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오해영' 포스터 <사진=tvN> |
[뉴스핌=이현경 기자] 케이블에 진출한 공중파 출신 드라마 PD들의 활약이 거침없다. 최근 화제작인 ‘또 오해영’ 역시 KBS에 몸담았던 송현욱 PD의 작품이다. 이 외에도 김윤석, 이윤정, 신원호 PD등이 케이블 채널의 시청률 신기록을 주고 받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2002년 KBS에 입사해 ‘브레인’(2011) ‘해운대의 연인들’(2012) 등을 연출한 송현욱 PD는 2014년 ‘연애 말고 결혼’으로 tvN 드라마에 입성했다. ‘연애 말고 결혼’은 마지막회에서 3.31%(닐슨코리아, 유료가구기준)를 기록하며 고정적인 시청자를 집중 공략했다.
이후 선보인 ‘슈퍼대디 열’(2015)은 전작보다 높은 성적을 얻지는 못했지만 ‘또 오해영’으로 화끈한 반전을 일궜다. ‘또 오해영’은 tvN 월화드라마 편성 이래 최고 시청률을 갈아치웠다. 단 8회 만에 ‘치즈인더트랩’이 남긴 최고 시청률 7%를 넘어 8.3%를 기록했다.
‘또 오해영’의 뜨거운 열기에 공중파 심야예능 KBS 2TV ‘우리동네 예체능’과 SBS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의 시청률이 하락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여기에 배우 서현진의 재발견과 에릭, 김지석, 예지원의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으며 현재 시청률 10%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보다 먼저 tvN 월화드라마의 이례적인 기록을 세운 건 MBC ‘커피 프린스’(2007)를 연출한 이윤정 감독이다. 이윤정은 ‘하트 투 하트’(2015)로 2015년 tvN에 드라마를 펼쳤다. 그러나 ‘하트 투 하트’는 그의 전작인 ‘골든 타임’(2012)이나 ‘커피 프린스’에 못 미치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이윤정 감독은 ‘치즈 인더 트랩’으로 제대로 한 방을 던졌다. 2회 만에 시청률 5%대에 진입하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드라마 말미 원작자와 갈등으로 잡음이 있었음에도 마지막회에서 자체 최고 기록을 만들어내는 기염을 토했다. 결과적으로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중 손꼽히는 흥행작으로 기록됐다.
김원석이 연출한 tvN '미생'(위), 이윤정PD의 연출작 '치즈인더트랩'(왼쪽 아래), 김원석 PD의 '시그널' 포스터 <사진=tvN> |
사실 이 두 사람보다 먼저 케이블 채널에 뛰어든 건 KBS 출신 김원석 PD와 신원호 PD다. 이들은 케이블 드라마 전성시대를 연 장본인이다.
‘대왕세종’(2008) ‘신데렐라 언니’(2010) ‘성균관 스캔들’(2010) 등을 연출한 김원석 PD는 2013년 Mnet에서 ‘몬스타’를 연출했다. 당시 뮤직드라마 장르가 생소하긴 했지만 2%대 시청률을 유지하며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는 쾌거를 이뤘다.
김원석 PD는 그 후 1년 만에 만화 원작인 ‘미생’으로 케이블 드라마계에 한 획을 그었다. ‘미생’은 마지막회에서 평균 8.3%, 최고 10.3%까지 올랐다. 이 역시 당시 케이블 드라마 중 최고 기록이다. ‘미생’에 이어 그가 연출한 ‘시그널’은 자신의 자체 최고 시청률을 또 한번 깼다. 장르물임에도 대중적인 사랑을 받았다. 마지막회는 평균 13.4%, 최고 15%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예능 PD였던 신원호는 tvN에서 ‘응답하라’ 시리즈를 연출했다. ‘응답하라 1997(2012)’과 ‘응답하라 1994’(2013) 그리고 ‘응답하라 1988’(2015)까지 세 시즌이 모두 성공했다. ‘응답하라 1997’이 시작할 때만해도 당시 제작발표회장에 파리만 날렸던 굴욕을 당당히 벗은 것이다.
신원호PD가 연출한 '응답하라 1997' '응답하라 1994' '응답하라 1988' <사진=tvN> |
‘응답하라 1997’의 뚜껑이 열린 후 시청자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이에 ‘복고’ 코드가 방송계를 강타했고 전작에 힘입어 ‘응답하라 1994’가 탄생하게 됐다. ‘응답하라 1994’는 당시 11.9%(21화)로 케이블 방송계에서 최고 시청률 기록을 남겼다. 그 이후에도 신원호 PD의 흥행 기록은 이어졌다. ‘전작만한 후속은 없다’는 말이 무색하게 ‘응답하라 1988’은 폭발적인 신드롬을 만들며 마지막회에서는 평균 19.6%라는 자체 최고는 물론 tvN 10년 역사상 최고의 기록을 냈다.
현재 공중파 드라마는 두 자릿수 시청률에 범접하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올해 초 KBS 2TV ‘태양의 후예’가 시청률 40%에 육박하는 기록을 세웠지만 정말 이례적인 결과로 평가됐다.
이같은 현실에 공중파 드라마 PD들도 공중파 드라마가 케이블과 종편에 비해 다소 답답하거나 신선하지 않다는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다. KBS 2TV ‘동네 변호사 조들호’를 연출한 이정섭 PD는 제작발표회에서 “공중파 드라마의 위기를 탈피해보겠다”고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케이블로 옮겨온 드라마 PD들은 공중파에서 할 수 없던 새로운 도전을 택했고 이는 놀라운 성과로 이어졌다.
신원호 PD는 ‘응답하라’에서 주 시청자와 공감할 만한 복고 코드를 입혔고 김원석은 ‘미생’에서 짙은 사람냄새 나는 이야기로 감동을 안겼다. ‘시그널’의 경우 마니아 장르임에도 대중이 좋아할 수 있는 섬세하고 정교한 연출력으로 보다 많은 시청자와 통했다.이윤정 PD는 ‘치즈인더트랩’을 반 사전제작 시스템안에서 진행해 기획단계에 신중을 기할 수 있었다.
송현욱 PD는 ‘또 오해영’을 평범한 로맨틱 코미디의 범주안에 가두지 않고 있다. 단짠(달달하다가 눈물의 짠맛만큼 슬픈 이야기)이 오가는 이야기에 현실적인 여성 캐릭터와 미래를 보는 남자의 이야기를 생동감 있게 구현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킬러 콘텐츠 생산이라는 평가가 전혀 어색하지 않은 이유다.
[뉴스핌 Newspim] 이현경 기자(89hk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