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박지원 기자] 갑작스럽게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그 사람과 다시 함께할 수 있는 72시간을 그린 동화 ‘분홍 문의 기적’(비룡소)이 출간됐다.
황금도깨비상을 받은 ‘건방진 도도 군’의 작가 강정연이 쓴 ‘분홍 문의 기적’은 “사랑하는 사람을 한순간에 잃고, 그 사람과 다시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긴다면 뭘 하고 싶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된다.
교통사고로 엄마를 잃고 난 후 엉망진창으로 살던 아빠 박진정과 아들 박향기가 날개 달린 엄지 공주처럼 작은 모습으로 돌아온 엄마와 72시간을 함께하는 마음 찌릿하고 간절한 판타지 동화다.
‘분홍 문’은 평소에 분홍색이라면 끔찍하게 좋아하던 엄마의 흔적. 유난한 그 분홍색 덕분에 이들 가족은 동네에서 ‘분홍 문’ 사람들로 불린다. 두부를 사러 나갔던 엄마가 그대로 영영 돌아오지 못하고, 행복하던 분홍 문 가족의 삶은 와장창 깨져 버렸다. 엄마, 그리고 아내가 사라지고 1년 4개월이 지났지만 아빠 박진정과 아들 박향기는 여전히 울컥울컥 화인지 뭔지 모를 감정이 치밀어 오른다.
그러던 어느 날 두 부자는 감을 먹다 감 씨가 목에 걸려 버리고, 이비인후과에 들른 두 부자는 감 씨가 몸에 저절로 흡수될 거라는 이상한 소리를 듣게 된다. 집에 돌아와서는 더욱 놀랄 일이 벌어진다. 웬 까치 한 마리가 집 앞에서 기다리듯 앉아있는 것. 향기는 까치가 남기고 간 씨앗인지 모를 무엇을 죽은 화분에 심는데 다음 날 자라난 열매가 톡, 깨지며 엄마가 나타난다.
세 번의 저녁, 세 번의 점심, 세 번의 아침…. 무엇을 하기엔 무척이나 짧고, 아무것도 안 하기엔 눈물 나게 귀중한 시간이다.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이 아닌, 정말 간절한 이들이 감 씨를 삼켜서 얻게 된 사흘. 지상에 내려온 시간 동안 미션을 해결해야만 천사가 돼 사랑하는 이들을 지켜볼 수 있는 엄마는 남편과 아들을 단호한 태도로 부지런히 움직이게 한다. 미션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아빠와 아들은 투덜거리면서도 조금씩 변화에 따르기 시작한다.
예쁜 유리잔처럼 빛나던 삶이 한순간 거짓말처럼 깨져 버린 사람들, 다시 자신들끼리 소중한 삶을 만들어 가야 할 이 시대의 분홍 문 가족들을 위로하는 ‘분홍 문의 기적’은 진짜 기적은 꿈 같았던 사흘이 아닌 그 앞으로의 삶일지 모른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뉴스핌 Newspim] 박지원 기자 (pjw@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