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회계 부정 행위 끊이지 않아..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
전통산업 기업 회계부정 비중 높아
관리감독 강화 통한 투명성 개선 시급
[뉴스핌-황세원 기자] 지난 6월 중국에서는 전력망 설비 생산 기업인 흔태전기(欣泰電氣, 300372.SZ)의 분식회계 논란 및 상장 폐지 가능성 소식이 보도되면서 최근 몇 년간 발생한 A주 상장사의 재무제표 조작 문제가 다시금 수면위로 떠올랐다. 업계 전문가들은 “처벌이 ‘솜방망이’ 수준에 그치다 보니 회계 부정이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며 “관리감독과 처벌 수위를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바이두(百度)> |
최근 중국 유력 경제 매체 증권시보망(證券時報網)은 “중국 A주 상장사들의 분식회계 등 회계 투명성 관련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처벌 수위가 낮아 쉽게 근절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분식회계 논란으로 상장 폐지 가능성이 붉어진 흔태전기의 IPO 조달액은 2억5700만위안(약 440억7000만원)이었다. 하지만 조작 혐의 적발 후 부과된 벌금은 1907만위안(약 32억7000만원)으로 IPO 조달액의 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같은 문제로 논란이 된 남방고분(南紡股份, 600250.SH), 해연신(海聯訊, 300277.SZ), 만복생과(萬福生科, 300268.SZ), 운투생태(雲投生態, 002200.SZ) 등 A주 주요 상장사의 벌금액도 IPO 조달액의 최대 4%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처벌 수준이 지나치게 관대한 게 아니냐는 우려를 자아냈다.
분식회계를 저지른 중국 A주 상장사들은 주로 매출액이나 영업이익, 혹은 외상 미수금을 과대 계상하는 방식으로 회계 부정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 중 대부분은 '발생주의' 회계원리를 채택하고 있는데 이 경우 '현금주의' 회계에 비해 임의로 수익이나 비용을 장부에 올릴 여지가 커서 조작의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발생주의 회계원리는 현금주의와 달리 실제로 주고 받은 시점과 관계 없이 어느 기간의 손익에 포함되는지를 구분해서 해당 기간의 손익으로 처리한다.
2014년, 2015년 분식회계로 적발된 기업들의 주요 조작 방법을 살펴보면 매출액·매출채권 과대계상, 대손충당금 과소 계상 등이 주를 이뤘다. 실제 중국 요식 서비스업체인 중과운망(中科雲網, 002306.SZ)과 생명과학공학 전문업체인 남화생물(*ST生物, 000504.SZ)는 허위로 매출액을 포함시키는 방식으로 순이익을 과대계상했다가 적발됐다.
그 외에 계열사, 협력사와 짜고 복잡한 순환거래를 통해서 회계 부정을 저지르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통신설비 전문 제조업체인 강흔신소재(康欣新材, 600076.SH)와 중의약 업체 자음약업(紫鑫藥業, 002118.SZ)이 이와 같은 부정 행위로 적발된 바 있다.
한편 중국 주요 A주 상장사의 회계부정 사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첫 번째는 전통 산업 비중이 높다는 것이다. 중국 증감회(中國證監會)가 발표한 ‘행정처벌결정방안(行政處罰決定書)’에 따르면 분식회계로 적발된 기업 중에는 화학공업이나 농임목어업 등 전통 산업 기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 산업의 경우 대체적으로 산업 주기가 짧고 최근 IT 고성장에 따른 실적 타격으로 분식회계 유인이 다른 산업에 비해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농업 관련 기업의 경우 외부 영향을 많이 받고 현금 거래 매출 비중이 높아 회계 조작이 상대적으로 쉬운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묘목 재배 업체인 운투생태(雲投生態, 002200SZ)와 농업 전문업체 만복생과(萬福生科, 300268.SZ) 등이 있다.
IPO 해당 연도에 실적 부풀리기 현상이 뚜렷하다는 점도 주요 특징으로 꼽혔다. 중국 증권업계의 한 전문가는 증권시보망와의 인터뷰를 통해 “IPO 심사에서 통과하기 위해선 재무 구조 등 회사 건전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이 때문에 회계 조작을 마다않는 기업이 적지 않다”고 밝혔다. 실제 만복생과, 해연신 등 기업의 IPO 이후 3년간 순이익 추이를 보면 IPO 이전 3년 대비 큰 폭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2010년 이래 증감회가 발표하고 있는 ‘행정처벌결정방안’에 따르면 분식회계 혐의로 상장에 실패한 기업을 제외한 39개 상장사의 ROE(자기자본이익률)는 회계 조작 전 평균 -5.05%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실상 적자기업이라는 의미로 "기업들이 회계 조작을 통해 재무 구조가 건실한 것처럼 속이고자 한 주요 유인 중 하나였을 것”이라고 증권시보망은 밝혔다.
증권시보망은 증권업계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재무제표는 상장사의 수익성, 부채상환능력, 성장성, 자본 구조 및 현금 흐름 등 중요한 정보를 투자자에 제공하는 지표”라며 “기업들의 분식회계 행위가 근절되지 않을 경우 투자자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된다”고 보도했다. 더불어 “최근 중국에서 주요 기업들의 회계조작 혐의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은 중국 금융 시장의 입법 체계가 부실하고 관리감독 수준이 낮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며 “처벌 수위를 강화해 투자자들이 마음 놓고 투자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황세원 기자 (mshwangsw@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