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 양위는 2세기 만에 처음… 왕실 규범에 없어
[뉴스핌= 이홍규 기자] 아키히토(82) 일왕이 수년 내 왕위를 이양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일본 NHK 등 주요 일본 언론들이 지난 13일 일제히 보도했다.
NHK는 아키히토 일왕이 생전에 왕위를 나루히토 왕세자(56)에게 물려주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보도했으며 일왕의 이런 의향을 왕세자를 포함해 미치코 왕비와 차남인 아키시노 노미야 왕자 등이 받아 들였다고 전했다.
아키히토 일왕 <사진=블룸버그통신> |
일왕 자리를 생전에 물려줄 경우 이는 20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교도통신은 아키히도 일왕이 1년 전부터 생전 퇴위 의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궁내청의 야마모토 신이치로 차장은 생전 퇴위 표명에 대해 "그런 사실은 없다"고 말했다.
또 아키히토 일왕의 건강 이상설에 대해 교도통신은 "지금 당장 퇴위하지 않으면 안되는 건강 상의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고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이날 일본 언론들은 일왕이 아직 피해자 위문이나 전몰자 위령제 등 공무를 적극적으로 해내고 있지만, 과거에 큰 수수을 두 차례나 받았고 82세라는 고령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아직 건강할 때 자리를 물려주는 의사를 이전부터 주변에 전했다고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에도 시대 이전에는 왕이 생전에 물러나 양위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메이지 시대 이후에는 인정하지 않았다"면서 "이후 왕위 계승은 왕이 서거하는 경우에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현재 일본 왕실에는 생전에 퇴위하는 규정이 없어 전범 개정이 필요한 상태"라고 전했다.
이어 "서거 이전에 중병에 걸리는 경우 섭정을 한 경우도 있으며 다이쇼 일왕은 서거 전에 왕자인 쇼와 일왕이 섭정에 올랐다"면서 "현재 왕위 계승 1순위는 아키히토 일왕의 장남인 나루히토 왕세자가 되며, 왕세가 즉위하면 이 왕세자 자리는 없어지고 이후 상속 순위로 아키시노 노미야 왕자가 자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생전 양위가 되더라도 연호법에 따라 연호가 바뀌게 된다. 이는 시행령으로 존재할 뿐 구체적인 결정 방법은 정해지지 않았다. 헤세이(平成)란 현재 일본 연호는 과거 총리가 역사학자들에게 연호 후보 제출을 의뢰한 뒤 이를 가지고 간담회를 열고 후보군을 좁힌 뒤 중의원과 참의원 양원의 의장 부의장, 장관회의 등을 통해 결정했다.
일본의 연호는 1868년 메이지(明治), 1912년 다이쇼(大正) 그리고 1926년 쇼와(昭和)에 이어 1989년부터 헤세이로 이어졌다. 2016년은 일본 헤세이 28년이다.
일왕의 생전 양위 의지에 외신들도 관심을 보였다. 뉴욕타임스는 "2세기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면서 "쇼와 일왕이 서거 전 몇년 동안 투병하면서 왕위를 둘러싼 복잡한 사태가 전개된 것을 감안해 이를 피하려는 것이 일왕의 의도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AP통신은 "현대 일본에서 생전 일왕의 퇴위는 없었다"면서도 "아키히토 일왕은 지금까지 민간인과 결혼하고 화장을 선택하는 등 일본 왕실의 전통을 깨뜨려왔다"고 지적했다. 또 고령에도 불구하고 정력적으로 공무를 수행하고 있어 이를 차질없게 계속 수행하도록 미리 왕위를 물려주고 싶었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제기했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