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겹게 끌어올린 출산율, 맞춤형 보육이 발목잡을 것"
[세종=뉴스핌 이진성 기자] #학부모인 안영미(가명) 씨는 정부가 '저출산이 문제'라고 하면서도 누리과정 사태, 맞춤형 보육 등 정부의 책임을 전가하는 정책을 내놓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 그는 "맞춤형 보육이 시행되면 아이를 더 낳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23일 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 서울교육보육포럼, 참여연대 등이 마련한 '맞춤형 보육에 대한 학부모, 교사의 곡성'이라는 집담회에서 나온 발언이다.
맞춤형 보육이 시행되면, 출산율이 다시 하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2년 출생아수가 매년 급격히 떨어지자 저출산 대책을 위해 무상보육 정책을 꺼내들었다. 무상보육이 정착하면서 출생아 수도 지난해 다시 소폭 증가하는 등 성과를 내기도 했다.
당시 복지부의 무상보육 정책은 성공적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최소 보육 관련 정책이 결실을 맺기 위해선 결혼 및 자녀계획 등을 고려해 3년정도 예후를 지켜봐야 하는데, 실제 이 기간 후인 지난해 소폭이지만 추락곡선을 그리던 출산율이 올랐다.
무상보육이 저출산 극복에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이제 성과가 나기 시작했음에도 정부는 다시 보육 지원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정했다.
정치권에서도 이런 우려를 내비쳤다. 21일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복지부 업무보고 “맞춤형 보육은 정부의 보육정책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제도"라며 "어린이집 등 이해관계자, 정치권과 충분한 사전 협의가 필요하다”며 시행을 연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육정책은 저출산에 초점을 맞춰 만들어진 정책인데, 보육 부담이 늘면 아이를 낳으려는 가정이 더 줄어들 것을 우려해서다.
김상희 더민주 의원도 기 의원의 주장을 거들었다. 김 의원은 “무상보육은 저출산 문제가 국가적 재앙을 가져올 심각한 문제라는 공감대에 바탕을 둔 정책"이라며 "정부가 보육예산을 줄일 목적으로 보육현장의 누구도 원하지 않는 정책을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야당 의원들이 맞춤형 보육 정책을 연기하라고 한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저출산 문제가 시급해서다. 실제 정부는 우리나라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겠다며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도 꾸리고 있다. 위원회는 '둘이 하는 결혼’, ‘아빠의 가사‧육아분담 문화 확산’, ‘고비용 양육문화 개선’ 등을 핵심 과제로 꼽고 있다.
정부도 저출산 극복을 위해 육아 과제를 우선으로 꼽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오는 7월 1일 시행되는 맞춤형 보육은 사실상 기존 혜택을 축소함으로써 보육 부담을 가중 시키고 있다. 맞춤형 보육이 저출산 사회를 심화시킬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김진석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애초 어린이집 12시간 운영의 원칙을 세운 데에는 맞벌이 가정 부모뿐만 아니라 취업준비, 학업, 가족 기능의 상실, 비정규적 생업 종사 등 사회적 돌봄이 필요한 부모들이 있고 가족의 보육책임을 공공이 나눠지겠다는 취지가 있었음을 기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맞벌이 부모와 그 아이들에 대한 현장의 차별을 해소한다는 명분으로 전업부모에 대한 역차별을 제도화하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대책 방안도 제시했다. 그는 “가정양육시간의 확대가 필수적이라면 모성휴가와 부성휴가의 확대, 유급육아휴직급여의 현실화, 보편적 아동수당의 도입을 통해 부모가 가정양육에 집중할 수 있는 사회적, 제도적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이진성 기자 (jin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