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이슈·브렉시트·FOMC 등 따라 금리 향방
[뉴스핌=허정인 기자] 5월 금융통화위원회가 끝나고 채권시장의 반응은 대체로 미적지근했다. 한국은행 총재의 기존 매파 스탠스를 재확인했고, 금리는 만장일치로 동결됐기 때문이다. 채권시장은 6월 금통위까지 큰 변동 없이 지루한 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 만장일치 동결...채권시장 시무룩
13일 금통위는 시장의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이날 시장 참가자들은 이주열 총재의 발언과 소수의견 유무에 집중했다. 정부정책과의 공조 차원에서 총재가 평소보다 누그러진 태도를 보이거나 혹은 비둘기파로 알려진 신임 금통위원들이 소수의견을 낸다면 서울 채권시장은 이를 강세 재료로 이끌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총재는 기존의 소신을 더욱 확고히 했다. "신임 금통위원도 기존 한은의 '통화정책 효과 불확실성'에 동의하는가"는 기자의 질문에 이 총재는 "이 같은 주장(통화정책 불확실성)은 G20 중앙은행을 비롯해 각계 전문가들 모두가 공감하는 상황이며 신임 금통위원들도 인식을 같이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하 기대감을 일제히 걷어간 순간이었다.
다만 채권시장은 총재의 "완화적이라는 표현 하에서도 금리를 더 내린 적 있다"는 발언과 함께 일시적인 강세를 보이기도 했다. 총재의 발언과 동시에 오전 11시 45분경 3년 국채선물은 이날 고점인 110.47을 기록했다. 하지만 총재는 "완화적이라는 표현이 금리 정책 시그널로 받아들여져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증권사 채권 딜러는"아무래도 총재의 발언이 인하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 보는 상황이었다"면서 "만장일치 동결이면 국고 3년 기준 1.50% 정도까지 조정을 봐야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좀처럼 밀리지 않는 느낌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다만 만장일치가 나온 점이 아무래도 6~7월 인하 가능성을 희석시켰다"면서 "당분간 보합권에서 등락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실상 금리인하 가능성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을 하긴 했지만 그 동안 언급했던 금융안정 리스크 완화, 정부와의 정책공조 가능성 등이 충족됐음에도 재차 금리를 동결한 것을 보면 결국 경기를 좀 더 보고 결정하겠다는 의사"라며 "약간 방어적인 느낌의 금통위였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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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한은 금통위는 5월 기준금리를 연 1.50%로 11개월째 동결했다.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 확실한 시그널 나올 때까진 눈치보기 장세 지속될 전망
만장일치 동결이 나온 점, 6월 FOMC를 남겨두고 있는 점 등을 근거로 서울 채권시장은 당분간 소강 상태를 보일 전망이다.
증권사 채권 중개인은 "앞으로 한달 간은 보합 장을 보일 것"면서 "소수의견을 기대했던 채권 시장의 반응이 미지근하게 식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증권사 채권 딜러도 "당분간 레벨부담과 인하 가능성이 상충하며 천수답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면서 "최근 미국경기 둔화라든지 국내외 증시 조정 등등 안전자산 선호를 자극하는 분위기에 힘입어 장단기 금리차 축소가 더 심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단기구간이 1.40% 근처로 다시 시도하려면 적어도 다음 금통위는 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제 6월까지 남은 재료는 구조조정 이슈, 브렉시트, FOMC 등이다. 구조조정TF가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서 한은은 금리를 내릴 수도 있고 혹은 브렉시트나 미 금리 인상 경계에 대비해 기존 금리 수준을 유지할 수도 있다.
김진평 삼성선물 연구원은 "한은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국책은행 자본확충, 금융중개지원대출 확대 등 유동성 공급에 나설 경우 2분기 금리를 더 완화적으로 낮출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더불어 미 금리인상 가능성 등으로 인한 한-미 금리차 축소에 대한 경계심으로도 기준금리는 동결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여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금통위가 금리인하에 나서는 조건은 실물경기의 예상경로 이탈과 경기부양을 위한 정책적 타이밍"이라면서 "6월 한국판 양적완화 결론이 매듭되고 나면 정부가 추경을 구체화하는 시기에 맞춰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뉴스핌 Newspim] 허정인 기자 (jeong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