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 칼럼리스트 삼성에 유럽서 소송할 것 제안
[뉴스핌=강소영 기자] 삼성의 명성을 빌어 자사의 지명도를 높이려는 의도가 농후한 '화웨이의 특허 전쟁' 선언에 삼성전자가 휘둘리지 않고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선, 삼성측이 미국이 아닌 유럽에서 화웨이를 측면 공격해야한다는 주장이 '중국'에서 제기됐다.
중국 화웨이에 특허 침해 소송을 당한 삼성전가자 미국에서 맞고소를 할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적진'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에서 나온 새로운 대응 전략이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중국의 유명 IT 경제 전문 칼럼리스트 '보밍007(柏銘007, 필명)'은 29일 이 같은 주장의 내용의 칼럼을 발표했다.
◆ 미국에서 대결, 소송 결과 관계없이 화웨이는 '승자'
그는 미국 시장에서는 화웨이가 소송의 승패에 관계없이 '결과적으로 승자'가 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가 미국에서 화웨이를 맞고소 해서 승소한다 해도 삼성측이 얻을 수 있는 실익은 없는 반면, 화웨이는 삼성과의 '대결'을 통해 자사의 혁신 이미지를 극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보밍007'은 화웨이가 연구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특허분야에서는 여전히 삼성보다 한 수 아래라고 강조했다. 화웨이의 '안마당'인 중국 시장에서 특허 출원 건수를 살펴보면 삼성이 화웨이를 근소하게 앞선다.
미국에서 삼성의 특허 영향력은 더욱 압도적이다. 비록 2015년도 특허협력조약(PCT) 특허 출원수에서 화웨이가 1위를 차지했지만, 미국에서는 여전히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삼성의 특허기술 양도 건수는 5072건으로 2위를 차지했지만, 화웨이는 800건으로 44위에 그쳤다.
'보밍007'은 대만국가실험연구원, 유럽통신표준기구(ETSI)의 특허 관련 평가 순위에서도 화웨이는 삼성보다 훨씬 열세의 위치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 아래 미국에서의 '전쟁'은 화웨이에게 있어 승패 결과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 오히려 잃을 것이 없는 화웨이가 삼성보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기때문에 삼성전자가 '허를 찌르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보밍007는 역설했다.
◆ 삼성, 유럽 통해 '화웨이' 길들이기 나서야
보밍007이 제시한 대안은 삼성전자가 유럽 시장에서 화웨이를 고소하는 것이다.
화웨이는 통신설비 연구개발과 생산을 주력하는 기업으로 미국 시장에서 각종 진입장벽에 부딪혀 영향력을 키우지 못했다. 그러나 유럽에서의 상황은 다르다. 유럽은 화웨이가 가장 성공한 해외 시장으로 통신설비와 스마트폰 분야 모두에서 고속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삼성이 이 점을 노려 유럽에서 화웨이를 제소한다면 화웨이 스마트폰의 유럽 사업은 제약을 받게 될 수 밖에 없다. 더 나아가 화웨이의 강점인 통신설비 분야에서도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유럽을 통한 화웨이 반격 전략은 '적의 적은 나의 아군'이라는 전략 차월에서도 훌륭하다. 유럽 시장에서 화웨이와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에릭슨은 유럽에서 삼성의 화웨이 제소를 내심 반가워하고 이를 통해 화웨이를 압박하는 데 간접적으로 가세할 수 있다. 어차피 통신분야에서 에릭슨과 삼성이 충돌하지 않기 때문.
보밍007은 대다수 전문가의 전망처럼 삼성과 화웨이가 결국 화해의 손을 잡을 것으로 내다봤다.
대만 TSMC의 거센 추격에 대응하기 위해 삼성전자는 화웨이 산하의 하이실리콘(Hisilicon)과의 협력을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 역시 스마트폰 분야에서 삼성의 아몰레드 패널 공급이 절실한 상황이다.
결국 화웨이가 자신들의 이름 값을 높이기 위해 시도한 '특허 전쟁'을 삼성이 향후 양사 협상 테이블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계기로 '역이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보밍007는 그 열쇄가 유럽시장에 있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강소영 기자 (js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