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 데이터 활용 다양…자동차·IT업계 '군침'
차 업계, 애플·구글 OS 허용 데이터 접근 불허
[뉴스핌= 이홍규 기자] 정보통신기술과 자동차를 연결해 양방향 인터넷과 모바일 서비스 등이 가능한 차량, 이른바 '커넥티드 카(Connected Car)'가 자동차 산업의 새 트렌드로 자리 잡은 가운데,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데이터 점유 경쟁이 뜨겁다.
스마트 운영체제(OS)를 내세운 구글과 애플이 자동차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동안, 자동차 업체들은 데이터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먹거리를 이들에게 빼앗길까 단속에 나섰다.
12일 자 블룸버그통신은 컨설팅 회사 인빅터스 아이카의 토니 포스와츠 최고경영자(CEO)를 인용해 "자동차 스크린의 지배권을 갖기 위해 모든 이들이 노력하고 있다"면서 "데이터를 얻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최근 업계 추세에 대해 전했다.
'커넥티드 카'는 이미 알게 모르게 운전자들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앞 좌석은 운전자의 몸무게를 측정하고 네비게이션은 운전자의 주행 거리와 통근 경로를 수집한다. 나아가 운전자의 쇼핑 패턴과 여행 일정도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터, 자동차 회사에 '금맥'과도 같아…다양한 서비스 가능
포드 앱링크 사용 화면 <사진=블룸버그통신> |
완성차 업체들이 데이터 수집에 열을 올리는 건 이 안에 '엄청난 가치'가 숨어있기 때문이다.
보험 회사에 운전자들의 운전 습관을 공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주유 회사를 통해 쿠폰을 지급할 수 있다. 또 여행 중 운전자에 맞는 호텔을 안내하는 등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하다. 이미 일부는 실행 중이다. 자율주행차가 일상이 되면 운전자는 차 안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 더 많아진다.
통신은 "이는 업계가 구글과 애플의 진입을 저지하려는 이유"라면서 "자동차 제조회사들에 '금맥'이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포드, BMW, 제네럴 모터스 등 유명 자동차 회사들은 이를 위해 자체 '어플리케이션(이하 앱) 플랫폼'을 개발했다. 스마트폰 앱과 결합해 운전자들이 차 안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게 것이다. 포드의 '앱링크'는 음성 인식을 통해 사용자들이 스마트 폰을 손에 들지 않아도 앱을 사용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앱이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는 범위는 제한했다. 쉐보레와 포드 등 많은 업체들이 자사 차량과 애플의 카플레이, 구글의 안드로이드 카와 호환은 허용했지만, 데이터에는 접근할 수 없도록 '방화벽'을 쳐놨다.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는 일종의 차량용 스마트 운영체계(OS)로 지도 서비스, 메시지, 음성 시스템을 제공한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있어야 사용이 가능하다.
포드의 돈 버틀러 커넥티드카·서비스 담당 이사는 "우리는 구글이나 애플이 제공하는 사용자 경험에 자동차를 넘기지 않는다"며 "사전 동의를 통해 운전자들의 습관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알려 주고 싶다"고 말했다.
◆자율주행 핵심기술 '맵핑' 안 넘겨준다
애플 카플레이 사용 사진 <사진=블룸버그통신> |
자율주행차가 보편화 될 것으로 예상되자 업체들의 '맵핑' 기술 개발 경쟁도 뜨겁다. 지난해 BMW와 다임러, 아우디는 컨소시엄을 꾸려 노키아의 지도 서비스인 '히어(HERE)'를 31억달러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자동차 업체들은 히어의 기술이 구글이나 애플, 우버 등에 넘어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자동차 내부 정보 시스템의 통제력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인수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구글과 애플은 사적 데이터를 광고 목적으로 보유하거나 사용하는 데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며 자세한 논평은 거부했다. 구글의 카오리 미야케 대변인은 "기술과 자동차 간 연결에 관해 협업하고 싶지만, 사용자 행동 데이터를 광고 목적으로 사용하는 데 관심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데이터 판매 여부 질문에는 구체적으로 답하지 않았다.
자동차 업체들이 애플과 구글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선 이들에 필적할만한 콘텐츠를 제시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일각에서는 업체들의 노력에 회의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컨설팅회사 카랩의 에릭 노블 사장은 "자동차 회사들이 내놓는 차량 어플리케이션이 기대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 운전자들은 다시 스마트폰을 고집할 것"이라면서 "자동차 회사들은 기술 기업들만큼 앱과 콘텐츠 개발에 능숙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동차 회사들이 스마트폰과 경쟁할 수 있는 결과물을 내놓을 가능성은 적다"면서 "이들은 하늘에 떠 있는 무지개를 쫓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