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주가 미치는 영향 크지는 않을 듯"
[뉴스핌=김양섭 기자]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이 완화되면서 37개 기업이 대기업집단에서 벗어나게 됐다. 증권가에선 특히 코스닥 시가총액 1·2위를 다투는 셀트리온과 카카오에 관심이 집중돼 있다. 이들 기업은 대기업집단에서 벗어나면서 신규사업과 글로벌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는 평가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셀트리온 주가는 지난 4월 22일 12만원대 주가에서 최근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초 12만원 주가를 기록했던 카카오 주가 역시 최근 9만원대에서 박스권 장세를 보이고 있다. 주가를 움직이는 여러가지 이슈들이 있어 대기업집단 지정 이슈가 주가를 끌어내렸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증권가의 대체적인 견해다. 다만 부정적인 이슈 하나가 해소됐다는 점에선 '긍정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셀트리온-카카오 최근 3개월 주가 추지 <자료=네이버증권> |
정부는 이날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대기업집단 지정기준을 '10조원 이상'으로 상향조정하는 내용의 개선방안을 내놨다. 이번 지정제도 개선으로 카카오, 셀트리온 등 자산 10조원 미만 민간집단 25개와 한국전력 등 공기업집단 12개가 대기업집단에서 빠지면서 65개였던 대기업집단은 28개로 줄어들게 됐다.
이번 개선 방안으로 셀트리온은 재무적인 부담은 한층 덜게 됐다. 대기업집단 지정은 셀트리온에게 재무적인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여겨져 왔다.
연구·개발(R&D)에 쓰는 돈만 연간 2000억원 정도에 달하는 셀트리온은 R&D 투자액에서 8%는 그동안 세액공제 혜택을 받아왔는데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세액공제율이 3%로 줄어든다. 또 계열사 채무보증 등에도 제한에 걸려 자금조달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돼 왔다. 바이오시밀러 등 세계시장 공략을 위해 공격적인 투자와 R&D를 해야되는 셀트리온 입장에선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게 중론이다.
다만 공정위가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공시의무 대상 집단에 대한 자산기준은 현행 5조원을 유지한 만큼 일감몰아주기 규제에 대한 부담은 여전히 남아있다. 공정위는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에서 총수 일가가 30%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이 연간 200억원 넘게 계열사로부터 매출을 올리면 일감 몰아주기로 본다. 서정진 회장이 54% 지분을 보유한 셀트리온헬스케어도 이 규제를 적용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셀트리온측은 "아직 규제 관련 방침이 확정되지 않아 향후 대기업 기업집단 규제의 세부사항이 확정 고시된 후에 그에 따라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는 게 공식 입장"이라고 전했다.
대기업집단지정 해제로 재무적인 부담을 상당히 덜게 됐지만 이 같은 이슈가 당장 주가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전반적인 컨센서스다.
신재훈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물론 좋은 뉴스긴 하지만, 주가를 결정할만한 핵심 이슈는 아니라고 본다"면서 "이보단 본업의 펀터멘털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당장 각종 신사업 추진에 차질이 우려됐던 카카오 역시 이번 결정을 상당히 반기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지정된 지 두 달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었지만 카카오 계열사로 합류한 스타트업들도 대기업 집단에 포함되면서 여러 규제 검토 등 어려움을 겪게 됐었는데 거기에서 벗어나게 됐다"면서 "모바일 산업 혁신을 위해 더 열심히 하라는 의미로 알고, 혁신을 위한 도전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카카오가 투자한 계열사 등은 규모상 상위 5개사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평균 자산 규모가 85억원인 중소기업이거나 게임, 모바일 서비스 등 분야의 스타트업이다.
이들 모두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의 계열사로 묶이면서 벤처캐피탈(VC) 투자가 금지되고, 정보기술(IT) 관련 업종에 진출이 제한되거나 불이익을 받을 처지였다.
아울러 은행법 이슈가 남아있긴 하지만 인터넷은행 신사업에도 한층 속도를 낼 수 있는 여건이 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카카오은행 건은 향후 은행법 개정 방향을 봐야 한다"면서도 "공정거래법상으로는 일단 규제가 풀린 것이다. 은행법도 개정되면 카카오의 인터넷은행 진출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대기업집단 이슈가 당장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창영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 "대기업 집단지정이 되면 신사업 여러가지 제한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서 해제됐다는 건 긍정적인 이슈"라면서도 "다만 그동안 대기업집단 지정 이슈로 주가가 급락했다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에 대기업집단에서 기업은 하림, KCC, KT&G, 한국타이어, 코오롱, 교보생명, 한국투자금융, 동부, 한라, 동국제강, 한진중공업, 세아, 중흥건설, 이랜드, 한국GM, 태광, 태영, 아모레퍼시픽, 현대산업개발, 서울메트로, SH공사, 셀트리온, 하이트진로, 삼천리, 부산항만공사, 한솔, 금호석유화학, 카카오 등이다.
[뉴스핌 Newspim] 김양섭 기자 (ssup82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