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주채권기업 12곳중 7곳 부실
[뉴스핌=한기진 기자] ‘STX, 금호, 한진, 동부, 동국제강, 동양….’
이들 기업은 경영난으로 어려움을 겪었거나 진행 중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주목할 특징은 2008년 금융위기 직후 KDB산업은행이 주채권 은행이라는 점이다.
2009년 5월 금융감독원은 건설 및 조선사 2차 신용위험평가 결과를 내놓는다. 대기업 44개 주채무 계열에 대한 재무구조평가를 하고 채권은행들이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맺어 기업구조조정에 나설 것으로 요구했다.
당시 키는 산업은행과 우리은행이 쥐었다. 산업은행은 12개 대기업의 주채권은행으로 대우차판매, 금호, 한진, STX, 동부, 동국제강, 동양, 대우조선해양, 현대오일뱅크, 애경 등을 담당했다. 우리은행은 삼성, LG, 두산, 한화, 효성, 코오롱, 이랜드, 대림, 하이트맥주, 아주, 대우인터내셔널, 한솔 등 16곳의 주채권은행을 맡고 있다.
결과적으로 산업은행이 맡은 주채무계열 12곳 가운데 7곳이 부실이 났다. 재무구조 개선을 요구할 수 있는 채권은행이 제대로 심사를 못해 대처가 늦었다는 지적이다.
STX는 2013년 4월 채권단 자율협약이 들어가기 1년전만 해도 ‘문제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산업은행은 주채권 은행으로 신용위험평가를 실시했는데 부채비율과 영업이익률 등을 감안할 때 이 같은 결론을 냈다.
산업은행 전 구조조정 담당 부행장은 “기업구조조정에 따른 실업과 지역경제 파장, 정치권의 저항 등 산업은행이 고려해야 하는 문제가 많아, 구조조정에 애로점이 많다”고 했다.
STX에서 시중은행들처럼 발을 뺄 수도 있었다. 그러나 2013년 취임한 홍기택 산은 회장은 추가 지원을 택하면서 4조5000억원을 2013년과 2014년에 쏟아 부었다.
이 과정에서 STX그룹에는 산업은행 출신 인사가 11명이 한꺼번에 이직했다. 이 밖에도 작년 3월 기준으로 산은 퇴직자 19명이 아시아나항공, 대우조선해양 등에 사외이사나 감사로 근무해 국회에서 지적을 받았다.
금융당국 역시 국책은행과 함께 책임이 있다. MB정부시절 강만수 전 산은금융지주 회장이 메가뱅크로 가야 한다고 하자, 당국은 정책금융기능을 떼내 분리시켰다. 이번 정부 들어 다신 합치면서 산은과 수출입은행의 인력이 수백명 늘었고 금전적 부담도 커졌다.
또한 조선해운업 유동성 위기는 오래 전부터 진행된 것인데, 당국이 소극적 대응했다는 비판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2008년 직후 포르티스, ING, BNP파리바, RBS, 시티, JP모건 등 선박금융을 제공하던 상위 10개 금융기관 가운데 6개사가 구제금융을 받아 우리나라 조선해운업계가 유동성 문제를 겪자, 금융권과 업계가 선박금융을 활성화해 구조조정할 것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움직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