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인증 및 출금 업무 위해 세틀뱅크와 제휴..카카오페이에 전념 포석
[뉴스핌=이수경 기자] 카카오가 '뱅크월렛 카카오(이하 뱅카)'를 공동기획했던 금융결제원(이하 금결원)과 사실상 결별하고, 핀테크 분야에서 홀로서기에 나섰다. 인지도와 사용성에서 모두 밀렸던 뱅카를 끌어안기보다는 카카오페이로 일원화된 핀테크 전략을 펼치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에서다.
9일 IT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카카오페이 송금 베타 서비스를 위해 전자금융 솔루션 개발업체인 세틀뱅크와 5개 시중은행(신한, SC제일, KDB산업, 제주, 신협)과 손잡았다.
지난 2000년 가상계좌 중계서비스로 사업을 시작한 세틀뱅크는 현재 전자결제 대행, 펌뱅킹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세틀뱅크는 ARS(본인인증) 및 출금요청 중계와 고객의 금융내역을 전송하는 전용망(펌뱅킹망)을 카카오페이에 제공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펌뱅킹은 기업과 금융기관이 컴퓨터 시스템을 통신망으로 연결해 은행업무를 온라인으로 처리하는 금융시스템으로, 보험 및 카드회사가 고객의 계좌에서 자동이체를 할 때 주로 이용된다.
세틀뱅크 측은 "은행끼리 거래하는 돈을 중계하는 밴(VAN)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며 "카카오뿐만 아니라 여러 사업자에게 다양한 뱅킹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부터 카카오페이 송금 베타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는 연내 정식 서비스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 관계자는 "금융결제원과 뱅크월렛 사업을 위해 3년간의 제휴 관계를 맺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금으로써는 뱅카, 카카오페이 송금 서비스가 각각 제공될 것이라고만 말씀드릴 수 있다"며 말을 아꼈다.
◆금결원-카카오 각자 노선, 1년 전부터 예견됐다
<사진=금융결제원> |
뱅카는 카카오와 금결원의 이해관계가 제대로 맞아떨어진 결과물이었다. 사용자를 늘리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금결원은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만났다. 카카오는 모바일 송금 및 결제 시장에 직접 진출하는 대신 금결원과 손잡고 핀테크 시장을 선도할 포부를 드러냈다.
뱅카는 금결원 주도로 진행 중이던 뱅크월렛 사업에 카카오가 참여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은행권과 금결원이 고객관리 및 금융업무를, 카카오는 자사 플랫폼 연동을 맡았다. 나머지 서비스 모델 설계 및 앱 개발, 마케팅은 공동수행했다. 서비스 안정성은 은행권이, 고객 편의성은 카카오가 담당했다.
문제는 껍데기(카카오 색깔)만 달라졌을 뿐 알맹이(작동방식)는 그대로였다는 점이다. PC홈페이지에 기반한 공인인증서와 보안카드 입력 방식을 그대로 모바일에 적용했기 때문이다. 뱅카의 복잡한 가입절차는 사용자 가입 문턱을 높이는 데 영향을 미쳤다.
뱅카의 서비스 중단에 대한 우려는 지난해 9월부터 본격화됐다. 당시 서비스 중단 사태의 이면에는 송금 수수료의 유료화와 송금 한도 인상에 대한 은행권과의 갈등이 있었다. 카카오가 금융업 진출을 선언하면서 이를 견제하는 은행들은 뱅카 사업에 대해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금결원과 카카오의 각자 행보가 가시화된 시기는 지난 1월이었다. 카카오톡에서 '+'를 누르면 표시됐던 뱅카 송금 기능이 카카오톡 업데이트와 함께 사라졌다.
당시 카카오 측은 뱅카 서비스를 종료하느냐는 질문에 더보기탭의 서비스과 비교하며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선물하기', '핫딜', '플러스친구' 등 9개 아이콘의 배치가 바뀌는 것처럼 '+'에 노출되는 서비스도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금결원도 뱅카 앱을 이용하면 카카오톡 송금 서비스를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사업 주도권 확보한 카카오.."카카오페이를 중심으로 핀테크 강화"
카카오페이 송금 <사진=카카오> |
카카오와 금결원이 공식적으로 선 긋기에 나선 것은 4월부터다. 먼저 금결원은 휴대폰 번호 기반의 송금 및 결제 서비스인 '뱅크월렛'의 리뉴얼버전을 선보였다. 현재 금결원 홈페이지에는 '뱅크월렛' 홍보 배너만 남아있는 상태다.
카카오는 뱅카를 버리는 대신 이득을 취했다. 금결원과 시중은행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할 수밖에 없었던 뱅카와는 달리 카카오페이 송금 서비스에서는 카카오가 주도권을 행사하기가 수월하다. 예를 들어, 365일 24시간 실시간 환불 서비스가 가능한 은행만 끌고가면 그만이다.
지지부진했던 뱅카의 사업성 논란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뱅카의 가입자는 100만명에서 늘지 않고 있다. 누적거래액(송금+결제)도 150억원에서 답보상태다. 반면 카카오페이 누적 가입자는 850만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카카오페이가 간편결제, 청구서, 멤버십까지 아우르고 있는 만큼 올해 가파른 성장세가 기대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올해 카카오는 카카오페이를 이용한 송금 서비스를 선보이며 통합 핀테크 서비스 브랜드 구축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다만 비바리퍼브리카의 간편송금 서비스인 '토스'와의 UX 및 계좌 인증이 비슷하다는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카카오는 "이석우 전 카카오 대표가 2014년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기조연설을 발표하기 전부터 송금 및 핀테크 서비스 강화를 위한 전략을 내부적으로 세웠던 것이 사실"이라며 "다른 서비스를 도용했다는 주장은 사실 무근이며 카카오페이와 결합한 보다 강력한 핀테크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수경 기자 (soph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