하면 안돼"
[시드니= 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전 세계 각국 중앙은행은 현재 진행 중인 지나친 저금리 기조가 세계 경제를 진작시키기 보다는 성장 엔진을 오히려 꺼뜨리고 있음을 간과하고 있다고 빌 그로스(Bill Gross) 야누스캐피털 매니저가 경고했다.
그로스는 17일(현지시각) 자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에서 제로 수준의 금리와 13조달러에 달하는 전 세계 마이너스 금리 채권이 실물경제에 보탬이 되기보다는 타격을 주고 있다는 신호들이 곳곳에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빌 그로스 <사진=블룸버그통신> |
경제 활력을 가장 잘 보여주는 지표인 생산성 향상률의 경우 대부분의 선진국이 암울한 상황이다.
지난 5년 동안 생산성 향상 속도는 꾸준히 둔화됐는데, 이 기간 중앙은행의 양적완화(QE) 및 저금리 정책이 실시된 점이 성장 둔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미국에서는 생산성이 전년비 계속해서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고 있다.
대부분의 중앙은행들은 이러한 상관관계가 단기적인 예외 현상일 뿐이라며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지만 제로 금리가 선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일본만 보더라도 쉽게 알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본의 경우 실질 성장세와 인플레이션이 제대로 오르지 않아 명목 GDP 성장세가 나타나지 않고 이 때문에 국채 수익률이 정상화되지 않고서는 사상 최대 규모의 부채 상환이 어려운 상태다.
마이너스 채권 수익률과 금리 기조가 선진국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은 이뿐만이 아니다.
생산성 향상에 중요 동력이 되는 투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지 않고 있으며 기업들은 투자를 통해 성장을 도모하기 보다는 보유 현금으로 자사주 매입(buy-back) 속도를 키우고 있다. 미국에서만 매년 5000억달러 이상이 향후 수익이 아닌 투자자들의 지갑 불리기에 쓰이고 있는 상황.
그로스는 지금 같은 시대에는 경기 회복을 위해 금리 인하나 정부 재정 투자 등이 필요하다는 케인즈 경제학을 모두가 신뢰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민간 부문은 고령화, 브렉시트와 같은 반세계화 추세 등의 리스크가 커지면서 투자를 꺼리고 있으며 기업들 역시 차입비용이 아무리 낮다 하더라도 앞으로 수익률이 정상화됐을 때 나타날 리스크를 고려해 실물 투자에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
그는 일자리 축소나 보험비용 인상, 연금 혜택 축소, 파산 증가 등이 계속되면 통화유동성 공급이 실물경제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경기 침체와 붕괴라는 악순환으로 바뀔 수 있으며 중앙은행들은 이 실현 가능성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시드니 특파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