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고은 기자] 아키히토(82) 일왕이 지난 8일 대국민 영상 메세지를 통해 생전 퇴위 의사를 강력하게 시사했으나, 왕실 관련 법률인 황실전범에 관련 규정 자체가 없는 터라 일왕의 퇴위 및 양위가 가능할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날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일왕의 지위가 일본 국민에게서 온 만큼 국민의 뜻을 따라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워싱턴포스트의 웹진 슬레이트(Slate)는 일왕의 퇴위가 가능하도록 황실전범을 개정하는 것은 어렵고, 제2의 해결책을 찾아야 할것이란 분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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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혼게이자이신문은 고령으로 인한 일왕의 퇴위 의사를 두고 "황실전범은 세계2차대전 직후 정립됐고, 현재 일본의 고령화 사회를 반영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일왕이 섭정을 둔다고 해도 섭정 역시 나이를 먹으며, 일왕보다 먼저 죽을 수도 있다"면서 섭정 역시 완전한 해결책이 아니라고 시사했다.
황실전범에 일왕의 퇴위 문제에 대해 규정되어있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당시 대중이 일왕의 퇴위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황실전범이 쓰여질 시기 대다수의 대중은 당시 일왕인 히로히토가 계속 재임하기를 원했다는 것이다.
신문은 황실전범은 '일왕의 지위는 국민의 총의에서 나온다'라는 일본 헌법 제1조에 부합하게 만들어졌다면서, "현재의 대중이 아키히토 일왕의 퇴위가 가능해야한다고 생각한다면 같은 원칙이 적용되는 것이 도리에 맞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워싱턴포스트의 웹진 슬레이트(Slate)는 캐롤 글루크 콜롬비아 대학교 일본역사학 교수의 발언을 인용, 법률 개정의 어려움으로 생전 퇴위가 허용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는 입장을 전했다. 일왕의 생전 퇴위가 가능해지려면 황실전범을 개정해야 하는데, 이 법을 개정할 경우 차후 일왕의 강제퇴위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글루크 교수는 "이 법을 개정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일본인들은 변화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변화가 아주 느리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일본 우익은 법을 개정할 경우 여성의 왕위 계승 문제로 논의가 확장될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의 왕위 계승 문제는 양위 문제와 관련된 뜨거운 의제 중 하나다. 앞서 아키히토 일왕은 장남이자 서열 1순위인 나루히토(56) 왕세자에게 왕위를 이양할 뜻을 내비쳤으나, 왕세자에게는 아들이 없다. 외동딸인 아이코(14) 공주만을 슬하에 두고있다.
글루코 교수는 "일본인들이 (황실전범 개정을 제외하고) 어떠한 제2의 해결책을 찾을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정치권에서는 아키히토 일왕에 한해 퇴위를 인정하는 특별법을 만드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아키히토 일왕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추진하는 평화헌법 개정 움직임에 반대하는 입장에 서있다. 지난 1990년대 초 일왕은 우익에게 "나는 당신들의 왕이 아니니 나를 이용하지 말라"고 말하기도 했다. 일왕은 일본 왕실이 한국에서 기원했음을 인정한 인물이기도 하다. 글루크 교수는 "이것은 사실이지만, 터부시되는 이야기였다"고 평가했다.
[뉴스핌 Newspim] 이고은 기자 (goe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