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제사회에서 가장 심각하게 떠오른 환경 관련 이슈는 ‘지구온난화’라 할 것이다. 산업발달에 따라 석유와 석탄 같은 화석연료를 사용하고 또 개발 과정에서 숲을 파괴하면서 온실효과의 영향이 커졌다. 지난해에 이어 금년에도 지구촌 이곳저곳에서는 기상이변과 자연재해가 자주 일어나고 있다. 미국에서는 한겨울에 벚꽃이 피는가 하면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이상한파가 몰아닥쳐 많은 도시들의 기능을 마비시키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산성비가 내리고 황사와 미세먼지가 밀려오는 것이 일반화되고 있다. 더욱이 태평양에 있는 섬나라들은 침몰 위기에 처해 있기도 하다. 모두가 지구온난화로 빚어진 현상들이다. 이러다 우리와 미래 세대들이 살아 나가야 할 터전인 이 지구가 정말 어떻게 되는 것은 아닐까하는 불안과 걱정이 든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난해 12월 파리에서는 신(新)기후협약이라고 불리는 ‘파리 기후협약’이 성공적으로 도출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전 세계 195개국 정상과 장관들이 모여 기존의 교토협약이 사실상 종료되는 2020년 이후부터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 개별국가마다 탄소배출량을 줄여 나가는 약속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낸 것이다. 이러한 때 경제전문가인 이철환 전 재경부 금융정보분석원장은 지구촌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기상이변의 징후, 원인과 폐해, 대책에 관한 의견을 알기 쉽게 제시하고 있다. 그는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은 결국 에너지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다시 말해 경제운영방식을 어떻게 바꿔나갈 것인지에 달려있다고 했다. 관련 내용을 우선 기상이변의 징후부터 게제하기로 한다.
해마다 1월에서 5월 사이에 어김없이 우리나라에 찾아오는 불청객이 있으니 다름 아닌 바로 황사이다. 황사(黃砂)는 문자 그대로 누런 모래이다. 중국 내몽골의 고비사막이나 타클라마칸사막에서 주로 발원한다. 황사는 봄철 편서풍을 타고 공업지대를 지나며 한반도로 이동해 우리를 괴롭힌다.
황사 현상이 자주 일어나는 건 중국과 몽골의 사막화가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사막화가 가속되고 있는 중국과 몽골의 반(半) 건조지역은 기후의 영향을 민감하게 받는다. 이에 겨울철 가뭄이 심한 경우 지표가 매우 건조해져서 봄철에 대기 중에 황사가 떠다니게 되고 강한 바람에 실려 한반도와 일본에까지 날아오는 것이다. 심지어 미국의 로스앤젤레스까지 먼지가 날아간다고 한다. 황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나라와 일본도 중국과 몽골의 사막에 나무를 심는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황사에는 납과 카드뮴 등 해로운 중금속 성분이 섞여 있다. 황사가 일어날 때 부는 강한 바람은 피부의 수분을 빼앗아간다. 또 흙먼지가 피부에 달라붙으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이뿐만 아니고 흙먼지는 알레르기성 비염, 천식과 폐 질환 등의 병을 일으키고, 눈이 충혈되며 안과 질환을 유발한다.
따라서 황사가 있는 날에는 외출을 삼가는 것이 좋다. 외출을 해야 할 경우에는 황사 전용 마스크와 눈 보호 안경을 쓰고, 긴소매 옷을 입어야 한다. 외출 전에는 로션을 발라 황사가 피부에 직접 들러붙지 않게 하고, 집에 돌아온 뒤에는 꼭 온몸을 깨끗하게 씻어야 한다.
요즘은 황사보다 ‘미세먼지’가 더 부각된다. 황사는 주로 봄에 발생한다지만 미세먼지는 사시사철 우리를 괴롭힌다. 미세먼지가 인류 건강에 심각한 위해가 된다는 점이 알려진 것은 최근의 일이다. 세계보건기구는 2013년 10월 이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한 바 있다. 미세먼지는 그야말로 가는 입자다. 입경 10㎛ 이하의 작은 입자를 미세먼지, 그중에서도 2.5㎛ 이하의 더 작은 알갱이를 초미세먼지라 부른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이물질은 코털이나 기관지에서 걸러지지만 미세먼지는 크기가 작다 보니 호흡기를 그대로 통과해 체내에 침착된다.
미세먼지에 갇힌 도심 <사진=뉴시스> |
미세먼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황사의 경우처럼 중국을 탓하고 있지만 중국만을 탓할 수 없다. 아황산가스, 질소산화물 같은 미세먼지에 포함된 대기오염 물질은 주로 자동차, 공장 등에서 화석연료를 태우는 가운데 발생한다. 지금까지 연구에 의하면 국내 미세먼지 중 중국에서 비롯한 것은 30~40% 정도였다. 중국의 오염이 우리나라 대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나라의 오염원이 훨씬 큰 비중을 차지하는 셈이다. 최근 환경부가 경유차에서 내뿜는 질소산화물이 미세먼지 발생의 주요원인이 되고 있다는 판단아래 경유차규제 움직임을 보인 것도 이런 연유에 기인한 것이다.
