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캐나다도 매도세... 자사주 매입이 수요 대체
[뉴스핌=이고은 기자] 중국인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시장에서 '엑소더스(대규모 매도)'를 일으키며 외국인 투자자 감소세를 주도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난해 중국인 투자자들은 7년간 매수한 미국 주식을 전부 처분하고, 올 들어서는 중국 본토를 비롯한 글로벌 시장의 변동성을 관망하고 있다.
중국인이 나간 자리는 대신 미국 기업들의 공격적인 자사주 매입이 수요 감소세를 상쇄할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해 4분기에 몰린 중국인 투자자의 미국 증시 엑소더스<자료=마켓워치> |
◆ 중국인들 뉴욕 증시서 '철수'… 저유가로 중동도 빠져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코스틴 수석 미국 전략가는 지난해 중국인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을 총 960억달러 매도했다고 분석했다. 이는 지난해 미국 주식에서 외국인 투자자 전체가 매도한 1710억달러의 절반을 넘는 수치.
이는 또 지난 2008년부터 2014년까지의 중국인 투자자 매수분(970억달러)을 모두 처분한 것과 같다. 이 같은 중국투자자의 뉴욕증시 '엑소더스'는 특히 4분기에 집중됐다.
중국인 투자자들은 지난해 미국 채권도 1300억달러 매도했다. 주식에서 채권으로 갈아타는 게 아닌, 미국 투자 자체를 철수했다는 의미다.
캐나다와 중동의 미국 증시 유출 규모도 지난해에 2004년 이후 최고 수준이었다. 캐나다는 지난해 미국 주식 800억달러를 매도했다. 직전년에 30억달러를 매수한 것과 대조적이다. 중동 투자자들은 지난해 390억달러를 매도했는데, 직전년 매도 규모인 200억달러의 두배 수준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미국 증시를 탈출한 원인으로는 저유가가 손꼽힌다.
코스틴 전략가는 "(역사적으로) 유가와 중동발 자금 흐름은 그다지 강력한 상관관계를 보여주지 않는다. 그런데도 유가 하락이 캐나다 및 중동 투자자의 미국 증시 매도세를 배가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 올해도 외국인 수요 취약... 자사주 매입이 받칠 듯
올해 외국인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수요는 여전히 취약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경제 불확실성과 달러 강세가 함께 작용해 투자심리에 악재가 될 것이란 평가다.
코스틴 전략가는 "1980년부터 외국인 투자자의 미국 주식 매수 규모는 미국 달러가 강세를 보일 때 평균 370억달러, 미국 달러가 약세를 보일 때에는 평균 820억달러였다"고 설명했다.
교역가중치 고려한 달러화 가치는 향후 12개월동안 8%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세부적으로는 달러화가 유로화에 대해서는 16% 오르고, 엔화에 대해서는 20% 오르며, 위안화에 대해서는 8%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미국 주식시장에서 국제 투자자들이 총 500억달러 규모의 주식을 처분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순 매도세력'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다.
그러나 기업 자사주 매입이 이 같은 빈자리를 메울 것으로 보인다. 올해 미국 기업은 4500억달러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할 예정이다. 지난해 자사주 매입 규모인 5610억달러보다는 적지만, 2011년부터 2015년까지의 평균 자사주 매입 규모인 3600억달러를 넘어선다.
기업의 자사주 매입이 주식 가치를 떠받들면서 결론적으로 미국 경제는 2%의 온건한 성장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자사주 매입 규모 <자료=마켓워치> |
[뉴스핌 Newspim] 이고은 기자 (goeun@newspim.com)