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막걸리, '기타주류' 편입…시장 넓어지고 세금↑
[뉴스핌=우수연 기자] 지난해 백수오 파동으로 홍역을 치렀던 국순당이 '바나나막걸리'로 분위기 전환에 나섰다. 최근 음식료 시장의 '바나나' 열풍에 힘입어 올해 2분기 실적 턴어라운드가 가능할지 여부도 관심을 끄는 이슈다.
22일 국순당에 따르면, 지난 8일 편의점과 대형마트 등에 출시된 바나나막걸리는 초도물량 120만병이 10여일만에 완판됐다. 5월 중순경 일반 주점에서도 출시될 예정이며, 추가 발주 물량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국순당 IR 담당자는 "예상보다 채널 입점속도나 회전율이 좋은 것 같다"며 "(현재는 출시 초기라) 초도물량 숫자보다는 실제적인 회전주기가 더욱 중요할 것 같고, 한 달은 지나야 구체적인 매출 추정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 바나나막걸리, '기타주류' 편입…시장 넓어지고 세금↑
증권가 역시 2분기 이후 국순당의 실적 턴어라운드 기대감이 형성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지난해 국순당은 막걸리 시장의 축소와 식품업계를 강타한 '백수오 사태'의 유탄을 맞으면서 20년만에 영업 손실을 냈다.
송치호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작년에는 백수오 사태로 백세주도 부진했고 막걸리 시장도 축소되면서 영업이익이 급감했다"며 "올 1분기 실적 부진은 지속되겠지만 바나나 막걸리 출시로 2분기 이후 턴어라운드 기대감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해 국순당 영업손실은 81억원, 당기순손실은 36억원으로 전년대비 적자전환했다. 매출액은 15% 줄어든 774억원을 기록했다. 송 연구원은 올해 1분기 국순당 매출액이 221억원, 영업손실 9억원으로 실적은 회복되겠지만 부진은 지속될 것으로 봤다.
그는 "아직 막걸리 시장이나 백세주 시장 회복을 판단하기 어려운 단계다. 때문에 바나나 막걸리의 성공은 (실적 턴어라운드 기대감 관련해) 더욱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나나 막걸리는 기타주류에 편입돼 일반 막걸리의 주세(5%)보다 높은 30%의 세금을 내야한다. 이에 판매량이 매출 실적으로 연결되는 비중이 일반 막걸리보다 낮다는 단점이 있다. 현재 바나나 막걸리의 출고가는 1100원(판매가 1700원) 수준.
다만 해당 제품이 막걸리 카테고리에서 벗어나 탄산주, 과일맛 맥주 등 저도주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다는 점은 타깃 시장 확대로도 볼 수 있다. 5월 중순 일반주점 등 유흥용 채널에도 입점될 예정이며, 기존의 막걸리를 유통하는 탁약주 도매점이 아닌 종합주류 도매점에서 취급된다.
◆ '바나나' 열풍…일회성? 제품 다각화?
최근 식품업계에선 바나나가 대세다. 오리온 '초코파이 바나나'가 품귀현상을 보였고 롯데제과도 '몽쉘'과 '카스타드'에 바나나를 넣은 신제품을 출시했다. 주류업계에서도 국순당의 바나나 막걸리 뿐만아니라 금복주가 칵테일소주 '순한참 모히또 바나나'를 내놨다.
증권업계는 소비자들이 바나나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맞지만, 워낙 도입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열풍으로까지 번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한다는 반응이다. 또한 소비자들의 다양한 취향을 존중하는 식품업계 트렌드의 일부분이란 분석도 있다.
이경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소비자들이 여러가지 맛에 대한 니즈(NEEDS)가 있다는 사실이 허니버터칩을 통해 증명된 것 같다"며 "맛이 나쁘지 않으니 판매 규모는 늘겠지만 시장의 판도를 바꿀 정도의 바나나 열풍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업체들도 새로운 맛을 출시하면서 빅히트를 기대한다기보단 소비자 요구에 따라 신제품을 내놓지 않으면 시장에서 멀어진다는 사실을 알고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애란 현대증권 연구원도 "작년부터 식품업체들이 신제품 출시를 보다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며 "과거에는 신제품 출시가 시장 점유율을 좌우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신제품이 자주 출시되는 업체는 소비자들에게 '젊다, 신선하다'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기 때문에 마케팅 차원에서 매우 중요해졌다"고 봤다.
[뉴스핌 Newspim] 우수연 기자 (yes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