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재정 수단 병행 및 물가 목표 수준 설정 제안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판매세 인상을 지연하고 재정 측면의 새로운 부양책 프로그램을 내놓을 것이라는 일본 정부의 발언을 놓고 뒷북 논란이 불거졌다.
벤 버냉키 미국 전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13년 전 내놓은 의견을 이제 와서 저울질하고 있다는 얘기다.
본래 지난해 4월 시행 예정이었던 판매세 인상이 보류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천문학적인 통화정책 완화에도 실물경기가 살아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값비싼 시행착오를 거친 뒤에야 깨달은 셈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출처=블룸버그통신> |
1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발표한 재정적 수단을 근간으로 한 부양책은 지난 2003년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이 일본을 방문한 자리에서 제시했던 의견이다.
일본 정부는 세계 최대 규모의 GDP 대비 부채를 줄이는 한편 장기 디플레이션과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통화정책 완화게 거의 전적으로 의존했다.
이와 관련, 버냉키 전 의장은 2003년 일본을 방문, 디플레이션을 종료하기 위해서는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수단을 병행해 양측의 공조를 이룰 때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일본은행(BOJ)이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지속하되 세금 인하를 포함한 재정적 측면의 경기 부양책을 함께 시행할 때 실질적인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BOJ의 자산 매입 프로그램은 공격적으로 단행됐다. 국채에 집중된 자산 매입은 일본 정부가 발행한 채권보다 커다란 규모로 이뤄졌다.
즉, 일본은행의 영향권에 포함되지 않은 채권시장의 외형이 축소됐다는 의미다. 장기물을 중심으로 과도한 수준의 국채 수익률 하락과 유동성 위축 등 적신호가 곳곳에서 불거졌고, 투자자들 사이에 BOJ의 부양책이 적어도 채권시장에서는 한계를 맞았다는 의견이 확산됐다.
한편 버냉키 전 의장은 13년 전 인플레이션 목표치에 대해서도 의견을 제시했다. 특정 수치를 목표치로 설정할 것이 아니라 물가 수준을 정해 통화 재팽창이 기존의 디플레이션 상황의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상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인플레이션 목표치가 해마다 일정 수준의 물가 상승을 유도하는 데 반해 물가 목표 수준 설정은 GDP가 미래 특정 시점까지 일정 규모에 이르게 하는 데 목적을 둔다.
이 부분의 경우 일본 정부가 지난해 부분적으로 수용한 셈이다. BOJ가 2%의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두고 있지만 지난해 일본 정부가 GDP를 20% 가량 끌어올려 500조엔에 이르게 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힌 것이 같은 맥락이라는 설명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