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국내 장악·대미 협상력 확보 차원
숙이고 들어가면 협상 아닌 굴복으로 인식
실제 확전 여부·美 조기 종전 선언 여부 관건"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2주째로 접어들었다.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첫 공식 메시지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지속을 비롯한 미국을 향해 강경 대응을 선언했다. 미국은 종전 출구를 찾는 반면 이란은 '버티기'와 '강대강' 구도로 맞서는 모양새다.

◆모즈타바는 강경 메시지, 네타냐후는 '정권 약화'까지 압박
14일 외신에 따르면 모즈타바는 지난 12일(현지시간) 선출 3일 만에 발표한 첫 메시지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계속 활용해야 한다고 분명히 했다.
모즈타바는 역내 미국 군사기지를 겨냥한 압박 수위를 높였고 "적이 경험하지 못한 취약한 제2전선"까지 언급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군사작전의 조기 종료 가능성을 띄운 직후 이같은 메시지가 나왔다는 점에서 협상보다는 압박과 결사 항전의 이미지를 굳히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스라엘 역시 전쟁을 서둘러 끝낼 분위기는 아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전쟁의 정당성을 거듭 부각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 국민을 향해 "50년 가까이 여러분을 압박해 온 폭군 정권을 무너뜨릴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한다는 세 번째 전쟁 목표를 추가했다"고 공개 발언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자유를 향한 새로운 길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고 이스라엘이 이란 국민과 함께하고 있다"며 "모든 것은 여러분에게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군사적 타격만으로는 체제를 무너뜨리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억압에 시달리는 이란 내부 여론을 활용해 정권 압박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현재 상황은 단순히 미국과 이란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은 전쟁을 빨리 정리하고 싶어 하고 이스라엘은 더 밀어붙이려 하며, 이란은 최소한 굴복하는 모양새는 피하려는 복합 국면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엔 리더십, 미국엔 협상력…강하게 갈 수밖에 없다"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는 모즈타바의 첫 메시지를 두고 "국내 청중과 미국이라는 두 대상을 동시에 겨냥한 것"이라고 봤다.
반 교수는 "국내적으로는 아버지까지 암살당한 위기 상황에서 국가의 위상을 세우고 이 국면을 돌파할 수 있는 리더십을 보여줘야 하니 강경한 모습이 필요하다"며 "대미 메시지 차원에서도 출구전략이든 협상이든 되려면 강대강 구도가 어느 정도 형성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모즈타바가 강한 수위의 첫 메시지를 내놓은 것은 단순히 전쟁을 더 키우기 위해서라기보다 새 최고지도자로서 내부 장악력을 보여주고 미국과의 향후 협상 국면에서 불리한 위치에 서지 않기 위한 '협상용' 성격도 있다는 분석이다.
또 이번 메시지가 직접 육성이나 영상이 아니라 국영방송 대독 형식으로 나온 것도 주목된다. 모즈타바의 부상설과 건재 여부를 둘러싼 관측이 계속 도는 상황에서 강한 메시지라도 먼저 내야 최고 지도자로서 존재감을 각인시킬 수 있다는 관측이다.
반 교수는 "숙이고 들어가면 협상이 아니라 굴복이 된다. 협상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강대강으로 가져가야 한다"며 "메시지가 없는 상태에서 부상설이나 사망설이 굳어지면 군 통수권과 정치적 권위가 약화될 수 있어 강한 메시지를 통해 건재하다는 점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강대강만으로는 안 끝난다…물밑협상과 출구전략도 동시에
다만 강대강 기조가 계속되더라도 전쟁을 끝내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결국 미국에는 출구전략을, 이란에는 재건의 기회를 주는 접점을 찾는 시기가 필요하며, 이번 모즈타바의 강경 메시지는 그 접점을 만들기 전 단계라는 분석이다.
반 교수는 "전쟁 중에도 물밑협상은 당연히 있고, 관련 얘기가 밖으로 조금씩 나올 정도면 상당한 수준의 접촉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봤다.
다만 반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제 나갈 때가 됐다'고 판단해야 하고 그 기준은 군사적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했다고 보느냐에 달려 있다"고 내다봤다.
반 교수는 "미국이 이란 혁명수비대까지 완전히 무력화하는 수준을 목표로 삼으면 끝이 없다"며 "따라서 미국이 원하는 주요 목표물에 대한 타격이 충분히 이뤄졌다고 판단하는 순간 종전 또는 휴전 쪽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이란의 강경 메시지가 실제 확전 행동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수위 조절에 그칠지, 미국이 언제 충분하다고 판단해 '끝'을 선언할지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hyun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