우리가 어린 시절, 비가 오면 낭만에 젖어 비를 맞으며 걷기도 하고 심지어는 빗물을 식수로도 썼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비나 눈을 먹거나 맞아서는 안 된다. 이유인즉 다름 아닌 바로 산성비 때문이다. 산성비란 황산과 질산 같은 산성 물질에 오염된 비를 말한다. 보통 비는 약한 산성을 띠지만 산성 물질에 오염되면 산성이 더욱 강해진다.
산성 물질은 자동차, 공장, 발전소 등에서 석탄이나 석유 같은 화석연료를 사용할 때 나오는 이산화황과 질소산화물이 공기 중의 수증기에 녹아 만들어진다. 이렇게 만들어진 산성 물질이 빗물이 되어 땅으로 떨어지는 것이 바로 산성비이다. 자연상태의 순수한 비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영향으로 pH값이 5.6 정도를 띠기 때문에, 산성비는 pH값이 5.6보다 낮은 강수를 말한다. pH는 수소이온 농도로 숫자가 작을수록 산성도가 증가한다. 모든 형태의 강우는 약산성이지만 인간활동의 영향으로 산성도가 더욱 높아지며 심할 경우에는 pH값이 2.6 정도까지 측정된다.
산성비는 식물의 잎에 떨어져 식물의 광합성에 필요한 기공, 엽록소 등을 파괴한다. 따라서 식물이 양분을 만들지 못해 잘 자라지 못하게 된다. 또한 산성비가 땅에 떨어지면 땅에 있는 아연, 납, 수은과 같은 중금속과 만나 토양을 산성화시키고 물도 산성화시킨다. 산성비로 인하여 토양이 산성화되면 식물이 잘 자라지 못하고, 물이 산성화되면 플랑크톤이 잘 자라지 못하여 물고기를 비롯한 물 속 생태계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산성비는 호수와 하천을 오염시키며, 이곳에 서식하는 물고기를 폐사시킨다. 또 이 물고기를 잡아먹은 사람의 인체에도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뿐만 아니라 탑이나 동상, 건축물을 부식시키기도 한다.
산성비는 특히 사람들이 많이 사는 도시나 공장이 많은 지역에 자주 내린다. 그런데 이 산성비는 선진 공업국에서 더 문제가 되고 있다. 북미 지역에서는 1970년대에 접어들어 1950년대에 비해 강수의 산성도가 2~3배나 증가하였다. 또 지난 20년 사이에 남부 유럽에서는 황화합물의 집적이 50% 증가하고, 스칸디나비아에서는 100% 증가했다. 네덜란드와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남부, 미국의 북동부에서 캐나다에 걸치는 넓은 지역에서 pH 3~5의 산성비가 항상 관측되었다. 스웨덴의 9만 개의 호수 중에 1/4 정도가 산성화되었고, 노르웨이의 호수와 하천 가운데는 사실상 죽은 것이 많다고 하는데, 영국에서 날아오는 오염 물질이 그 원인이라고 한다.
미국 동부의 호수들은 물고기가 살지 못할 정도로 산성화되었으며, 캐나다 또한 더 이상 송어나 연어들의 천국이 아니라고 한다. 이집트의 고대 유물들이 산성비의 피해로 부식이 진행되고 있고, 독일의 쾰른 성당의 벽돌도 부식되었다고 한다. 세계 곳곳의 나무들이 말라죽거나 목재 산업이 감소하고 있다. 독일의 검은 숲 지역과 북유럽과 캐나다의 산림지역 등이 대표적인 산성비 피해 숲 지역으로 꼽힌다.
날이 갈수록 비의 산성 정도가 강해지고, 산성비가 내리는 지역이 더 넓어지고 있다. 기류의 영향도 산성비의 지리적 범위 확장에 커다란 영향을 주고 있다. 이처럼 산성비는 무차별적이고 국경을 넘어 이동하면서 영향을 미치므로 전 지구적 문제가 되고 있다.
이 산성비가 내리지 않게 하려면 이산화황과 질소산화물의 배출을 가능한 한 줄여야 한다. 그러려면 우선 자동차의 배기가스를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산업체에서도 굴뚝에서 나오는 이산화황과 질소산화물 같은 오염 물질을 줄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저자 이철환 약력
- 20회 행정고시(1977년) 합격
-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보분석원장
- 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 현재 한국무역협회 초빙연구위원 겸 단국대학교 경제과 겸임교수
- 저서: 숫자로 보는 한국의 자본시장, 중년예찬, 문화와 경제의 행복한 만남, 좋은 돈 나쁜 돈 이상한 돈 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