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경력 투자전문가가 쓴 '우리시대 금융상품설명서'
[뉴스핌=김선엽 기자] 재테크에 관한 책은 수없이 많다. 주식, 채권, 부동산, 원자재까지…'이것만 알면 당신도 투자의 귀재'라며 독자를 꾀는 서적들이 서점에 넘쳐난다. 하지만 금융상품의 기본 원리를 온전하게 전달한 책은 찾기 힘들다. 이평선, 배당률, 복리, 변동성 지수 등 독자를 혹하게 하는 투자 용어에다가 자신의 성공적 투자 경험을 적당히 버무린다.
투자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금리와 환율에 대해서는 피상적인 설명을 반복하거나 전문 서적의 내용을 그대로 가져온다. 불친절하거나 무능하다. 이러다보니 우리는 모두 알게 모르게 '묻지마 투자'를 한다. 갑옷도, 방패도 없이 창 하나 들고 전투에 나서는 것이다.
<사진=YES24> |
'우리시대 금융상품설명서'(이용제 지음, 나루)는 돈 버는 비결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좋은 주식과 우량 회사채를 고르는 노하우는 어디에도 없다. 대신 “투자할 상품의 구조를 이해하며 이 구조에 숨어있는 위험을 파악함으로써, 리스크와 리턴을 비교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저자 이용제는 한국장기신용은행과 HSBC 등에서 채권, 선물, 외환, 스왑 트레이더로 활동했고 이후 HMC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등을 거치며 ELS, 신용파생, 구조화 채권 등을 운용했다.
그는 증권사 신입직원을 가르치듯 때론 친절하게, 때론 멱살을 잡고 우리를 끌어올린다. 책을 넘기다 보면 모호했던 금융상품의 개념들이 명확해지고 복잡한 금융시장의 원리가 하나로 모아진다.
왜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하기 전에 풋옵션(Put option)의 개념과 홍콩항셍지수의 변동성을 알아야 하는지, 우리나라 30년 국고채 금리가 1%p 오를 경우 투자원금의 얼마가 날아가는지를 자연스럽게 깨닫는다. 또 브라질 채권에 투자할 때 왜 금리보다 환율이 중요한지, 값싼 엔화 대출을 끌어다 쓸 때 환위험을 헤지한다는 것이 왜 의미가 없는지를 또렷하게 알게 된다.
전업 투자자가 될 것도 아닌데 굳이 이런 내용을 알아야 되나 하고 물을 수도 있다. 맞다. 저자 말대로 "어설픈 상식 정도의 금융지식으로 금융상품 투자에 나서는 것은, 선무당이 사람 잡는 격"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금융에 대해 이해 없이 살기에는 환율과 금리가 우리 삶에 너무 깊숙이 들어 왔다. 미국 금리가 인상되려고 할 때 은행 대출을 받으려면 변동금리와 고정금리 중 어떤 것이 유리할지, 신흥국 채권에 투자할 때는 헤지를 해야 할지,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는 순간에 과연 ELS에 들어가도 좋은지 등을 종종 판단해야 한다.
금융 상식을 갖추길 원하는 독자를 위해 쓴 책이지만 그렇다고 금융 시장의 원리에 대한 설명이 다는 아니다. 25년 동안 투자업계에 종사했던 경험을 살려, 현장에서 느꼈던 고민과 전문 투자자의 지혜를 담담하게 소개한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