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투표 다음날 전체 물량 0.51% 공매도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지난 23일 치러진 영국의 브렉시트 국민투표 후 억만장자 투자자 조지 소로스가 하락 베팅한 것은 도이체방크인 것으로 확인됐다.
영국의 EU 탈퇴가 현실화될 경우 파운드화가 20% 폭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던 소로스는 정작 투표 후 파운드화에 상승 포지션을 취한 것으로 드러나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조지 소로스 <사진=AP> |
그가 이끄는 소로스 펀드 매니지먼트 측은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은 채 소로스가 브렉시트 국민투표 후 다른 전략을 통해 수익률을 올렸다고 전했으나 28일(현지시각) 주요 외신들은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가 ‘타깃’이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외신에 따르면 소로스는 영국의 국민투표 다음날 700만주에 달하는 도이체방크 주식을 공매도 했다. 이는 은행 전체 주식의 0.51%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영국의 EU 탈퇴에 따른 충격이 미국 금융위기 당시와 같은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던 소로스가 독일 최대 은행의 하락에 베팅한 것으로 드러나자 시장은 그 배경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일단 소로스의 전략은 적중했다. 도이체방크 주가는 국민투표 이튿날인 24일 개장 직후 16% 폭락했고, 낙폭을 14%로 축소하면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장중 주가 고점은 13.95유로였고, 종가가 13.37유로라는 점을 감안할 때 0.51%의 물량을 숏베팅한 데 따른 차익이 9800만유로(1억800만달러)에 달한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도이체방크 주가는 27일에도 내림세를 지속, 장중 한 때 전날 고점 대비 13% 이상 곤두박질 쳤고, 28일 오후에도 8% 내외로 하락했다.
소로스가 도이체방크에 숏 포지션을 취한 배경은 정확히 밝히지 않았지만 브렉시트로 인한 유럽 은행권의 충격을 겨냥한 움직임으로 파악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영국의 EU 탈퇴 결정으로 인해 주요 은행들이 자산 거래에서 손실을 떠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울러 기업들이 인수합병(M&A)을 보류하고 현금 보유를 늘리면서 이에 따른 은행권 타격이 작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서 골드만 삭스는 브렉시트가 가시화될 경우 2018년까지 유럽 은행권의 이익이 320억유로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한 바 있다.
한편 소로스와 함께 헤지펀드 업체인 마샬 웨이스 역시 662만주에 이르는 도이체방크 숏베팅을 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이체방크 측은 이번 ‘큰손’들의 공매도 사실에 대해 언급을 피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