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국책은행 자금지원, 한은 손실은 안되"
[뉴스핌=김지유·김선엽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5월 기준금리를 연 1.50%로 동결했다. 정부와 한은 간 경기 진단과 기업구조조정 방안에 관해 합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은이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내리기가 부담됐다는 분석이다. 다만 향후 통화정책 운용에서 기업구조조정 진행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밝혀 금리인하 여지를 남겼다.
한은은 13일 오전 서울 남대문 본점에서 금통위를 열고 5월 기준금리를 연 1.50%로 금통위원 만장일치로 동결했다. 지난해 6월 연 1.75%에서 사상 최저 수준으로 인하한 뒤 11개월째 동결이다.
◆국책은행 자본확충 방안 부담감
일각에서는 조선·해운업계 등 부실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으로 정부와 한은의 정책 공조 차원에서 금리인하 카드를 사용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었지만, 국책은행 자본확충에 대한 부담감에 기준금리를 동결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한은 금통위는 여전히 대외 여건이 불확실하다고 판단, 재정 및 금리 여력을 아껴둘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평소 기준금리 인하효과 극대화를 추구하고, 정책카드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던 한은의 정책기조가 금리 동결에 힘을 보탠 것이다.
네 명의 신임 금통위원들이 첫 회의라는 점도 이번 금리동결의 이유로 꼽힌다. 신임 금통위원들이 첫 금리논의 무대에서 갑작스러운 정책 변화를 부담스러워했다는 관측도 있다. 앞서 연이어 금리 인하라는 소수의견을 냈던 하성근 전 금통위원은 임기만료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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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한은 금통위는 5월 기준금리를 연 1.50%로 11개월째 동결했다.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향후 인하 가능성 높아
이번엔 금리를 동결했지만 향후 금리인하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경기의 하방리스크가 커지기 때문이다. 이주열 총재도 기업구조조정 과정이 실물경제·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향후 금리정책에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파급되는 실물경제·금융시장에 대한 영향은 금리정책을 결정할 때 고려대상이 될 수 있다"며 "기업구조조정이 어떻게 추진되는지, 어떤 속도로 진행되는지, 실물경제에 미칠 영향은 어떤지 등에 대해 면밀히 살펴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에 대한 자금지원 방안으로 거론되는 '자본확충펀드'의 경우 정부 등 관계기관 협의체에서 결정할 문제라고 못 박았다. 다만 한은의 자본확충 방법은 손실을 최소화한다는 입장에서 이뤄진다는 점을 역설했다.
이 총재는 "중앙은행의 손실최소화 원칙은 중앙은행의 기본적인 원칙이자 책무"라며 "중앙은행이 대출을 하든, 채권매입을 하든, 손실을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은법을 보면 매입대상 채권을 국채 또는 정부보증채로 한정한다"며 "자본확충펀드 외에도 이에 부합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겠으나 협의체에서 논의를 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의 이 같은 발언은 '회수 가능한 방안'으로서 자본확충펀드를 정부 측에 자신이 제안한 배경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이날 이 총재는 자본확충펀드가 현재 정부와 논의 중인 여러 안 중의 하나일 뿐, 아직까지 결정된 바가 없다는 점을 수차례 언급했다.
◆이주열 "자본확충펀드는 하나의 방안일 뿐…협의체에서 결정"
그는 "자본확충펀드 등 (구조조정을 지원하는)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관계기관과 협의체에서 논의 중이며 확정된 바 없다"며 "지난주 처음 (협의체 회의가) 시작됐으며 자본확충펀드도 하나의 방안으로 논의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본확충펀드가 보통주 자본비율 제고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는 "보통주 자기자본비율 높이기 위해서는 직접 출자가 유용한 수단인 것은 사실"이라며 "현재 국채은행의 보통주 자기자본비율과 총자기자본비율의 제고 필요성이 얼마나 되는지 이런 것을 모두 협의체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 총재는 자본확충펀드의 구조와 관련해서도 여전히 논의 중이라며 구체적 답변을 피했다. 그는 "운용계획(스킴)을 짜는 데는 여러가지 복잡한 기술적 문제가 내재해 있다"며 "조성 규모를 얼마로, 펀드의 운용 구조, 회수 장치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그런 문제도 협의해서 논의를 해서 그 결론을 갖고 설명을 드리는게 맞다"고 언급했다.
시장에서는 연내 금리가 한 차례 이상 인하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구조조정 과정에서 경기의 하방리스크가 커지기 때문이다. 20대 국회가 '여소야대'인 점도 금리 인하에 무게가 실린다.
박종연 NH투자증권 채권전략팀장은 "구조조정이 쉽게 이뤄질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경기하방리스크도 커지게 된다"며 "그렇기 때문에 구조조정 과정에서 자본확충은 기본이고, 거기에 대응하는 측면에서 경기부양책(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여소야대 국회에서는 정부 재정정책의 신속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통화정책의 역할이 좀 더 커질 것"이라며 "오는 6월과 3분기 중으로 총 두 차례 금리가 인하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지유 기자 (kimji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