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못하는 광범위한 업무에 유용 .."저가 매각 실익 없다"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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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한기진 기자]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기자들과 만나 "산은캐피탈을 7000억원에 매수할 기업이 없다"면서 "3000억~4000억원이면 수요가 많겠지만…."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매각철회 선언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장부가격 5973억원(산은 지분 99.92%)짜리 회사를 3000억원 싸게 넘길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또 금융당국을 향해서 “(매각을)보채지 말아달라”고 주문했다. 산은 회장 임명 제청권자인 금융위원회인 점을 감안하면, 매우 강경한 어조다.
“여러 가지 고민을 해서 산은캐피탈을 좋은 형태로 바꿔놔야 한다”고도 했는데, 산은은 내부적으로 외부 컨설팅사를 선정해 산은캐피탈의 중장기 발전 전략을 세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이 회장이 지난해 11월과 올해 5월에 두 차례 매각 실패 후 내놓은 입장을 놓고, “산은캐피탈을 자회사로 결국 안고 가려는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16일 "산은캐피탈을 좋은 형태로 바꿔놓겠다"고 밝혔다.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산은캐피탈은 지난해 대우증권을 팔 때 패키지로 넣었다가 인수자 부담을 낮춰주기 위해 떼내 매각 작업을 했다. 미래에셋그룹이 지불한 대우증권 몸값만 2조3205억원에 달한다.
산은 내부에서는 산은캐피탈 매각이익이 거의 없다고 본다. 대우증권은 장부가(1조7758억원) 대비 6000억원의 매각이익을 챙겼다. 그러나 산은캐피탈은 장부가도 받기 어렵다는 점을 이 회장이 "3000억~4000억원" 발언을 통해 인정했다.
특히 정책금융 역할 재정립 방안에 따라 금융자회사 매각작업을 시작했는데, 오히려 산은캐피탈은 매각 대상에서 빠져야 했다는 지적도 있다.
익명을 요청한 산은 현직 임원은 “1990년대 산업은행이 증권사를 자체적으로 설립하자 산은 직원들이 대거 이동했는데 나중에 문을 닫으면서 증권업이 산은에 맞는지에 대한 회의가 있었지만, 산은캐피탈은 정책금융을 수행하는 동시에 리스, VC(벤처캐피탈), 기업금융 등 민간금융을 하고 있어 산은 자회사로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많다”고 강조했다.
특히 산은캐피탈의 매각이 급하지 않다는 게 산은 분위기다. 구조조정에 따라 자본확충 우려로 6조원 자본확충펀드(총 11조원)까지 만들었지만, 당장 정부 재정과 한국전력 배당이익으로도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한국전력 지분 32%를 보유한 산은은 작년 배당으로만 6548억원을 받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올해 한전 순이익이 더 늘어나면, 배당도 많아져 산은은 자본확충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의 캐피탈업계에서 성공한 경험도 산은캐피탈 보유 쪽에 힘을 싣는다. 이 회장의 현 위치는 신한캐피탈 사장으로 지낸 2002~2006년 사이 성과가 기틀이 됐다. 그는 2002년 5월 취임 이후 선박리스를 비롯한 설비금융시장을 개척하고, 사업다각화를 위해 기업구조조정업무(CRC),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스 등으로 업무영역을 대폭 확대했다. 또 모그룹과의 연계영업을 확대해 신한캐피탈을 업계 상위권으로 올려놨다. 그 공으로 신한금융투자 사장으로 영전했고, 신한금융지주 회장에도 도전하며, 현재 위치까지 올랐다.
이 회장은 “신한캐피탈 사장을 하면서 여신전문업(캐피탈, 신용카드)이 업무 영역도 광대하고, 산은캐피탈은 매력적인 회사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