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익없는 매각 재검토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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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이영기 기자] 연이은 매각 불발에 산은캐피탈이 탈진 상태다. 직원들의 피로감이 높아진데다 자금조달원인 회사채에 대한 수요도 뜸해지는 등 영업에 지장이 많기 때문이다. 업계는 가능성 낮은 매각에만 집착하다 산은캐피탈의 기업가치가 바닥날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산은캐피탈의 지난 1분기말 자산규모는 4조6931억원으로 전년말(4조8192억원) 대비 1261억원이 줄었다.
이는 작년 같은기간의 191억원 증가와 비교하면 아예 방향이 바뀐 것이다.
올해 1분기(1~3월)중 채권발행 규모는 2500억원으로 전년동기 3100억원에 크게 못 미친다. 2분기들어 4~5월중 채권발행규모는 4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2400억원)의 1/6에 불과하다.
지난해부터 추진된 매각이 진척되지 못하면서 직원들의 피로감이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회사채 시장에서 산은캐피탈이 발행하는 채권에 대한 수요마저 뜸해졌기 때문이다.
산은캐피탈 관계자는 "매각이 진행되면서 시장의 채권수요가 많이 축소됐다"면서 "이런 영향인지 2분기 들어서는 채권발행 물량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계속되는 매각 시도로 산은캐피탈의 기업가치가 급속도로 하락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실익이 없는 매각은 재검토돼야 한다는 것. 산업은행도 내심 이와 다르지 않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예비입찰은 두 번 있었지만 본입찰은 한 번이어서, 산은캐피탈을 수의계약 방식으로 매각하기 위해서는 또 공개입찰을 실시해야 한다. 국책은행인 산은은 국가계약법에 따라 매각을 추진하고, 국가계약법에서는 2번의 유찰이 있어야 수의계약을 진행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잠재매수자가 드문 상황에서 또 매각을 진행하는 것은 산은캐피탈의 영업만 쪼그라들게 하고 결국은 기업가치도 바닥날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투자은행(IB)업계의 한 관계자는 "매물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영업에 지장이 생기는 것은 상식이고 당연히 기업가치가 뚝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팔릴 가능성이 낮은데 매각에 집착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라고 반문했다.
자회사 정리라는 정책에 충실한 것도 좋지만 팔리지 않는 것을 무리하게 매각 추진하는 것도 무리라는 것이다. 또 산은이 취약업종 구조조정으로 자기자본 확충이 필요한 마당에 매각손을 감당할 이유가 없다는 것도 설득력이 있다.
대우증권 등과 같이 4000억~5000억원의 매각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오히려 손해 볼 가능성이 높다.
또 산은캐피탈은 연결자회사이기 때문에 매각을 통해 자기자본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도 기대할 수 없다. 연결자회사가 아니라면 산은캐피탈 지분(투자주식)을 매각하고 이를 다른 상장회사(예컨대 현대상선) 지분으로 채울 경우 산은 입장에서는 자기자본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 산은캐피탈은 이런 효과도 기대할 수 없다는 것.
산은캐피탈은 선박펀드에 출자하는 등 정책금융기관 역할도 수행하는데 이를 매각할 때 기능 저하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한 금융전문가는 "산은 입장에서는 산은캐피탈을 매각함으로서 얻는 이득이 현재로서는 전무해 보인다"면서 "실익 없는 매각에 집착하기 보다는 탈진상태에 있는 회사에 기력을 보충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런 이유로 금융권 일각에서는 당국과 산은에서 산은캐피탈의 매각추진 여부와 그 시기에 대해 보다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산은측은 "지난번 산은캐피탈 본입찰 결과 발표 때와 마찬가지로 향후 일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24일 산은은 산은캐피탈의 매각이 본입찰 단계에서 유찰됐다고 밝혔다. '태양의 도시' 한 곳만 응찰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예비입찰에서도 한 곳만 응해 유찰된 바 있다.
매각대상은 산은이 보유한 99.92%의 산은캐피탈 지분이다. 장부가는 5973억원이지만 산은은 최소 6500억∼7000억원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지난 3월 진행된 예비입찰에는 SK증권 PE(프라이빗에퀴티)와 글로벌 사모투자펀드(PEF) 칼라일(Carlyle) 등 재무적 투자자(FI) 2곳, 전략적 투자자(SI)인 옛 명성그룹의 가족기업 '태양의 도시'까지 3곳이 응찰해 모두 입찰적격자로 선정된바 있다.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