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기 순익 중 재테크 수익 투자 비중 확대
[뉴스핌=이승환 기자] 중국 전통 기업들 가운데 주력 사업보다는 주식 채권 등 재테크 상품에 투자해 수익을 올리는 기업들이 급증하고 있다. 업계 전반에 만연한 과잉생산 문제와 경기 침체 우려로 인해 기업들이 주력 사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신규 투자에도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증권일보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5월4일까지 이재(理財, 이하 재테크) 상품에 투자한 A주 상장사는 총 411곳으로 나타났다. 이는 A주 전체 상장사의 24.86%를 차지하는 규모로, 이들 기업의 총 투자액은 1816억1700만위안에 육박했다.
이는 지난 2014년 한해 동안 재테크 상품에 투자한 전체 기업(420여개) 수와 맞먹는 규모다. 지난해 같은 기간(398곳)과 비교해서는 소폭 증가했다.
중국 위안화 <사진=바이두(百度)> |
업종별로는 식품 관련 기업이 총 77곳으로 전체의 24%를 차지했다. 가전업체와 군수업체가 각각 59곳, 33곳으로 그 뒤를 이었다. 전반적으로 IT, 미디어, 바이오 등 신흥산업 업종에 비해 부동산, 식품, 가전 등 전통산업 분야에서 기업들의 재테크 투자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이중 올들어 재테크 상품에 가장 많이 투자한 기업은 부동산 개발업체 신후중바오(新湖中寶,600208)로 시가총액(354억위안)의 1/3에 해당하는 95억9600만위안 규모의 재테크 상품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 상품별로는 리스크가 낮고 만기가 1년 미만인 원금보장형 상품과 양도성예금증서(CD) 등이 주를 이뤘다. 다만 시중 금리가 낮아짐에 따라 주식형 펀드 등 고리스크 상품에 투자하는 업체들의 숫자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 금융 정보 업체 윈드(Wind)에 따르며 지난해 말 기준 주식 투자에 참여한 A주 상장사 숫자는 260여 곳으로, 이들이 보유한 주식의 가치는 354억위안에 육박했다.
이 과정에서 당기 순이익 가운데 주식투자 수익의 비중이 90%를 넘어선 기업도 나타났다. 전자기기 제조업체인 선전후이청(深圳惠程,002168)의 경우, 지난해 당기순이익 1억2800만위안에서 주식투자를 통해 벌어들인 금액이 1억1500만위안에 육박했다. 올 초 A주 파동으로 이 기업이 보유한 주식의 가치가 하락하면서 1분기 실적이 적자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중국의 유명 경제학자 숭칭후이는 “기업들이 단기적인 자금 운용을 위해 리스크가 낮은 재테크 상품에 투자하는 것을 나쁘다고 할 수 없지만, 도박에 가까운 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사실상 투자자들에 대한 책임의식을 상실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기업자금이 실물이 아닌 금융상품으로 쏠리는 데 대해 향후 경기에 대한 기업들의 부정적인 전망을 반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지나친 재테크 상품투자가 장기적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하락시켜 중국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중국 투자기관의 한 전문가는 “기업들이 본업에 대한 자신감을 잃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새롭게 투자할 분야도 찾지 못하고 있다”며 “경기 하방압력이 실적 둔화로 이어지는 것을 우려하며 재테크 상품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재테크 상품에 투자하고 있는 기업중 10곳 중 1곳이 지난 1분기 당기 순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융야오 중국 단양투자 수석 연구원도 “기업이 시장에서 투자자들의 자금을 조달해 재테크 상품에 투자하는 자금 중계 기관으로 전락할 수 있다”며 “사업 확장과 혁신에 투자할 수 있도록 당국의 일정한 규제가 필요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뉴스핌 Newspim] 이승환 기자 (lsh8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